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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째]고려대 페다고지 대표 김만익님

 

7월 중에 통과되려고 하는 국기법 시행령에도 포함되어 있듯이, 요즘 우리 나라에도 국기에 대한 맹세와 경례 같은 '국가'에 대한 의식행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맹목적인 우상숭배, 우경화의 흐름을 가만 두고 볼 수 없다76%, 이번이 아니면 내가 이런 역사적인 1인시위에 또 언제 참여해 보겠는가20%, 귀찮아4% 의 마음가짐으로 어제 정부종합청사에 다녀왔습니다. 페다고지 대표 동지가 보내주신 응원의 문자가 큰 힘이 됐어요%^^

 

평화인권연대 분들이 정성스레 만들어놓으신 피켓을 들고, 제가 준비해 간 선전문구도 달고,어지러운 인파로 가득...찰 정도는 아니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밥먹으러 다니시는 분들을 주요 대상으로 해서 정부종합청사 후문 한 켠에 서 있었지요.

 

교육집회가 있을 때 친구들이랑 자주 왔던 곳이지만, 이렇게 혼자서 찾아온 데다가 1인시위라는 것은 처음 해보는 거고 해서 조금은 낯설고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함께 와준 동지가 옆에서 폰카를 열심히 들이대는게 참... 역시 1인시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옆에서 사진을 찍어주는, 그래서 2인시위가 되게 해주는 사람이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스크린쿼터 축소폐지에 반대하던 최민식이나 장동건이나 전도연이 그랬던 것처럼, 저에게도 언론의 시선이나 많은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 어쩌나 하고 다소 긴장이 됐습니다. 막상 참여해보니 하하 그만, 편하게 하고 말았답니다.

 

 

마침 노동기본권, 해직자 복직, 연금개악과 공무원퇴출제 저지 등을 공무원노조의 집회도 있었고, 사학법 개악에 대해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실기교사'라는 듣도보도 못한 희한한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하는 특수교육과 학우들의 일인시위까지 진행중이어서 자리를 잡기가 참 애매했습니다. 저마다 속한 곳에서 자신의 삶과 직결된 문제들을 비판하고 주장하는 민주주의의 모습을 생생하게 볼 수 있었지만, 나름대로 이른 시각에 일어나서 참여하는 제 목소리가 묻혀버리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살짜쿵~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지금 내가 여기에 서서 하고 있는 얘기들은 우리에게 그리고 또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혹은 그 전부터 쭈~욱.. 왜 하는지도, 어떤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해 왔던 국기에 대한 맹세, 괜히 멋있어 보여서 따라했던 국기에 대한 경례가 결국에는 나의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고 억압한다면, 이는 또 하나의 폭력이지 않을까.. 애국심이라는게 강요한다고 해서 될 것도 아닌데다가, 이런 국가주의를 강요하는 흐름이 과연 모두가 평등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회를 만드는 데 부합하는 것인가,, 하면 아니라는 거죠. 또한 앞으로 교육노동에 종사하는 교사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그런 사회를 위한 교육을 만들어나가고자 하면서 동시에 비민주적이고 맹목적인 행위를 아이들에게 가르친다면 이 또한 모순적이지 않을까.. 아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할 것인가 계속 고민하며 살아야겠다고 또 한번 다짐했답니다.

 

이런 저의 마음을 알았는지, 바쁘게 지나가는 분들도 관심을 갖고 피켓을 봐 주시더군요. 제 얼굴은 안보고 말입니다.

처음엔 민망한 나머지 시선을 피하는데 급급했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저도 여유를 찾아서인지 지나가는 분들과 눈을 마주치며 엷은 미소를 날리는 센스까지- 후훗

 

 

작년에 일본에서는 교사들이 기미가요를 부를 때 크기가 몇 데시벨 이상이 돼야한다는 식의 규칙을 정할 때, 이런 태도를 한국 정부가 비판하는 것을 얼핏 들었습니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거부한 교사에게 중징계를 내리고 국기법(국기에 대한 법이 있다니..세상에~!)도 수정, 강화하려는 한국 정부도 똑같네요뭐..

지난 6월, 언론에서는 6월항쟁 20주년을 맞아 민주화가 이루어졌다면서 떠들어대기도 했는데요, 국기법 같은 것에 대해서 가만히 두고 있다간, 눈앞에서 민주주의의 후퇴를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상투적인 표현을 빌리자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하는,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나라사랑이 과연 자랑스런 것일까요? 진실은 저너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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