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건 뭐지?

category 감놔라 배놔라 | Posted by 오씨 부부 | 2018/12/11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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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하다가 이 블로그가 나오길래 호기심에 아예 블로그 제목으로 검색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성인 인증을 해야 한다는 문구가 나오는 겁니다. 부부라는 단어가 들어 있어서 그런 듯한데요, 세계 최고의 업로드 다운로드 속도를 보여준다는 기사에 붙은 낯뜨거운 자화자찬의 댓글들이 무색하게시리 한글로 부부라는 단어를 넣어 주로 무엇을 검색하는지 알 만하군요.  인공지능이 아직은 갈 길 멀다는 반증일 수도 있으려나요?

 

더 희한한 것은 것은 블로그 주소의 2mb18noma라는 부분인데, 그게 왜 붙어 있냐는 겁니다. 저런 발상 자체를 했다거나 태그로 사용한 기억이 전혀 없는데 말이죠. 나는 쥐닭이 잘 할 거라 믿은 분들을 피해다니기는 해도 쥐닭 자체를 미워하지는 않습니다. 세상이 이 모양인 게 어찌 그 사람들만의 책임이란 말인가요, 어릴 적 읽었던 고염무의 <日知錄> 正始편의 그 유명한 구절, 天下興亡 匹夫有責이란 말이 떠오르네요. 이 나라만 그런 것도 아니어서 UN 상임이사국들의 사정이 대략 어슷비슷한 시대입니다.

 

전 지구적 차원에서 닥치고 있는 위기여서 거의 모든 사회에서 지도자다운 지도자가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왜 그런지에 대해 성찰해야 할 때이지 단지 쥐닭만 증오한다고 문제가 바로잡히지는 않을 상황입니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여서 생각보다 민심 이반이 심각한 모양입니다. 무리하게 김정은 와달라고 공개적으로 애걸복걸한 셈이 됐는데(뉴스를 가장해서 상대국에게 의사를 타진하는 고전적 수법), 북측에 그런 요구를 해야 할 정도라면 내년부터는 정권이 흔들리게 될 겁니다. 흐름이 이러하니 다음댓글러와 홍위병님들께서는 임단협 구성하시고, 아름다운 말로 댓글들 슬슬 올리세요. 그래야 몸값 올라갑니다.

 

이 인간들의 서사 구조나 표현 수준이 너무 저열해서, 맨날 친일파 욕입니다. 근데, 본인들의 증조부모가 친일파 아니라는 증거는 확보나 하고 친일파 타령하는 건지 무지 궁금합니다. 파보면 집집마다 친일파 한 명에 공산당 한 명씩 없는 집, 이 나라에 없습니다. 다들 윗대에서 쉬쉬하면서 집안 내력을 자식들한테 안 알려주니까 모르는 것 뿐입니다. 역사를 모른다고 일본 젊은이들 욕할 것 없죠.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면 아이들이 모르는 게 당연하잖습니까.

 

비유컨대 이 나라 노인네들이 필사적으로 반공 부르짖는 것은 나는 아직 어려서 할아버지의, 아버지와 삼촌의 공산당 경력과 관련 없으니 살려달라고 굽실거리던 것이 아예 삶의 태도로 고착된 면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마치 나치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크게 내야 국제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걸 알았던 독일 사람들이 자신들 스스로가 열광적으로 지지했던 사람들을 재판에 넘겨 국제 사회로부터 면죄부를 받으려 한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의 태극인들도 아마도 공산당 중심으로 통일이 됐더라면 사돈의 팔촌까지 공산당 뿌리를 찾아내어 그쪽으로 붙었을 수도 있는. 사람이란 동서고금 막론하고 원래 그런 존재인 겁니다. 나쁘다거나 좋다거나 하는 가치 판단 이전의 문제, 즉 더 편히 잘 먹고 살려는 그 욕망에 충실한 평범한 존재.

 

혁명한다며 나선 친척 어른들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처절한 고생을 해야 했던 사람들은 자신의 고단한 인생의 원인을 적어도 겉으로는 어디로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요? 내가 속한, 혹은 나와 관계가 있는 사람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오히려 그들로부터 등을 돌리고 앞장서 공격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그리고 그게 이젠 본인의 신념이라 스스로 믿게 된 어처구니 없는 자기 부정의 시대를 산 사람들의 고통을 글 좀 읽었다고 기계적으로 잣대를 들이대며 비난하고 증오하는 것이야말로 경륜없는 철부지들의 입진보 행각입니다. 이 땅에서 주은래 같은 사람이 안 나오는 이유입니다.

 

재밌는 건, 지난 반 세기 넘도록 사회를 그런 식으로 휘몰아가고 그에 따른 가장 큰 과실을 따먹은 엘리트들은 다른 지역과 달리 전쟁의 참화가 덜 미친 영남 출신이었다는 겁니다. 전쟁이 미치지 않았던 지역 사람들이 반공이데올로기를 팔아 한국 수구권력의 기반이 되어주고 있다는 것은 대단히 역설적입니다. 동시에 그들이 낙동강에서 전쟁을 막아준 한국의 군부와 미국이라면 군소리 없이 발라당을 하는 것이야말로 지극히 당연한 귀결이겠죠. 하지만, 지금도 촌에 가면 아흔 넘은 노인들이 (한국전쟁 동안) 제일 깨끗했던 건 중공군이었어. 국방군이나 미군들 지나가면 닭, 돼지부터 여자까지 남아나지 않아라는 말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음도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물론 기억은 윤색되고, 말은 자꾸 덧보태집니다. 전적으로 그 말을 믿어선 곤란하겠지만, 전쟁을 직접적으로는 겪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이 오히려 전쟁에 대한 공포를 이데올로기 차원으로 끌어올려 적극 활용하며 정치경제의 주도권을 장악했다는 것, 그리고 그 결정적 계기가 바로 민중 계급이자 친일파인 동시에 공산당이었던, 직업적으로는 교사와 군인이었던 사람에서 시작됐다는 것이야말로 의미하는 바가 큽니다. 전 세계의 가난한 자들이 모여 만든 미국이 저렇게 괴물 나라가 된 것에서 민중은 선하고, 피해자는 도덕적이라는 착각을 깨는 계기로 삼아야 하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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