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의원이 대선출마선언을 한다고?

2007/02/04 16:51

노회찬 의원이 기자간담회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민주노동당 내에서는 처음이다.
그런데 그 기자간담회에서 나왔던 얘기들이 상당수 고개를 끄덕이게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노회찬 "민주노총 할당제 없애야" (오마이뉴스, 2007-02-01 14:49, 박형숙(xzone) 기자)
막 오른 민노 대선경쟁... 심상정 '준비 한창', 권영길 '삼수 고민'
    
노회찬, 2월 25일 대선 출마 공식 선언 (레디앙, 2007년 02월 01일 (목) 09:58:40 김은성 기자)
"지금 당 모습으론 안돼…'새세상 대장정' 시작할 것 
    



노 의원은 이 자리에서 “다가오는 대선과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이 도약한다면 빠른 속도로 한국 사회를 바꿀 수 있을 것”이라며 “세상을 바꾸기 위해선 이제까지의 민주노동당 모습으로 안 된다. 당의 과감한 변화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과정이 대선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의원은 이어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당 조직과 활동방식, 정책노선의 변화가 필요하다"면서 "당 정체성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라고 밝혔다.
    
--> "당 정체성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노회찬 의원의 발언을 보고 갑자기 마누라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는 모 재벌회장의 발언이 생각났다. 당 정체성과 당조직, 활동방식, 정책노선이 따로 따로 존재하는 것인지... 그리고 그런 당의 과감한 변화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야 한다.
   
민주노동당의 문제 중의 하나가 바로 당이 의회를 지도하지 못하고, 의원단이 당의 통제 없이 각자 개별적으로 하나의 권력으로서 활동하는 것 아니었던가. 물론 여기에는 무능력한 최고위원회도 한 몫을 했지만, 전혀 당의 눈치를 보지 않는 의원단의 문제도 주요하게 작용하였다. 그 중심에 노회찬 의원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 그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 바로 노회찬 자신의 활동에 대한 평가부터 하라는 뜻이다. 당을 중심으로 말이다.
    
'민주노총당'이라는 비난에 대해서도 "민주노총과 민주노동당은 서로 독립적이며 동반자적 관계"라며 "지분으로 힘을 행사하려고 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창당 과정에서 부득이 하게 채택한 민주노총 할당제 방식은 극복되어야 한다"며 "장기적으로 없어져야 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민주노총이 당 대의원·중앙위원의 28%를 차지하도록 한 부분할당제는 그간 꾸준히 당내에서도 문제제기를 받아왔다. 
    
--> 노회찬 의원은 민주노총 할당제에 대해 타당한 문제제기를 했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꼭 대선이 가까워져서야 하는 걸까. 한참 민주노동당이 할당제 문제로 시끄러울 때 자신의 의견을 밝힐 수는 없었나. 이러니 그 발언의 진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정책노선에 대해서도 "사실 대기업 노동자들에게는 민주노동당이 해줄 게 없다"며 월소득 150만원 이하의 하위층을 대변하는 '민생 경제'로 승부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 민주노동당이 비정규직노동자와 하층 노동자를 대변해야 함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당이 해줄 게 없나? 대기업노동자들을 잘 대변하고 있기는 한가? 아니 대변한다는 용어가 가지는 함의는 타당한가? 
   
노회찬 의원의 발언은 최근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보수언론의 무차별적인 비난공세에 묻혀간다는 느낌이다. 대기업노동자, 중소기업노동자, 하청노동자 등과 관계없이 산별노조 건설에 당이 힘을 보태고, 하나의 계급으로 형성되도록 만드는 것만으로도 대기업 노동자들에게 해줄 수 있는 커다란 기여가 아닌가? 정치인으로서의 노회함을 발견하게 된다.
    
 
노 의원은 이번 대선을 범여권, 한나라당 그리고 민주노동당 후보로 치러지는 3강 구도로 상정했다. 노회찬 의원은 "이번 대선에서 민주노동당은 사회 양극화의 주범인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양당을 모두 심판하겠다"며 진보-보수의 정치 구도를 명확히 하겠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3강 구도로 치러진 87년 김대중 후보의 득표수 800만표를 목표치로 내세웠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는 100만표에 조금 못미치는 3.9%를 득표했다. 노 의원이 내세우는 수치는 30%가 넘는다. 노 의원 측에선 "민주노동당이 잘 나갈 때는 20%를 넘긴 적도 있다"며 "그만큼 돌풍을 다시 일으키겠다는 각오"라고 설명했다. 
   
---> 그렇게 800만표의 득표를 할 수 있는지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그게 민주노동당에게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기자단을 상대로 발언한 것이니 나름대로 이해할 수는 있지만, 대선의 목표를 그런 식으로 잡는 게 타당한가? 그리고 민중들은 자신에게 무엇을 믿고 그렇게 표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말빨? 인지도? 정책? 비전?
   
대선이 그렇게 중요한 정치적 계기라면 이를 통해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정치의 주체로 서게 만드는 작업이 무엇인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특정 인물에 대한 열광이나 지지의 표출이 정치를 좌우하는 현실은 노무현 하나로 족하지 않을까. 
    
노 의원은 “민주노동당이 국민들에게 총체적 이해 없이 운동권, 데모 정당 등 파편적 이미지로만 보이고 있어 문제”라며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노동당의 총체적인 철학과 다른 당과 차별된 정책이 어떻게 다른지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 노회찬 의원은 지금까지 대선국면에서 자신의 명확한 정책이나 구상을 밝힌 적이 없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총체적 이해를 위해 그는 무엇을 해왔는가? 그 또한 보수정치인들과 거의 비슷하게 자신을 위한 행보를 해왔으며, 그 과정에서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대상화시켜 왔다고 본다. 물론 이것은 다른 의원단 후보군들도 마찬가지이다. 
  
민주노동당의 총체적인 철학, 차별된 정책을 보여주겠다, 보여주어야 한다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한 말은 갑작스레 화려하게 "짠"하고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의 정치적 사안에서 드러나야 한다. 나는 그가 그런 모습을 보여줄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갖지만, 보여준다고 해도 그 진정성에 대해 의심할 수 밖에 없을 듯하다.
      
후보선출 방식에 대해서는 "열린우리당마저 기간당원제를 포기한 마당에 민주노동당의 진성당원제는 한국정치 발전을 위해서도 지켜야할 큰 가치"라고 전제한 뒤 "하지만 당원들의 결정을 무조건 따르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노 의원은 당내 대선 후보  경선 방식에 대해 “당 결정이 나오면 무조건 받아들이겠다”라고 전제하며 “다만 개인적으론 진성 당원제가 진보정당의 자존심이자 한국정치의 자존심이라고 생각한다. 선출 시기는 6월 말이나 7월초가 적절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 10일에 있을 중앙위원회에 대선후보선출방식이 안건으로 상정된다. 당헌개정안으로 부칙9조에 [2007년 대통령선거에서는 당원 이외의 참여를 허용하여 대통령후보를 선출할 수 있다]는 안이 최고위원회에서 표결로 통과되었고, 중앙위원회를 거쳐 2월 25일 있을 당대회에 상정되는 것이다. 현재 자민통 진영은 이를 정략적으로 적극적으로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게다가 민주노총의 신임 이석행 집행부는 민주노동당에 민중경선제를 강력하게 요청하였다. 중앙위원회 안으로 상정되어 당대회에 올라오는 파괴력이 있는 만큼 2/3의 찬성으로 통과될 수도 있다. 통과가 안되더라도 아마 다양한 방식으로 당원 선출 방안을 바꾸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회찬의원은 진성당원제가 '진보정당의 자존심'이라고 하면서도 당 결정이 나오면 무조건 따르겠다고 하였다. 대선후보선출방식에 있어서 실제로는 한 걸음 물러서 있는 것이다. 자신이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어떻게든지 사수하려고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해 당원들을 결집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발언에 나타난 노회찬 의원의 태도는 기회주의적으로 비친다. 아예 전제를 달지 말든지.. 
    
노 의원은 1일 부터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87인’(약칭 새꿈들)을 인터넷 등으로 공개 모집해 25일 출마 선언 시 이들과 함께 새로운 시대의 가치와 비전을 담은 ‘시대 선언’을 채택할 계획이다.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 87인’은 새로운 20년, 한국 사회의 주역이 될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직업군을 중심으로 상징성, 생활 조건 등을 고려해 모집할 예정이며, ‘87’은 87년 체제의 극복을 의미하는 숫자이다.
  
이어 노회찬 의원은 출마 선언 후 이들과 더불어 ‘새 세상 대장정’을 시작할 계획이다. ‘새 세상 대장정’은 ‘새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이 상징하는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을 현장에서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바탕으로 정책과 공약을 만들겠다는 ‘현장 중심, 정책 위주’ 선거 원칙을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의 표현이다.
    
--> 노회찬 의원은 2006년 9월 '100일 민심대장정'이라는 민생투어를 벌이고 있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에 대해 "자체 제작한 '체험, 삶의 현장'에 고정 출현하는 꼴"이라고 하면서, 자신의 민생철학에 대해 "아프리카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투어하지 않는다, 백인이나 하는 것이다"라고 일갈하였다. 그와 관련된 기사를 보고 역시 "노회찬"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도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한 후 '새 세상 대장정'이라는 민생투어를 한단다. 이를 통해서 자신의 새로운 이미지를 창출할 수 있고, 지금 민생특위를 하면서 각광을 받고 있는 카드수수료 인하운동을 이어갈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그의 민생투어는 뭔가 굉장한 차별성이 있을까. 내 눈에는 손학규의 이벤트와 별로 달라보이지 않는데... 87명 함께 하니까 쪽수가 좀 다른가. 87명의 사람들이 또 어떤 사람들일지 정말 궁금하다.
    
노 "대중적 메신저", 심 "실력과 가능성" (레디앙, 2007년 02월 02일 (금) 21:32:07 정제혁 기자)
[민주노동당 대선 후보 움직임] 주자별 경선 전략 분석
     
내가 노회찬 의원을 너무 삐딱하게 보는 걸까.
대선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다른 2명 민주노동당 의원에게도 이와 비슷한 느낌을 갖고 있으니 오해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는 '노심초사', '노심권사'한다고 하는데,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로 노가 되든, 심이 되든, 권이 되든 뭐가 얼마나 달라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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