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신당을 탈당하다

2008/04/26 20:16

아무래도 진보신당에 가입했던 것은 성급했던 듯하다.
선도탈당파로서의 의무감에 가입하기는 했지만, 아무래도 나에게는 "이 당이 아닌게비여"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진보신당의 돌아가는 분위기(중앙은 물론 지역도...)가 나와는 맞지 않았다. 
노동자중심성과 관련된 문제는 제껴놓고 얘기하더라도,
당원이 된 이들이 지속적으로 각성하고 정치의식을 키워나가는 것이 아니라,
그 동안 자신이 가져왔던 이미지를 소비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으로는 문제가 있다고 보았다.
 
부족하나마 진보정당이라면 가져야할 몇 가지가 있다고 본다.
하지만 지금의 진보신당은 그러한 것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민주노동당보다 못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고 변화될 가능성이 있는가 하면 그것도 아닌 것 같다. 그래서 그 동안 계속 고민해오다가 탈당을 결심하게 되었다.
진보신당 홈페이지의 회원탈퇴 게시판에 이렇게 써넣었다. 
 
"진보신당이 제가 생각하는 진보정당의 상과 다르다고 보아 탈퇴합니다.
탈당처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탈당한다고 해서 내가 노동자의 힘 중심의 변혁적 노동계급정당에 동의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다. 그 또한 진보신당과는 다른 편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진보정당운동을 아예 잊고 지내고자 하는 것도 아니다. 사실 진보적인 지향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의식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현실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 및 비판과 함께, 지속적인 학습과 교육, 그리고 뜻을 같이 하는 이들이 함께하는 조직(여기에서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어야 한다)이 필요하다. 이 중에서 하나가 빠진다면 골방좌파가 되거나 계속 우경화되거나, 친목계원이 된다.
 
나에게 진보신당은 그런 조직을 주지 못하였고, 주지도 않을 것 같다. 그렇다면 어쩌다 집회에 나가든지 무슨 모임에 나갔을 때 마땅한 소속이 없어서 뻘쭘해지는 양상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관건인데, 이것은 좀더 고민해봐야겠다. 소속된 조직은 많은데, 딱히 나에게 어떤 정체성을 주는 정치조직은 없다. 물론 누구에게나 이런 조직이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최근에는 거의 활동이 없고(아니 활동할 의사도 없고), 그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서 한 조직이라고 보기 힘든 ㅇㅇ이 나에게 답을 주지는 않는다. 
 
생각이 비슷한 몇몇 동지들을 계속 규합해내고, 함께 제대로 된 진보정당 건설을 위해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자 한다. 이것도 시간과 정력이 요구되는데, 현재의 내 조건에서 과연 얼마나 여력을 낼 수 있을지...
 
덧붙여, 이제 진보신당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에 올라오는 댓글도 보지 못하게 되는데, 시원섭섭하다. 댓글들 보면서 논의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는 내가 좀 안타깝기도 하고, 열받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제는 그런 것에 신경쓰지 않게 되어서 홀가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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