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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이 자랑스러운가?

 

한글이야말로 세계 최고의 문자이고 가장 과학적인 글자라는 말을 들으며 자랐다. 다른 나라의 글자, 다른 민족의 언어를 생판 모르는 상태에서 그러니 그러나 보다 했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어떤 작가는 한글이 아름다운 것은 모국어이기 때문이라는 말도 한다. 그렇게 따진다면 우리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자이겠지만 그렇다고 미인대회에서 우리 엄마에게 최고점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과 한글의 우수성을 밝히고 홍보하는 것은 좀 다른 일이지 않을까. 
  

경향신문 - 다시 생각해야 할 광화문 한자 현판

프레사안 - 한글학회 회장 '사죄의 절', "세종대왕 뒤에 한자 현판이 웬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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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20 회의를 앞두고 광화문 복원 사업 마무리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정부의 행태를 봐오건대 아마도 능히 그럴 것이라 짐작된다. 그 광화문에 걸릴 '광화문' 현판 글씨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는 모양이다(아니 있었던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공사 이전의 현판 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한글로 쓴 '광화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공사를 하면서 고종 때 임태영이 한자로 쓴 '광화문'을 내건다고 한다. 임태영이 누군가 찾아봤더니 고종 시절 광화문 중건 당시 훈련대장을 지낸 이라고 한다.  

 

사실 독재자 박정희의 글씨가 그야말로 광화문 한 복판에 걸린다는 게 좀 쪽팔린다. 그렇다고 고종 때 훈련대장이 쓴 글씨가 내걸리면 그 쪽팔림이 좀 덜해질까. 박정희가 잘 한 거보다 잘 못 한 게 많은 인물이라고 해도 조선을 말아먹은 왕조에서 한 몫 크게 했던 고종도 거기서 거기가 아닐까. (노무현 정부 시절 유홍준 문화재청장의 주도로 광화문 복원 공사가 시작되었고 현판 교체도 그때 결정되어 논란이 일었다. 당시에 박정희에 대한 역사적 평가의 한 부분으로 말이다.)

 

문화재청의 입장은 경복궁의 본디 모습을 되찾으면서 정문인 광화문 현판을 복원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유리 원판 사진에서 디지털 기술로 고종 때 임태영이 쓴 현판 글씨로 복원할 것이란 이야기다.   

 

하지만 정작 본래의 광화문은 임진왜란 당시 경복궁과 함께 불 타 없어졌는데(그것도 왕조의 배신에 분노한 인민에 의해서) 고종 때 다시 세워진 건물을 모델로 복원 운운하는 것이 좀 우습다. 더군다나 과연 유적, 문화유산의 복원이란 게 좀 그렇다.   

 

불에 타 없어진 남대문을 지을 때 썼던 것과 비슷한 소나무, 그때의 기술, 그때의 방법을 동원하여 짓는다고 남대문이 복원되는 것일까. 역사란, 역사유적이란 결국 그 시대에 따라 재창조되고 다시 만들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유적, 문화재를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타지마할과 앙코르와트를 보러가는 거 아니겠나.

 

물론 재현이 의미 없다는 게 아니다. 다만 재현과 복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게 안타깝고 그저 재현하는데 복원 운운하며, G20이 그렇고 중앙청이라 불리던 과거 일제총독부 건물을 허물 때 그랬든 국운 상승 운운하며 거기에 뭐 대단한 의미가 있는 듯 하는 게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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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는 어떤 나라 사람들이 한글을 자기 문자로 삼았다며 한글의 우수성이 입증되었다고 얼마나 자랑을 해대던지, 참 남부끄러웠다. 물론 '어린백성을 위해 만들었다'는 한글의 창제정신, 그리고 이른바 배운 자들의 핍박을 받아가며, 그러면서도 배우지 못한 자, 힘 없는 사람들이 애용했으며 그들의 손과 입을 통해 풍요로워진 역사는 참 뿌듯하고 자랑스럽다.  

그런데 과연 작금에 그 한글을 누가 자랑스러워 한다는 말인가? 광화문 한 복판에 한자로 걸린 ‘광화문’을 보며 어느 외국인이 “너희들은 한글이 그렇게 좋다며 저건 뭔가?” 하면 뭐라 답할 생각인지. 오뤤지의 대한민국에서, 서울은 온통 ‘Hi, Seoul’로 도배되고 ‘동사무소’는 ‘주민센터’가 되는 나라, 그것도 광화문 앞에서 한글이 우수하니 어떠니 하는 말은 낯간지러워 도저히 못 할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