[연재] 로빈슨 크루소 - 1. 자유를 찾아 떠나는 인간

category 관주와 비점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3/09/30 14:13


 

이번에도 고전 명작을 하나 또 읽었습니다. <로빈슨 크루소 The Life and Strange Surprising Adventures of Robinson Crusoe of York, Mariner>인데, 어릴 적에는 재미가 없을 듯하여 안 읽었던 것을 지금에야 일 때문에 펼쳐들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들이 있는데, 오늘날에는 주로 제국주의ㆍ식민주의ㆍ인종주의ㆍ오리엔탈리즘과 근대적ㆍ자본주의적 인간관에 대한 비판적 평가가 많습니다. 이 책은 수많은 아류를 낳았고, 다양한 예술 장르에서도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소설가 미셸 투르니에 Michel Tournier가 전복적 글쓰기를 통해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Vendredi ou les Limbes du Pacifique>이라는 작품으로 아예 탈근대적, 탈식민적 개작을 시도한 것이 유명합니다. 국내에도 많은 번역본이 있고, 관련된 비평서와 논문들도 많습니다. 그중에 김병익 본이 18세기 특유의 문어체와 만연체 문장을 원전에 충실하고 매끄럽게 잘 옮겨졌다고 하는데, 의외로 구하기가 수월하지 않아 김영선 번역본으로 읽었습니다. 참고로 이 소설은 1888년 한국에 온 최초의 캐나다인 선교사 제임스 게일 James Scarth Gale이 처음 한글로 번역했다고 합니다.

 

내용은 잘 알려져 있듯이 로빈슨이 중산층으로서의 평범하고 안정된 삶을 살 것을 요구하는 부모로부터 벗어나 모험을 시도하며 시작합니다. 작품이 발표되던 시대의 시대상에 비춰 보면 그런 부모나 사회의 요구가 주인공을 꽤나 갑갑하게 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그러다가 배가 난파하면서 노예 신분이 되고 다시 탈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브라질에서 농장 주인이 되고, 노예를 구하기 위해 또 바다로 나갔다가 난파하여 혼자 섬에서 생활하게 됩니다. 여차저차하여 프라이데이라는 노예를 거느리고 섬을 탈출하고 잠시 안정된 생활을 하다가 다시 모험을 떠남을 암시하며 끝납니다.

 

개인적으로 바다도 좋아하지 않고 좁거나 고립된 장소도 매우 꺼려하는 데다, 등장인물도 적고 이야기 줄거리가 뻔하여 안 읽었는데, 성인이 되어 읽어보니 “사람들은 죄짓는 것은 부끄러워하지 않으면서 뉘우치는 것은 부끄러워 한다”는 작품 속 격언처럼 인생을 살아봐야 절절히 느끼는 소회랄까 그런 것들이 현장감 넘치는 생생한 묘사와 함께 잘 어우러져 읽는 동안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문학성, 또는 사회문화적 가치 등을 감안하더라도 일단 재미가 있어야죠. 아무튼 전체적인 흐름은 주인공이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모험을 찾아다니는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주인공이 사회적 환경을 받아들이기 보다는 능동적으로 그것을 벗어나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주변을 개척해 나가는 성격을 가졌음을 봅니다. 물론 ‘동료도 없이 완전히 혼자 남는 비참한 상태(p.77)’, ‘지금의 내 처지가 가장 비참(p.297)’ 등등 작품 곳곳에서 자신에게 닥친 일들을 ‘불행’이라고 표현하며, 부모님과 주변 사람들의 충고를 무시하고 신을 몰랐던 과거를 후회하기도 합니다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TAG

Trackback

Trackback Address :: 이 글에는 트랙백을 보낼 수 없습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