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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로 본 빈익빈 부익부

통계로 본 빈익빈 부익부

 

[특별기획]사회적 빈곤에 철퇴를<2>-빈곤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인권침해'(2)
상하위 20%간 소득격차 7.75배, 상위 202만 9천원 흑자, 하위 24만 9천원 적자
김삼권 기자 

빈곤, 그 잔인함의 이름으로

겨울은 '없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계절이다. 이제 곧 겨울이 시작된다. 겨울이 '없는' 사람들에게 잔인한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잔인함' 때문이다. 대도시에서만 하루 평균 3명 꼴로 생계를 비관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매년 400여 명의 노숙인들이 차가운 시멘트 위에서 생을 마감한다. 돈이 없어 전기 요금을 미납한 가구가 89만 가구에 달하고, 3개월 이상 요금을 미납해 도시 가스 공급이 끊긴 가구가 8만4천 가구에 이른다.

언제부터인가 언론은 '빈곤'에 관심이 많아졌다. '빈인빈 부익부', '20:80' 등 한국 사회 빈곤의 실상을 알려주는 카피 문구는 신문지상을 통해 심심찮게 발견된다. 그들이 관심을 가지는 의도가 어떻든 간에 한국 사회의 빈곤은 더 이상은 묵과할 수 없는 문제가 되어 버렸다.

정부 측 주장에 따르면 실업 상태에 있거나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노동빈곤층(working poor)'은 5백만 명 정도이다. 그러나 정부의 빈곤 규모 계측이 5년 마다 한번 씩 이루어지고 있어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체로 연구자들은 현재 빈곤 규모를 8백만 명에서 1천2백만 명 선으로 잡고 있다. 그러나, 적게는 8백만, 많게는 1천2백만의 빈민들 중 유일한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는 1백4십만 명에 불과하다.

경제 위기 이후 급증하고 있는 일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층'은 한국 사회에서 빈곤이 개인적인 무능의 소산이 아님을 여실히 보여준다. OECD는 저임금의 기준을 '상용직 풀타임 중위임금의 2/3'로 잡고 있다. 이러한 OECD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저임금 노동자 규모는 2003년 현재 120만 원 이하 720만 명(51.0%)으로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정규직의 5명 중 1명, 비정규직은 10명 중 7명 이상이 저임금 계층에 속하고 있다.



더 가난하게, 더 부유하게

노동자들의 전반적인 빈곤화와 더불어 진행되고 있는 양극화 현상은 '없는' 이들이 그나마 가지고 있던 희망까지 앗아가고 있다.

통계청 발표 자료('2004년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2004년 1분기 현재 도시 근로자 가구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5.7배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자료는 자영업자와 무직자를 통계에서 제외하고 있지만, 이들을 포함할 경우 두 계층 간 소득 격차는 7.75배까지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통계청 조사에서 2004년 1분기 하위 20%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09만 원으로 지난해 1 분기에 비해 3.1% 늘어나는 데 그쳤지만, 상위 20% 가구는 624만 원으로 7.5%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자료에 따르면 상위 20%의 월 평균 가계흑자액은 202만9천 원으로 지난해 1분기 대비 3.3%의 흑자율을 기록했지만, 하위 20%는 -24만9천 원으로 -34.5%의 적자율을 나타냈다.

이러한 양극화 현상은 소득 뿐 만 아니라 일자리의 변화에서도 확인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일자리의 양극화와 빈곤정책의 방향')에 따르면 최근 10년(1993-2002) 동안 상위 30% 고소득 일자리는 144만개, 저소득 일자리인 하위 30%는 118만 개가 늘어난 반면 중위권인 40%-70%의 일자리 증가는 26만 개에 그쳤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이 보고서는 "중위 직업에서 정규직 일자리가 소멸하고, 하위 직업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증가했다"며 "빈곤의 문제는 노동시장으로부터 배제된 취약 계층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노동빈곤'의 문제"라며 불안정노동으로 인한 빈곤화와 양극화 현상을 지적했다.

빈부의 양극화 현상은 소득계층별 저축률에서도 확인된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상위 30%의 저축률은 97년 37%에서 외환 위기 이후 1-2% 이내의 미세한 가감을 보이고 있는 반면 하위 30%의 저축률은 97년 당시 9%에서 지속적으로 떨어져 04년 1분기에는 -12%로 빚을 내 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하위 30% 계층 뿐만 아니라 중위 40% 계층 역시 저축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2004년 1분기에는 저축률이 97년 27%에 비해 12% 하락한 15%를 기록했다. 97년 이후 소득계층별 저축률의 변화는 외환위기와 경제 불황의 여파가 중하위 계층에 집중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세계적인 백만장자 배출국, 한국

저임금과 불안정 노동으로 인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빈곤화되고 있지만 한국은 세계적인 백만장자 '배출' 국가이다.

미국 투자은행 멜릴린치와 컨설팅 업체 캡제미니가 68개 국을 대상으로 공동 실시한 '세계 재산보고서'에 따르면 2003년 한국의 '다액순자산보유 개인(HNWI,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이 100만 달러 이상인 사람)' 증가율은 홍콩과 인도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내 HNWI는 2002년 보다 1만 명이 늘어난 6만5천 명으로 18%의 증가율을 보였다. 이는 전 세계 HNWI 증가율(7.5%)을 두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HNWI의 높은 증가율은 한국이 OECD 소속 국가들 중 세 번째로 높은 소득불평등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려 본다면 씁쓸할 따름이다.



이건희 회장 일가 재산, 4조 8천억

주주 지분 정보제공업체인 에퀴터블은 자체적인 조사('2003년 한국의 100대 부호')를 통해 한국 부호들이 보유한 금융 자산 규모를 발표한 바 있다.

에퀴터블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대표적 HNWI인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보유한 총 금융 자산 규모는 1조 4천억 원이고, 이 회장 일가(직계가족)의 재산을 모두 합친 금액은 4조 8천억 원에 이른다. 이 같은 액수는 2003년 한국의 국민총소득(GNI, 645조 4천억 원)의 0.8%에 육박하는 액수다.

2003년 현재 최저임금(시급 2,275원) 이하를 받는 노동자는 62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또 이들 중 97%가 비정규직이다. 하루 12시간을 꼬박 일하고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지하철 청소용역노동자들의 시름 섞인 한숨. 그들의 한숨은 그 어떤 통계보다도 한국 사회의 모순을 잘 보여주는 것이다. 곧 시작될 겨울에 또 얼마나 많은 이들이 '사회적 살해'를 당하게 될지, 우리 사회 빈민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만 간다.

미디어참세상 + 불안정빈곤공동행동 공동기획 : 사회적 빈곤에 철퇴를
1회 -'사회적 가난'의 자화상 : 가난은 예외적인가?(10월 29일)
(기고)사회적 빈곤, 사회 파괴 기계로 작동하는 현실 (사회복지와노동 포럼팀)
(취재)"800만 빈곤층 불안정노동의 결과" (김삼권 기자)
2회 - 빈곤은 '불가피'한 것이 아닌'인권침해'(11월 3일)
(기고)"인권의 주장을 통해 수혜자가 아닌 권리주체로" (류은숙)
(취재)통계로 본 빈익빈 부익부(김삼권 기자)
3회 - 불안정 노동 : 가난의 다른 얼굴(11월 10일)
4회 - 자본금융화의 ‘폭력적 희생자’ - 신용불량자(11월 17일)
5회 - ‘가난’의 관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허와 실(11월 24일)
6회 - ‘가난’의 여성화, 여성의 빈곤화(12월 1일)
7회 - 사회연대기금, 노조운동의 활로인가? 늪인가?(12월 8일)
8회 - 기업의 사회공헌, 기부운동의 실태, 과연 아름다운가?(12월 15일)
9회 - ‘제국의 심장’안에서의 빈곤 실태(신자유주의의 천국, 미국의 실태와 현황)(12월 22일)
10회 - ‘가난’에 대한 운동진영의 대응,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하자(12월 29일)
2004년11월04일 19:3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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