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중에 행진'을 보다

2009/03/26 00:54

'한밤중에 행진'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기억력이 비상한 것을 빼면 나와 비슷한 미타 소이치로인 것 같지만, 인칭으로 봤을 때 양아치인 요코야마 겐지에서 구로가와 치에가 주인공이다. 이 세 명이 중심인물. 하지만 졸부, 강도, 회사원, 양아치, 야쿠자, 고문관 회사원 등 각각의 캐릭터가 인상적으로 그려져있다. 이러한 인상적인 캐릭터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가진 특징이 되었다. 공중그네, 인더 풀에서는 정신과 의사 이라부에게 오는 환자의 관점에서 얘기를 풀어나간다면, '한밤중에 행진'은 '남쪽으로 튀어'와 같이 쭉 이어지는 장편소설인데, 느낌이 조금 다르다. 
 
'남쪽으로 튀어'를 볼 때는 글에 나오는 멘트 중에 쓸만한 것들을 따로 적어놓았는데, 한밤중에 행진은 그럴만한 것이 없었다. 한마디로 읽고 유쾌했으면 되는 그런 소설이라고나 할까. 오후에 강의 갔다 오면서 보기 시작해서 꼬박 보고 쫑했다. 원래는 틈틈히 시간내서 연구실 왔다갔다 할 때, 식사할 때 보려고 했는데...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일단 잡으면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한다.
 
감명깊은 대목은 없는데, 나이가 나이인 때문인지 생각나는 구절이 하나 있다.
 
세 사람(미타, 겐지, 치에)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야쿠자들을 스쳤지만 눈길만 한번 던졌을 뿐이었다. 젊어서 다행이다.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이렇게 길거리를 달려도 너무 자연스러우니까.
 
개뿔... 소설에서 세 사람은 모두 스물다섯 동갑내기이다. 내가 저 나이 때는 뭘했나. 사실 이런 소설도 일종의 현실도피 아닐까. 일본의 20대가 이렇게 사는 이들이 별로 없을 테니까. 오히려 프리터족으로 나오는 치에의 남동생 다케시가 더 전형적인 인물 아니던가. 그런데 프리터족이 저렇게 무능하면... 쩝..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은 남쪽으로 튀어, 공중그네, 인더 풀에 이어 4번째인가. 하나가 더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라라피포에 이어 5번째이다. 왜 라라피포가 생각나지 않았나 했더니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 치고는 그리 재미 있다는 인상을 받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명문대 출신의 프리랜서 기자, 애로배우가 된 주부, 여자 등쳐먹고 사는 건달, 노래방 알바, 관능소설가, 테이프 리라이터 등 전혀 성공할 것 같지 않은  별 볼 일 없는 사람들의 얘기이다. 당연히 그들의 인생도 뻔하고, 여기서 내가 얻을 것이 별로 없었다. 그래서 재미가 없었나 보다.
 
'한밤중에 행진'의 책 표지는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이 항상 그렇듯이 만화의 표지와 비슷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대출해서 본 이 책은 겉표지가 조금 다르더라.
 
참, 왜 제목이 한밤중에 행진일까. 항상 한밤중에만 사건이 일어나서인 것 같기도 하고...
한밤중에 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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