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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로 마음을 먹고 글을 적어가고 있지만, 막상 글감을 무엇으로 정할지 막연하다. 내 삶의 기록을 어느 시점에서 적어야 하지? 과거? 현재? 잘 모르겠다.
마음이 불편할 때는 글을 쓰곤 했었다. 하지만, 요즘 개인의 기록을 정리하느라 그런 불편한 것들을 적어 갈 시간이 없다?
우리 사회가 풀어내야 할 불편한 이야기들을 담아내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그렇다고 쏟아내는 것만이 답은 아닌 것 같아 조용하게 생각이 정리되면 적어보겠다는 생각을 해보지만 그냥 하루가 지난다.
내가 뭘 알아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 아니다. 그저, 자신의 마음을 기록하고 싶을 뿐. 하지만, 그 생각에 대한 기록마저도 시간이 없다는 이유로 적어가지 못하고 있다.
2015년은 내게 2008년, 2001년, 1999년, 1989년, 1984년 과 같은 내 삶의 분기 점 중 하나였다.
2015년 11월 20일 구로시민회 상근활동가로서 마지막 행사를 마치고 물러나기 몇 개월 전부터 누군가와의 갈등으로 번 아웃에 다가가고 있었다. 덕분에 마음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선택은 웹소설이 되었다.
이 후 구로시민회 상근활동을 그만 둔 뒤에는 새벽 2시~3시까지 핸드폰을 들고 뭔가를 읽었고, 아내는 내게 핸드폰 중독이라며 걱정을 했다. 그 이 후로 종이책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눈이 아프다는 핑계도 한 몫을 더 했다.
책을 너무 읽지 않는 것 같아서, 다시 종이책을 읽어볼까 생각도 했지만, 한 번 몸에 읽은 것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누군가의 시선으로 보면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일이리라.
하루 100원. 쏟아지는 수많은 글. 그 많은 글들 속에서 사람들에게 읽혀야 살아남는 구조. 나는 그 속에서 때때로 AI의 도움을 받아가며 글을 찾아 읽는다. 처음 시작은 네이버, 이 후 다움으로 넘어갔다가, 다시 네이버에서도 읽고 있다.
뭔가를 읽는 행위는 내게는 중요한 가치다. 사실 나는 만화를 보면서 한글을 깨우쳤다. 그래서 남들보다 꽤나 늦게 글을 배웠다. 그 덕분에 만화를 많이 좋아했고, 특히, 일본에서 넘어온 스포츠 특히 검도나 야구 선이 동글동근한 아톰 형태의 그림체를 좋아했었다.
내가 일본에서 넘어온 것을 안 것은, 예전에 옆집에 살던 형이라고 불러야 하나? 나이는 같았던 것 같은데, 당시 형이라고 불렀다. 그 형이 학교 밖 청소년 시절 만화를 그린다고 만화가 집에서 생활할 때 집에 가져온 만화가 다 일본 만화였다. 형이 가져 온 만화들은 모두가 내가 좋아하던 만화들이었다. 머리로만 알던 것과 실제 일본어로 적힌 만화를 보는 느낌은 많이 달랐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하승남의 만화를 좋아했다.
한 때 만화가게 주인이 가게를 비울 때 잠시 봐주기를 부탁할 정도로 만화가게에 살았던 적도 있었다. 어릴 적 국민학교 때 학교에 가기 싫어 빠질 때에도 만화가게에 가 있을 정도로 만화를 좋아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이를 먹으면 만화가게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다. 요즘은 만화카페가 대세지만, 내게는 만화가게라는 이름이 더 편하다.
사실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화가게 출입은 거의 하지 않았고, 인터넷을 통해 보기도 했지만, 언제부턴가 만화 또는 웹툰 보다는 웹소설을 읽고 있다. 웹툰도 10년 이상 보고 있는 것도 있다. 찾아보니 2006년 11월 27일 첫 게시된 작품인데, 이 웹툰은 씨즌 1을 끝내고 2로 계속 연재 중이다.
웹소설을 접한 것은 거의 충동적이었던 것 같다. 생각 없이 편하게 한 번 읽으면 끝. 그런데 한 번 빠져드니 현재까지 계속 읽어대고 있다. 이정도 정성이었으면, 도서관에 있는 책들 상당수를 읽었을 텐데.
며칠 전 사촌형에게서 전화가 왔다. 너 요즘 어떻게 지내냐. 잘 지내고 있습니다. 몸은 어떠세요. 잘 지내고 있다. 주소 좀 알려줘. 내가 쓴 책 보낼게.
서류상 육촌인 사촌형은 요즘 암이라는 병과 살아가고 있다. 그것도 끝자락. 형이 쓴 책이 어제 도착을 했다. 오랜 만에 종이책을 한 번 읽어 볼 생각이다. 계속 종이책을 읽게 될지 아니면 웹소설만 읽게 될지 모르지만, 내게 읽는 행위는 멈추지 않을 것 같다.
돈 벌어 만화가게를 열어야 하는데, 가능은 할까?
2023. 1. 7.
아침안개
꼬랑지 2015년 12월 5일 민중총궐기. 1시간 정도 뒤 행진 중.
#읽기 #시간 #만화가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