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주먹 일선 복귀 선언과 북미협상 결렬의 의미

category 감놔라 배놔라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9/03/09 16:37


 

2018년 12월 31일자 외신이었죠. 소스는 영국의 선데이 텔레그라프였구요. 영국 국방장관이 동남아시아와 카리브해에 군사 기지를 건설하겠다고 한 겁니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세계사의 주변으로 전락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일반인들은 이게 뭔 생뚱맞은 소린가 싶었을 겁니다. 동남아시아 어디에 영국이 기지를 건설할 곳이 있다는 것인지도 의아해 했겠지요. 아, 그 뉴스를 기억하는 것 자체가 어쩌면 보통 사람이 아니겠군요. 아파트값이 떨어진다는데 뭐 그런 뉴스 따위에. 어쨌든 2019년 2월 12일, 영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항공모함을 남중국해로 파견한다는 외신이 다시 나옵니다.

 

먼저 작년 2018년 6월 2일 미국 국방장관 제임스 매티스는 싱가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합니다.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freedom of navigation)를 보장하는 데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고요. 더불어 상응한 대가로서 중국의 영토에 대한 조치들도 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물론 그 조치들이라는 게 꼭 전쟁은 아니지만,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습니다.

 

대개의 사람들은 지금 배가 항해하는 게 자유로운데 왜 그러지, 바다로 세력을 넓히려는 중국과 막으려는 미국이 힘겨루기 하는구나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목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들은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는 그다지 관심사가 아닙니다. 미국과 중국이 잘 지내더라도 그때는 베트남과 필리핀이 힘겨루기를 하겠죠, 뭐.

 

통행에 대한 위협은 역사 속에 늘 있어 옵니다. 위협을 해야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흔히 실크로드에서 명멸한 역사상의 많은 나라들이 교역으로 성장했음을 잘 알 것입니다. 이 말의 진짜 뜻은 교통로에 있는 나라들은 다른 나라들의 교역을 가로막아야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교역으로 성장하려면 군사력이 있어서 다른 나라들간의 교역을 막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이치를 안다면 통행로를 막는 건 늘상 있어오는 일이기에 별로 주목거리가 안 됩니다. 오히려 통행이 힘들어지면 물건값이 오르니까 기업인들에게는 그닥 나쁜 소식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통행의 자유가 아니라 그것이 보장될 때, 무엇이 교역되는가를 봐야 합니다. 오늘날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무역품이 무엇일까요? 답은 석유입니다.

 

한국, 대만, 일본(이하 한대일)은 석유를 수입하지 않으면 사실상 끝장입니다. 중국도 마찬가지고요. 그 석유의 수송라인은 서남아시아-인도양-동남아시아-남중국해-동중국해로 이어집니다. 그 길목마다 미국의 항공모함들이 쉴새없이 떠다니는 것은 잘 아실 겁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교역을 막는 것만큼 교역에서 큰 이익을 주는 것은 없습니다. 가택 경호나 가택 연금이나 그게 그거죠. 영어에서 sanction이 제재와 허가라는 두 가지 상반된 뜻이 동시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길을 누가 장악하느냐 문제는 곧, 동북아시아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반미를 주장할 수만은 없는 것이죠. 한대일은 좋든 싫든 미국에 의해 목이 눌려 있는 상태이니 미국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남중국에 항공모함을 미국이 띄우든 중국이 띄우든 차이도 없고 달라질 것도 없습니다만, 한대일은 알아서 받들어 모셔야 하는 대상을 바꿀 수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이 남중국해의 주인을 바꾸려는 움직임이 기어이 시작된 것입니다. 아마 2010년대 이후 태어난 아이들은 그 파고를 직접 몸으로 겪게 될 것입니다.

 

2017년 10월 10일자 국내 한 언론 기사의 제목만 옮기겠습니다. 영국, 한반도 전쟁시 최신 항모 조기 투입 방안 마련. 참고로 영국은 그 당시에도 브렉시트 때문에 역시 정신 없었습니다. 동남아시아야 영국이 비비고 들어올 인연이 조금은 있습니다. 일단 인도와 파키스탄은 물론이고 미얀마를 지배했으며, 말레이시아ㆍ방글라데시ㆍ브루나이ㆍ싱가폴 등이 지금도 영연방이었고, 홍콩까지 오랜 기간 점유했던 역사가 있죠. 2019년 2월 11일 영국 국방장관은 BBC에 출연하여 East of Suez 전략에서 벗어나, 지중해-중동 지역에도 최신 항모인 퀸 엘리자베스호를 파견하겠다고 밝힙니다. 그리고 아예 남중국해와 아프리카로까지 함대를 보내겠다고 합니다. 해당 지역(남중국해)에서 영국은 두 번째 투자국이라면서 말이죠. 무슨 분야에 투자했는지는 모르겠지만(알 필요도 없습니다) - 트집 없어서 행패 못 부리는 건 아니니까 - 어느 나라가 첫 번째 투자국인지만큼은 분명합니다.

 

이게 뭔 소리냐 하면 수에즈 동쪽에서 발빼기로 했던 전략을 뒤집고 그 동쪽, 다시 말해 인도는 말할 것도 없이 남중국, 동북아시아로 진출하겠다는 겁니다. 뭐, 동남아시아까지야 그렇더라도 동북아시아는 역사적으로 영국의 이권이 민감하게 걸린 곳이 아닙니다. 그런데도 영국은 브렉시트 관련해서 정신 없는 상황에서도 미국의 앞장을 서서 동북아시아 분쟁에 개입하겠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시 말해 브렉시트로 꺾인 경제를 미국한테 무력을 팔아서 땜빵하겠다는 뜻이죠. 아무리 생각해 봐도 브렉시트 이후 팔 게 그거밖에 없긴 할 겁니다. 핑계는 러시아를 견제하여 세계에 안보를 제공하겠다는 건데, 사실은 중국을 겨냥한 것임이 명백합니다.

 

영국이 진출하겠다는 동아프리카에서 인도양, 남태평양은 잘 알려져 있듯 중국이 진출하려고 공들이는 지역입니다. 그래서 중국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란에 항구를 임대하는 등 바다로 나가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테러로 뒤숭숭한 아랍권이 아니라 페르시아 세계이자 중앙아시아와 일정하게 연결되어 있는 이란이 제재를 받는 이유는 석유나 핵 문제 외에도 중국 견제가 물밑의 이유입니다. 중국은 명나라 초기에 아프리카까지 갔던 정화의 원정, 동남아 해상 왕국들과의 오랜 조공 관계, 현지 화교 사회 존재 등등 역사적 경험과 현재의 조건이 있으니 그 바다를 다시 자신들이 장악하고 싶겠지요. 일대일로를 건설하여 교역로를 장악한다는 것은 단지 자본과 인력을 진출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그 교역로에 의지해 먹고 사는 동아프리카 국가들부터 인도양과 동북아시아까지 아시아 전체의 패권을 가져가겠다는 것이고 이는 미국을 제치고 유일 강대국이 되겠다는 뜻입니다.

 

간추리면, 독일본의 돈과 미국의 무력으로 지탱되어 온 30년간의 국제 질서가 여러 상황으로 힘에 부치게 되자 영국이 주먹을 팔겠다고 나선 상황입니다. 파운드화 방어가 그만큼 급한 불이 된 겁니다. 영국은 영국령 인도양의 차고스 제도 중 하나인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미국과 함께 기지를 갖고 있습니다. 이 섬에 대해서는 구글에서 디에고 가르시아 섬 미군 기지라고 해서 검색해 보면 됩니다. 민간인 상륙이 금지되어 있는 이 섬은 말레이시아 항공기 실종사건과 관련된 음모론의 핵심이기도 합니다. 관련하여 <Island of Shame : The Secret History of the US Military Base on Diego Garcia>라는, 미국의 해외 기지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아메리카대학교의 인류학자 David Vine 교수가 쓴 책이 있습니다. Vine의 다른 책이 <기지 국가>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것이 있고요, 참고로 이 사람처럼 같은 연구 방법으로 세계의 미군 기지들만 골라서 연구하는 사람이 있는 걸로 압니다.

 

영국 입장에서는 EU에 남아있더라도 독ㆍ프에 밀려 가라앉는 상황에서 차라리 EU를 탈퇴하고 주먹을 팔아보겠다고 나섰다가 진퇴양난이 된 것이 오늘날의 브렉시트 사태일 수도 있습니다. 브렉시트가 영국의 비무초친(?) 행각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일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영국의 기지는 말레이시아 어딘가에 건설될 가능성이 크다는데, 이 나라 위치와 모양새를 보면 동남아에서 동북아로 오는 길을 가로막는 요충임을 대번에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올 들어 재미난 기사들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데, 2월 22일 전후로 프랑스도 항공모함을 남중국해에 보내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프랑스는 이집트, 인도와 이번 달(3월)에 공동 작전을 벌인다고 합니다. 동아프리카해(서인도양)부터 서남아시아-인도양-남중국해를 둘러싸겠다는 것이죠. 이집트는 아마도 프랑스의 항모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여 동진을 하는 경우, 길 안내와 호위를 담당할 것이고, 해군이 약하고 미영의 해군에 막힌 인도는 러시아와 중국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영프와 협력하는 것이겠습니다.

 

이게 끝이 아닙니다. 동남아 침략 전력이 있는 일본이 자위를 넘어 타위(?)까지 나설 듯합니다. 프랑스와 공동 훈련을 한다는데, 그러면 전선이 동북아로 넓어지는 겁니다. 열흘 뒤인 3월 2일 대만 총통은 중국의 위협에 공동 대처하자며 일본에 대화를 요청했고, 다시 3일 후인 3월 5일 필리핀 국방장관은 남중국해에서 미-중간 전쟁을 벌어질 경우 휘말리지 않겠다며, 필리핀이 전쟁에 자동 개입되는 근거인 미-필 상호방위조약을 개정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합니다. 필리핀은 남중국해 6개국 분쟁 지역인 스프래들리 제도(난사군도, 필리핀명 칼라얀 군도)에 직접적인 이권이 걸려있음에도 발을 빼려는 겁니다. 물고기떼가 몰려다니는 바다에 미일영프중이라는 상어떼가 몰려드는 상황에서 괜히 끼여서 피볼 일 없겠죠.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기 보다는 떡고물을 얻겠다는 작전으로 보입니다.

 

2001년 9ㆍ11 테러 이후 미국은 파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 우즈벡키스탄에 미군을 진주시켜 중국의 서부에 일단 못을 박아놓습니다. 재밌는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 중앙아시아 스탄 국가들은 전쟁이 끝나자 기지에서 철수하라고 미국에 요구하는데, 여기서 2010년 전후로 반가운(?) 그 이름이 등장합니다. 미국은 서울시장 재직시 우즈벡 대통령과 관계를 맺은 명박에게 미군이 우즈벡 공항을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부탁해 달라는 요구를 했고, 그는 충실히 역할을 해냅니다. 물론 국익과 국격이 있는데 명박통령이 그냥 맨입에 해줬을 리는 없겠죠. 암튼 인도나 태국이 중국 편이 아닌 것은 분명하고, 몽골부터 중국ㆍ일본ㆍ프랑스ㆍ미국 등 외세란 외세는 모두 격파하고 (중국과 연결되는) 북부의 소수민족까지 확실하게 밟으신 베트남이 갑자기 친중노선을 걷지는 않을 것입니다.

 

동중국해를 사이에 둔 한대일까지 보자면 동아프리카에서 동북아시아까지 중국 포위망은 거의 완성 단계이고, 중앙아시아에도 일단 교두보 정도는 마련한 상태인지라 중국으로서는 진짜, 애국주의 영화와 위구르 탄압 말고는 별 방법이 없는 갑갑한 상황인 것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중앙아시아에서 미영불이 어떻게 영향력을 확보해서 중국을 포위하고 러시아의 배에 칼을 들이밀지, 그리고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포위를 풀 것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할 것입니다. 대략 위의 상황 속에서 강정도, 오키나와 문제도 함께 가고 있음은 잘 알려져 있죠. 미중 패권 경쟁 문제는 국제정치학자인 마이클 클레어 교수도 대략 같은 의견을 갖고 있더군요.

 

문제는 이제부터입니다. 중미 패권 경쟁에서 북핵은 그들에게 굉장히 중요한 패 중에 하나입니다. 이번에 하노이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의 모든 핵시설과 생물학 무기, 미사일 전력까지 해제를 요구했습니다. 아마 북한이 그것까지 해제하겠다면 미국이 OK할까요? 아닙니다. 이번엔 모든 재래식 무기까지 다 버리라고 할 겁니다. 전례는 이라크입니다. 하지만 이라크를 무력으로 짓밟았던 것처럼 하지는 못 할 것이고 할 뜻도 없을 겁니다. 중국 때문에. 대신 북한의 무장을 완전 해제시키고 북한의 방위를 자신들이 맡겠다고 나설 것입니다. 대가는 경제 발전(이라기 보다는 제재 해제)과 함께, 한국의 보수가 그렇게도 바라는 것과 달리 북한 정권의 유지일 것입니다. 그 상황은 찐태에게는 미 대사관 앞에서 할복이라도 해야 할 상황일 겁니다(쎗뿌꾸는 역시 목검이 제맛!).

 

김정은이 못 믿는 부분은 경제 개발 여부가 아니라 바로 정권 인정과 유지 부분이고요. 물론 미국이 말하는 경제 발전이라는 것은 돈을 퍼주기 보다는 제재 해제와 방위를 대신 해주겠다는 것일 테죠. 아마 개발 비용 마련은 한국이 보증을 서는 형식이 될 겁니다. 짧게 얘기하자면, 네가 계속 수령 노릇해라, 부자가 되는 거 안 막을게, 대신 미군이 대신 지켜줄게, 부자 되면 방위비 갚어라, 외국 투자에 대한 빚보증은 한국이 하게 될 거야, 이 계획 마음에 들면 몇 주 안에 결정해서 연락해라, 이게 트통령 방식이죠. 앞서서 미국의 중국 포위망이 거의 완성 단계라고 했는데, 남은 곳이 바로 북한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중국 포위망 전략은 2000년대 초부터 시작되었으니 새로울 것도 없지만요. 어쨌건, 대북 투자에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지분을 줄이고 일본의 지분을 늘리는 것이 미국의 목표가 되겠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하게 되면 어떤 모습일까요? 당연한 얘기지만 둘이서 핵폭탄 쏘며 하지는 않을 겁니다. 전쟁 자체를 안 하고 무기를 팔아야 이익이 가장 크기 때문에 포위망을 만들고 있는 거죠. 단, 제3국을 대상으로 외교적 대리전을 벌일 수 있고 그것이 현재 한반도입니다. 섬 전체가 요새인 대만이나 오키나와 보다는 파괴할 것 자체가 별로 없이 고립되어 서방의 자본과 인력이 진출해 있지 않은 북한이 갈등의 현장이 되는 것은 어찌보면 합리적(?) 선택이고요. 여기까지만 해도 그나마 다행인데, 실제 전쟁이 남중국해나 대만에서 발발할 경우, 현재로서는 오버한다고 할 분들이 많겠지만, 일본은 무조건 참전이고 한국도 어떤 식으로든 휘말려 들게 될 것입니다. 한국의 개입(참전)은 특히나 위에서 말한 빚보증 서는 것과 맞물리면 정말 한순간에 쪽박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물론 미국이 쳐놓는 그물망에서 그들의 제안을 거절할 방법은 전혀 없습니다. 괜히 아국통령이 그 유명한 마두동침(?)의 변을 겪는 상황에 놓이기만 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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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라가 고구려를 잡기 전에 돌궐을 쳐서 서역으로 이사 가게 만든 것처럼 미국과 중국이 실제로 군사적 충돌을 하게 된다면 중국은 당연히 주변국들을 먼저 손보고 나서 시작할 것입니다. 서쪽의 위구르를 탄압하는 것도 중국의 명분처럼 중앙아시아의 무슬림 테러 세력을 막는 게 아니라(많은 분들이 여기서 헛다리 짚고 중국 주장에 넘어가더군요), 남중국해의 분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입니다. 중국 입장에선 옛부터 티벳과 그 절친인 몽골, 그리고 위구르(≒몽골+투르크)를 미리 다스리지 않고는 미국과의 건곤일척 싸움에 나설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시야가 한반도를 벗어나지 못하기에 남북 해빙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만, 그러나 그 해빙은 중국의 코앞을 파고들기 위한 미국의 의도에 따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며 한꺼풀 벗기면 해빙이 아니라 풍전등화의 상황, 폭풍 전야의 고요와 같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켜야 하듯, 평화는 평화로울 때 지켜야 합니다. 물론 전쟁은 전쟁하자는 사람들이 직접 나가면 되고요. 자유 대한민국이니까. 100여 년 전 동해에서 일본이 러시아를 격파했다는 소식의 의미를 조선의 민중들이 얼마나 되새겼을지 궁금하군요. 그런 일이 있나부다 하고 눈을 껌뻑거리던 순박한 사람들이 겪어야 했던 지난 100년의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 할 텐데 말입니다. 북한이 핵 없이 미국에 붙느냐, 핵을 가지고 중국 치맛폭에 있느냐는 것에 따라 향후 100년이 결정된다고 봐야 합니다. 기차 타고 유럽에 가게 될지, 신강으로 끌려가게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 것도 확실치 않습니다.

 

 

덧붙임

 

1. 위 글은 전쟁이 일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 전략과 외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정리한 것이므로 혹시나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한반도 사람들은 해양세력이 들어오면 싸우다가 대륙으로라도 도망갈 수 있지만, 대륙에서 밀고 내려오면 도망갈 곳이 없음을 역사가 증명합니다. 몽골이 침략해 오자 도망간 곳이 고작 강화도인 걸 보면 알 수 있죠. 반면 임진왜란 때 선조가 북으로 도망간 것을 보면 간단히 답 나옵니다. 한반도에 사람이 사는 한 그들은 무조건 대륙에 붙어야 삽니다. 보트 피플 생활 며칠이나 할 수 있는지 각자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반면 현재 우리의 목줄을 누르는 것이 미일 세력이기에 결국 미중간 패자가 나오기 전까지 우리는 균형 외교를 펼칠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로 몽고가 자바까지 초토화시켰으니 물을 두려워 해 강화도를 못 건너왔다는 건 순전히 정신 승리이자 심각한 역사 왜곡입니다. (2019-3-10)

 

2. 글을 포스팅하고 하루가 지난 3월 10일 밤, 경향신문이 <영국령 인도양 미군 기지 세계 이목 집중>이라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작년에 이미 디에고 가르시아 섬을 모리셔스에게 돌려주라는 국제사법재판소의 판결이 나왔는데, 영국의 식민지였던 모리셔스는 인구의 67%가 인도인입니다. 경쟁국의 건너편에 있는 나라와 손을 잡는 게 공식인지라 인도를 견제하려는 중국이 엄청 경제 지원을 퍼붓는 상황인 걸 보면 인도와 영국이 전략적으로 손을 잡고 중국에 대항하려는 지정학적 요충이 바로 모리셔스와 차고스 제도입니다. 그 차고스 제도 중에서도 미국과 영국이 해양 기지를 건설해 둔 곳이 바로 디에고 가르시아 섬입니다. 나비 효과의 시대에 여기를 먼 남의 나라 얘기로 보면 안 됩니다. 아마 국정원은 일절 관심 없다가 일 생기면 CIA가 던져주는 정보만 받을 겁니다. (2019-3-11)

 

3. 본 블로그와 마찬가지로, 3월 11일자 시사인의 <세기의 북ㆍ미 담판 이렇게 엇나갔다>라는 기사의 말미에서도 무게중심을 북ㆍ중 관계에서 남ㆍ북ㆍ미 관계로 전환하라”는 것이 미국의 핵심적인 요구 사항임을 짚고 있습니다. (2019-3-12)

 

4. 코로나가 한창인 2020년이 저물어가는 시점에 영국이 한반도에 항공모함 방문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습니다. 말이 좋아 방문이지 사실상 정보 수집과 항해 경험을 쌓고 비상시 작전 구역에 넣어두려는 거죠. 누굴 겨냥한 것인지는 말 안 해도 뻔한 건데,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방한해서 여건이 되면 천자황썅삐씨야께서 순행하실 수 있다고 운을 떼고 판호를 살짝 풀어준 딱 그 무렵에 영국이 항공모함 전단을 동북아시아 핫스팟에 띄워보내겠다는 전갈을 한 겁니다. 기사를 보면 일본 언론에 최초 보도된 것이 12월 5일이고, 한국에도 이제야 포털에 실리게 됐습니다. 이 보도의 흐름을 누구 보라고 누가 만들어 냈는지는 불문가지죠. 언론의 기사화는 내국인에게 알리는 것도 되지만, 타국에게 외교 이외의 방식으로 언질하는 방식입니다. 즉, 한국은 저 기사를 통해, 우리가 난처한 입장임을 한중 양국민에게 공개적으로 전달하는 겁니다(물론 중국 정부는 첩보를 통해 그 전에 이미 알았겠지만). 영국이야 한국이 오지 말라고 하면 예정대로 일본만 가겠다고(중국으로부터 한국을 지켜주지 않겠다는 암시) 할 게 뻔하고, 우리가 오라고 하면 한중 관계가 더욱 틀어지게 되는 상황입니다. 중국 VS 미영일 어느 한쪽 세력에 붙기 보다는 우리 몸값을 높게 쳐주는 쪽에 붙어야 할 텐데, 이를 테면 달의 소유권을 달님스키에게 주든가, 화성 자원 채굴권 일부를 우리에게 보장해 주는 식으로요. 농담 아니라 실제 그런 얘기들이 오가기 전에 반드시 중국과 미국이 자웅을 겨루게 될 겁니다. 아직은 경제적이고 외교적인 방식이고, 시진핑 시대가 끝나면 좀 덜해지기도 하겠지만 결국은 한판 크게 붙을 텐데 그때쯤이면 실제로 화성 자원 채굴권 같은, 지금으로서는 허무맹랑한 얘기들이 오가게 될 겁니다. 아무튼 세계 정세가 점입가경입니다. (2020-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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