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유혈 참극과 유럽의회 선거 결과

2009/06/14 21:08

2009/06/12 12:48:08
1. 이번 주에 해외에서 벌어진 일 중 관심이 갔던 것은 아마존 유혈 참극과 유럽의회 선거 결과였다. 그런데 내가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에 관심을 집중하더라. 아니 전자를 언급하는 걸 보기 어려웠다.
 
2. 아마존 개발이라는 게 원주민들에게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지를 이번 사태를 통해 알게 되었다. 페루가 아닌 브라질이라면 어떠했을까.
 
3. 사민주의의 퇴조와 극우파의 진출이 유럽의회 선거결과를 바라보는 일반적인 시선이었다. 여기저기 귀동냥을 하면서 살펴보니 꼭 그렇게만 볼 것도 아니더라. 사민주의가 꼭 후퇴한 것만도 아니고, 극우파가 유럽 전반적으로 약진한 것도 아니고... 녹색당도 프랑스에서만 선전했고... 
 
사실 나는 사민당 왼쪽에 있는 세력들의 성적표에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냥 그저 그런 결과를 냈다. 사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어느 쪽이 결실을 따가느냐가 흥미로웠는데, 무승부는 아니고 오른쪽으로 좀더 쏠려 있다. 유럽 전역에서 긍융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이러한 결과는 기존 사민주의 세력의 무능을 반영하는 게 아닐까.
 
아무튼 관련기사를 담아놓는 것으로 만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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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4 20:51:32
장석준 동지가 <주간 진보정당>에 쓴 유럽의회 선거 분석글을 추가로 옮겨온다. 주로 국내보수 언론의 왜곡을 반박하는 방향에서 평이하고 이해하기 쉽게 서술하고 있는데, 자칫 놓치기 쉬운 부분들을 잘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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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혈 참극된 아마존 反개발 시위 (서울, 정서린기자, 2009-06-08  18면)
개발 반대 원주민 경찰 억류에 페루 정부 무력진압
 
페루 아마존 지역의 원유·가스 개발을 둘러싸고 지난 4월 초부터 촉발된 원주민들의 시위가 최근 격화되면서 어린이 3명을 포함, 시위대 30명이 숨지고 155명이 다쳤으며 경찰도 22명이 사망했다고 AP통신이 7일 보도했다.
 
6일 아마조나스주 이마시타에서는 시위대가 국영 석유회사 페트로페루에 경찰 38명을 억류했다. 보안군이 이를 탈환하는 과정에서 경찰 9명이 숨졌다. 앞서 5일 새벽에는 바구아 지역의 ‘악마의 커브’에서 5000여명의 시위대가 주요 도로를 점거, 경찰이 진압하는 과정에서 원주민 22명과 경찰 8명이 사망했다.
 
참극이 빚어지자 페루에서는 내각 개편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수도 리마의 엘리트 계층과 지역 빈민들 간의 갈등도 깊어지며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에게 최대 악재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맺은 가르시아 대통령은 아마존 열대우림에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자유롭게 원유, 가스, 광산업, 농업 투자를 할 수 있게 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아마존 지역에서 벌채와 바이오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야심찬 계획도 설계 중이다.
 
그러나 현지 원주민들은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6개주에 거주하는 아마존 인디언 3만명이 피해를 입게 됐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법안 철폐를 외치며 지난 4월9일부터 산발적으로 주요도로와 송유관 등을 막고 시위를 벌여 왔다. 또 현 정부가 외국기업들과 계약하기에 앞서 원주민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에 분노하고 있다.
 
미 듀크대의 지난해 연구에 따르면 페루 우림지역 72%(64개 지역 중 59개 지역)가 원유·가스 개발 계약 등에 묶인 ‘원정투자’ 대상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페루 정부는 지난 5월 4개 정글주에 ‘60일간의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의회는 원주민 지역사회가 반대하는 법안을 철회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가르시아 대통령은 “중요자원 지역 대부분은 이미 보호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국내에서는 가르시아 대통령의 실책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의 ‘공격적인 개발 논리’에도 불구, 국내 빈곤율은 아직도 37%에 달한다. 정부가 자유시장과 외국투자 유치에 열을 올리지만 이는 대부분 도심지역의 엘리트에 혜택을 주는 것일 뿐 빈곤층 구제는 외면했다는 지적이다. 지난 4일 의회에서 열릴 예정이던 공개토론도 정부 측의 일방적인 저지로 무산돼 원주민들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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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가 뭐길래…'아마존 유혈 참극' 수백 명 사상 (프레시안, 이승선 기자, 2009-06-10 오전 8:47:02)
개발 강행에 반발한 페루 원주민…경찰 총격으로 수십 명 사망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이 끝내 페루 일대 아마존 지역에 유혈참극을 불렀다. 미국과 페루가 맺은 FTA에는 미국 자본이 열대우림 지역에서 원유·가스 개발, 벌목, 채광, 대규모 농경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개발법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페루 아마존 원주민들은 이 법이 6개주에 거주하는 인디언 3만명의 삶을 위협하는데도 충분한 협의 없이 정부가 밀어부치고 있다며 지난 주말 격렬히 반발하며 경찰과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를 냈다.
 
9일(현지시간) 미국의 방송에 따르면, 원주민과 경찰의 충돌 후 현재 불안한 대치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페루 북서부 도시 바구아 일대에서 벌어진 이번 충돌로 인해 사상자가 얼마나 발생했는지는 정부 측과 원주민 측의 주장이 크게 다르다.
 
페루 정부 측에서는 경찰 24명과 원주민 9명이 사망했으며, 부상자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앰네스티에서는 원주민 30명 이상이 죽고, 경찰 22명이 살해됐다고 추정하고 있다. 통신은 부상자만 수백명에 이른다고 전했다.
 
그러나 원주민 측에서는 사망자와 실종자 수는 훨씬 더 많은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일부 원주민 인권단체들에서는 사망자 및 실종자 수가 100명이 넘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환경단체 '아마존 워치'는 정부가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시체들을 강이나 밀림 속에 은폐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경찰이 헬리콥터까지 동원해 무차별 사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아마존 워치'의 그레거 맥레넌은 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해도 사람들이 움직이지 않고 뭉쳐 있자 총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벨라운데 페루 외무장관은 "원주민들이 무기를 탈취해 경찰을 죽였기 때문에 부득이 사격을 하게 된 것이며, 원주민보다 경찰이 더 많이 죽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영국의 <로이터> 통신도 "페루 경찰과 원주민 충돌로 원주민 40여명과 경찰 20여명 등 60여명이 살해됐다"면서 원주민 희생자가 더 많은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이 통신에 따르면, 현재 수천명의 원주민들은 나무로 된 창으로 무장한 채 아마존을 관통하는 고속도로를 봉쇄하고 있다.
 
원주민들의 시위가 강력하게 전개되자,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은 원주민들이 테러리스트처럼 행동한다고 비난하며,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까지 제기했다. 원주민들을 부추겨 개발을 방해함으로써 페루의 발전을 가로막으려는 세력이 있다는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가르시아 대통령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밝히지 않았지만, 페루 정부 관료들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등 남미 좌파 지도자들이 가르시아의 정적 올란타 우말라와 연계돼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가르시아 대통령의 입지는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분석가들을 인용, "지지율 30%에 불과한 가르시아 대통령은 이번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서 총리를 포함한 고위 각료들을 해임하고, 개발법을 철회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나아가 이 통신은 "이번 사태는 기득권층과 서민층의 깊은 분열을 부각시켰으며, 페루를 외국 자본에 대해 보다 개방하려는 가르시아 정부를 좌초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도 전문가들을 인용 "사태의 원인이 무엇이든, 이번 유혈참극은 1990년대 공산 게릴라 '빛나는 길'과의 충돌 이후 최악의 폭력사태"라면서 "페루 정부가 매우 어려운 시기에 봉착했다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지적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폭력 사태가 확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이번처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사태는 언제든지 폭력 사태로 비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맥레넌은 "과거 게릴라와의 충돌과 이번 상황은 매우 다르다"면서 "정치 집단이 아닌 원주민들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듀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페루 열대우림지역 72%(64개 지역 중 59개 지역)가 원유·가스 개발 계약 등에 묶인 '원정투자' 대상으로 파괴 위험에 놓여있다. 페루 정부가 시위 주모자로 지목한 원주민 지도자 알베르토 피장고는 프랑스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마존 인디언 60만명을 대표한다"면서 "정부는 우리가 조상대대로 물려받은 2500만ha의 땅에 대한 권리를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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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정부-원주민간 '밀림 전쟁' 갈수록 악화 (타라포토<페루> AP=연합뉴스, 2009-06-10 16:45)
아마존 개발 갈등 유혈 충돌로 비화..노동계 총파업 가세
 
아마존 밀림지역 개발을 둘러싼 페루 정부-원주민 간 갈등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페루 경찰이 지난 5일 새벽 북부 우트쿠밤바주(州)의 '악마의 커브' 도로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수천명의 원주민들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 경찰 8명ㆍ원주민 22명이 목숨을 잃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태가 더 악화됐다.
 
이날 사태에 대해 소수종족 보호단체인 '서바이벌 인터내셔널'은 '페루판 톈안먼(天安門) 사태'가 발생했다면서 페루 정부를 비난했다. 원주민들과 노동 단체들은 오는 11일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반면 페루 정부는 원주민들과 협상을 시도했지만, 원주민들이 갈수록 과격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원주민 측에 이번 사태의 책임을 돌렸다. 페루 정부는 "경찰관들이 (원주민들에 의해) 고문당하고, 또 살해당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경찰의 과잉 진압이 유혈 충돌을 초래했다는 일각의 지적을 일축했다.
 
페루 정부-원주민 간 갈등은 알란 가르시아 페루 대통령이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을 목표로 아마존 밀림지대 개발법을 내놓으면서부터 시작됐다. 개발법에 따라 외국 기업들의 밀림지대 진출이 가시화되자, 밀림 지대에 거주하는 원주민들이 조상 대대로 물려받은 땅을 빼앗길 수 없다며 지난 4월부터 도로, 송유관 등을 점거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주민들은 가르시아 대통령이 개발법 추진 단계에서 원주민들과 협의조차 하지 않았으며, 개발법이 가시화되면 6개 주 원주민 3만명이 피해를 보게 된다면서 개발법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원주민 지도자인 '인티'는 "우리 부족은 지난 25년 간 정부에 토지 점유권을 진정해 달라고 간청해 왔지만, 고작 2㎢의 땅을 등록하는 데 성공했을 뿐"이라면서 개발법으로 원주민들이 삶의 터전을 잃게 될 것을 우려했다.
 
그러나 가르시아 대통령은 "아마존 밀림에 있는 원유, 가스 등의 자원은 현지에서 태어난 소수 원주민들만의 것이 아닌 전국민의 것"이라는 논리로 개발법을 옹호하면서, 시위 지역에 수백명 씩의 경찰 병력을 투입하는 등 치안을 강화했다. 페루 정부는 또 원주민 지도자인 알베르토 피산고에게 선동.반란 혐의를 적용해 구속 영장을 발부했다. 이에 피산고는 8일 니카라과 대사관에 망명 신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5일 유혈 충돌이 발생하고, 이튿날에도 경찰이 원주민에게 억류된 경찰관 38명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경찰 9명이 숨지고 7명이 실종되는 등 정부-원주민 간 대립이 갈수록 격화되자, 페루 정부 내부에서도 일부 내분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카르멘 빌도소 여성.사회개발부 장관이 정부의 위기 대응 방식에 불만을 품고 8일 사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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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개발” “터전 사수” 페루 정부―원주민 충돌 유혈사태… 해법찾기 고심 (쿠키뉴스, 한승주 기자, 2009.06.11 18:42)
 
페루 의회는 아마존 정글 개발을 둘러싼 유혈 충돌의 원인이 된 아마존 정글 개발법 2건에 대해 90일간의 효력정지를 의결했다고 AFP통신이 11일 보도했다. 페루 의회의 조치는 원주민과 페루 정부가 정글 개발을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주 페루 경찰이 북부 우트쿠밤바주(州)에서 정글 개발에 반대해 점거 농성을 벌이던 수천명의 원주민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유혈 충돌이 발생, 60여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했다. 원주민들의 반발이 계속되자 페루 정부군은 정글 지역에 야간 통행금지 명령을 내리고 최루가스와 총으로 원주민을 진압하고 있다. 정부군은 심지어 사망자를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태우거나 몰래 매장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인디펜턴트가 전했다. 니카라과는 페루 정부의 수배령이 내려진 인디언 지도자 알베르토 피산고의 망명 신청을 승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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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 한파에 유럽의회 선거 좌파 ‘쓴잔’ (한겨레, 조일준 기자, 2009-06-08 오후 08:50:19)
사회당그룹 의석비중 6%P 감소…중도우파 최대석 지킬듯
“좌파정당, 경기침체 우려 해소 실패”…투표율 역대 최저

 
7일 끝난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파는 약진했고, 좌파는 고배를 마셨다. 영국의 극우정당이 처음으로 임기 5년의 유럽의회에 진출한 반면, 독일의 사회민주당은 2차 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유럽연합의회가 8일 발표한 예상의석 수를 보면, 전체 736석 가운데 보수 성향의 중도우파 유럽국민당 그룹(EPP)이 267석으로 최대 의석(36.5%)을 지킬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당 그룹의 예상의석은 현재 282석보다 조금 줄어든 것이지만, 이번 선거의 전체 의석이 기존 785석에서 49석 줄어든 점에 견줘보면 의석 비중은 0.4%포인트밖에 줄지 않은 것이다.
 
대표적인 좌파계열인 사회주의당 그룹(PES)은 159석(21.6%)으로, 의석 비중이 6%포인트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정통 좌파그룹은 33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특정 정파에 속하지 않은 기타 그룹이 의석 비중을 3배 이상 늘린 90석을 얻어, 좌파 정당들에 대한 지지표 감소치의 대부분을 가져간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우향우’ 성향이 뚜렷해진 이유는 무엇보다 세계 경제위기 속에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 주요국 유권자들이 좌파 정부의 실정에 책임을 물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영국 노동당을 이끄는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보수당에 크게 뒤지면서 또 하나의 결정타를 맞았다. 독일 사회당 블록의 마틴 슐츠 의원은 7일 “오늘 밤은 유럽의 사회민주주의에 슬픈 날이다”며 큰 실망감을 표시했다. 반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에서는 집권 우파정당을 이끄는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좌파 정당들이 경기침체에 대한 광범위한 우려를 자기 자산으로 삼는 데 실패하면서, 이민자정책에 반대하는 극우파와 유럽연합에 회의적인 정당들이 강경 발언을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주었다”고 지적했다. 일부 우파 정당들은 “이번 선거결과가 세계 경제위기 국면에서 구제금융과 경기부양을 위한 재정지출 확대에 반대하는 자신들의 주장이 옳다는 걸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유례없이 낮은 투표율도 좌파 정당의 득표율 감소에 한몫 했다. 이번 선거의 투표율은 유럽의회 선거가 시작된 1979년 62% 이래 가장 낮은 43%에 그쳤다.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차기 유럽의회에서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각국의 정부규제 강화 방침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잇따라 내놓은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에 대한 금융규제 강화방안에 대해서는 새로 구성될 의회에서 부정적 기류가 형성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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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회 뒤흔든 극우파…‘파시즘 망령’이 떠돈다 (한겨레, 김순배 기자, 2009-06-09 오후 08:44:48)
반이민·강경 민족주의 정당 40석…교섭단체 구성
“경기침체·이민자 사회통합 실패가 파시스트 불러”

 
비록 중도우파나 중도좌파에 비하면 여전히 소수지만, 반이민·반이슬람·강경 민족주의 강령을 내건 극우파의 승리는 새로운 파시즘 도래의 징후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9일 “파시스트가 돌아왔다”며 “세계화의 충격과 경기후퇴, 사회변화 등이 전통 정치에 대한 불신과 공포의 씨를 뿌렸다”고 전했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 인구비례에 따라 유럽연합 의원 736명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 극우파 및 반유럽연합 정당은 8석을 늘려 40석을 차지했다. 지난 선거보다 전체 의석이 49석 준 것을 감안하면 뚜렷한 약진이다.
 
이탈리아에선 극우정당 북부리그가 2004년보다 두배가 넘는 10.2% 득표로 8석을 차지했다. 북부리그는 선거 기간에 “불법 이민과 터키의 유럽연합 가입 저지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선언했다. 유럽의 대표적 반이슬람주의 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네덜란드 자유당은 17% 득표로 4석을 차지했다. 영국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반이슬람을 주장하는 백인들만의 정당인 영국국민당이 6.5% 득표로 2석을 차지해 사상 처음으로 유럽의회에 진출했다. 오스트리아에서도 반이슬람 캠페인을 펼친 자유당이 5년 전의 두배가 넘는 13.1% 득표로 2석을 차지했다. 헝가리에선 요비크가 14.8% 득표로 3석, 덴마크에서 국민당이 14.8% 득표로 2석을 차지했다.
 
정치분석가 마시모 프랑코는 9일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에서 “네덜란드와 오스트리아 등에서 특히 심화되고 있는 외국인 혐오세력을 합법화해준 선거 결과”라고 분석했다. 경제위기 속에서 이민자가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반감과 저소득층 이민자의 범죄 등에 따른 치안불안 우려가 극우파의 표로 연결됐다는 설명이다.
 
<제3제국, 새로운 역사>의 저자 마이클 버레이는 <가디언> 기고에서 “민주주의 경험이 짧은 동유럽 등의 현상이 우려스럽기는 하지만, 극우파는 그동안 경쟁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공포에 떨 필요는 없다”고 분석했다. 리처드 오베리 에세스터대 교수는 “극우파는 새로운 사회질서나 민주주의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며 “파시즘의 복귀라기보다는 이민과 외국인, 유럽통합에 대한 두려움일 뿐이다”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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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시즘 부활인가, 정치권 혐오인가 (경향, 김민아기자, 2009-06-09 18:00:36)
ㆍ유럽의회서 극우파 약진에 해석 분분
ㆍ“이민자 증가·유럽통합 우려 복합 산물”

 
진보적 언론들은 파시즘의 부활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려하는 반면, 일부에서는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저항투표’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창당해 유럽의회 선거에 처음으로 도전한 네덜란드의 ‘자유를 위한 정당’은 17%의 득표율로 4석을 차지하며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올렸다. 이 정당은 반 이슬람·반 유럽통합의 기치 아래 표심을 공략했다. ‘영국 일자리는 영국인에게’라는 슬로건을 내건 영국국민당도 첫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해 의회민주주의의 발상지 영국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정치분석가들은 극우파의 약진을 이민자 증가와 유럽통합에 대한 우려, 경제위기와 실업률 상승에 대한 분노가 결합된 결과로 보고 있다. 역대 최저의 투표율도 이 같은 득표에 한몫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리오 세피 유럽경제사회위원회 위원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들 극우정당이 상황을 변화시킬 만한 임계질량(크리티컬 매스)에 이르지는 못할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여론에 미칠 영향 때문에 이들이 두렵다”고 말했다. 세피 위원장은 “이들은 유럽이 용납할 수 없는 ‘외부인에 대한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도진보 성향의 영국 인디펜던트는 9일 “우리는 이번 사태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며 “파시스트가 그 정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경고했다. 역시 진보적 성향인 가디언도 ‘파시즘의 부활이 진행 중인가’라는 기사를 통해 이번 사태에 대한 역사학자들의 시각을 소개했다. 데이비드 스티븐슨 런던정치경제대 교수는 “영국국민당이 유럽의회 의원 2명을 배출했다는 것은 매우 우울한 상황”이라면서 “헝가리와 발트해 연안 등 유럽의 다른 지역은 더욱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탈리아의 정치상황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시민적 자유를 위협하고 언론을 통제하고 있다. 그는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이라며 “사람들이 경제적 불확실성의 시대에 민주주의보다 권위주의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리처드 오버리 엑시터대 교수는 “영국국민당의 선전은 일종의 ‘저항투표’로 봐야 한다. 영국 유권자들이 파시즘 선호로 돌아서고 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와 독일 등에서의 극우파 부진을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독일의 극우정당은 거의 표를 얻지 못했고, 프랑스의 ‘국민전선’도 2004년 선거 때 득표율(9.8%)보다 낮은 6.3%를 얻는 데 그쳤다. 다니엘 그로스 유럽정책연구센터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국가 규모가 큰 회원국들에선 극단주의 정당이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규모가 작은 회원국에서 자신들의 영향력이 축소되는 데 대한 불만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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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화가 아니라 좌파 재편의 혼돈 (레디앙/<주간 진보신당>, 2009년 06월 13일 (토) 08:38:08 장석준 / 상상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유럽의회 선거 분석] 국내보수 언론 왜곡…승자는 극우파?
 
지난 6월 7일 유럽의회 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를 총 의석 수로만 이야기하면, 이렇다. 총 736석 중 중도우파인 유럽민중당-유럽민주파(EPP)가 265석을 차지해 교섭단체 중 1위를 기록했다. 사회민주주의 계열인 유럽사회당(PES)은 그 뒤를 이어 161석을 얻었다.
 
EPP의 이전 의석이 288석이었으니까 23석이 줄어든 셈이지만, 유럽의회 전체 의석이 이전의 785석에 비해 49석이 줄어든 것을 감안하면, 오히려 21석 늘어난 셈이다. 반면, PES는 의석 조정을 감안해도 35석이나 줄어들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결과를 놓고 가장 신난 것은 한국의 보수언론이었다. <조선일보> 등은 이번 선거 결과가 유럽 민심의 보수화를 뜻한다고 단정했다. 경제 위기에 대해 반시장적 대안을 내세운 좌파가 민심의 심판을 받은 결과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유럽 유권자들이 친시장 자유주의를 선택했다고 나팔을 불었다. 보수언론이 이번 선거 결과에서 끌어대는 엄청난 결론들을 보면, 작년 말 미국발 금용 위기 이후 이들의 외로움과 곤혹스러움이 어떠했는지 실감하고도 남는다. 이들의 입장에서 최근의 이 유럽발 외신은 한 줄기 단비와도 같은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해석이 이번 선거 결과를 제대로 직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물론 결과적인 승리자가 중도우파인 것도 맞고, 중도좌파가 패배한 것도 맞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그림의 전부일까? 혹은 여기에서 곧바로 유럽의 보수화와 좌파 전체의 쇠퇴라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게 적절한 분석일까?
 
선거 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실은 좀 더 역동적이다.
우선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43.1%라는, 기록적으로 낮은 투표율이다. 사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예전에도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이번 투표율은 지난 2004년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인 45.6%에 비해 더욱 낮아진 수치다. 유럽연합 기구들의 권한이 점점 더 커지는 데 비해 투표율은 더 낮아진다는 것은 확실히 유럽 정치의 적신호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선거 분석가들이 추정하는 것은 우파 성향 유권자들에 비해 좌파 성향 유권자들의 기권율이 더 높았을 거라는 점이다. 좌파 유권자들이 우파 정당 지지로 돌변했다기보다는 주류 좌파 정당들에 대한 불만을 기권으로 표출했을 거라는 이야기. 이것은 마치 작년 한국 총선과도 비슷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때 우리나라의 진보 혹은 중도 성향 유권자들도 투표장에 아예 안 나타나는 것으로 제도 정치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고 한나라당 승리를 감내했다. 그리고 이것이 경이적으로 낮은 투표율로 나타났다.
 
만약 이러한 추정이 옳다면, 한국 보수언론의 호들갑은 현실과는 거리가 먼 것이다. 유럽 민심의 보수화를 말하려면, 이전에 사회민주주의와 그 왼쪽의 선택지들에 표를 던졌던 유권자들이 이번에 우파 정당들을 선택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런 가정을 뒷받침할 증거는 별로 없다. 좌파의 패배를 말할 수는 있지만, 최소한 유럽의 보수화를 이야기하는 것은 분명 속단(이거나 왜곡)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 제대로 보아야 할 것은 좌파 정당들의 득표 결과가, 한국 보수언론이 전하는 것보다는, 상당히 다채롭다는 사실이다. 좌파 전체가 다 판돈을 잃은 것은 아니며, 잃은 자가 있으면 얻은 자도 있었다. 사실 PES의 패배 자체도 좀 부풀려진 감이 있다. PES의 전체 의석이 줄어드는 데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는 이탈리아에서 PES 소속 정당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까지 PES 소속이었던 좌파민주당이 중도우파와 통합하여 민주당을 만들면서 이들은 유럽의회 내 어느 교섭단체에도 가입하지 않았다. 당 내 일부는 정체성이 오히려 EPP에 더 가까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유럽연합 내 대국 중 하나인 이탈리아에 PES 회원 정당이 존재하지 않는 황당한 상황이 되어버렸다. PES가 상실한 35석 중 상당수는 이 사태로 설명이 된다.
 
그렇다 해도 영국, 프랑스, 독일 등 다른 대국에서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참패한 것은 분명하다. 프랑스에서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속한 집권 우파 ‘대중운동연합’이 29석을 얻은 반면 사회당은 고작 14석을 획득했다. 독일에서는 대연정을 이루고 있는 기독교민주연합과 사회민주당 모두 의석이 줄었다. 그런데도 기독교민주연합보다 사회민주당 쪽이 훨씬 더 초라해 보였다. 20.8%라는 역대 최저 득표율을 거뒀기 때문이다.
 
가장 참혹한 결과를 보인 것은 영국 노동당이다. 내각 부패 문제로 지지도가 땅에 떨어진 노동당은 13석을 얻어서, 26석을 기록한 보수당의 절반밖에 안 됐을 뿐만 아니라, ‘유럽통합 반대’ 슬로건 하나로 선거에 임한 극우 성향의 영국독립당(13석)과 공동2위가 되는 수모를 겪었다.
 
그러나 모든 나라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다 실패한 것은 아니다. 스웨덴 사회민주당과 덴마크 사회민주당은 여전히 정당 순위 1위를 기록했다. 동유럽에서는 슬로바키아에서 사회민주주의 계열의 스메르(Smer, ‘지향-사회민주주의’의 슬로바키아어 약자)당이 30% 이상을 득표했다.
 
좌파 내에서 가장 괄목할 성과를 보인 것은 녹색당들이다. 특히 프랑스 녹색당이 놀라운 약진을 했다. 프랑스 녹색당은 68혁명 스타 다니엘 콩방디와 반신자유주의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를 전면에 내세워서 16.28%를 획득했다. 의석도 이제는 사회당과 같은 14석이다. 영국 녹색당도 8% 이상을 얻어, 노동당 참패와 대비되는 성과를 보였다.
 
몇몇 나라에서는 급진좌파 쪽으로 표가 이동했다. 포르투갈이 그 대표적인 나라다. 포르투갈에서는 트로츠키주의자 등이 모여 만든 정당 ‘좌파블록’이 10.73%를 얻고, 공산당과 녹색당의 선거연합인 ‘민주단결연합’이 10.66%를 얻었다. 합쳐서 20%가 훨씬 넘는다.
 
덴마크에서는 사회민주당이 1위(20.9%)를 함과 동시에 사회민주당 왼쪽의 두 정당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사회주의민중당이 15.4%의 지지를 받았고, 이들보다 더 왼쪽에 있는 ‘적녹동맹’이 ‘유럽연합에 반대하는 민중운동’이라는 선거연합을 구성해서 7%를 획득했다. ‘적녹동맹’이 배출한 당선자는 제4인터내셔널에 속한 트로츠키주의자다.
 
독일 좌파당, 네덜란드 사회당 같은 대표적인 급진좌파 정당들은 크게 약진하지도 못했지만 그렇다고 사회민주당 경쟁자들처럼 참패를 겪지도 않았다. 독일 좌파당은 7.5%를, 네덜란드 사회당은 7.1%를 기록했다. 프랑스에서는 장-뤽 멜랑송 등 사회당 좌파가 탈당해서 새로 만든 좌파당과 공산당의 선거연합 ‘좌파전선’이 6%를 얻었고, 올리비에 브장스노의 반자본주의신당이 4.9%를 얻었다. 비록 반자본주의신당은 의석을 얻지 못했지만, 좌파전선과 반자본주의신당의 득표를 합하면 10%가 넘는다.
 
이탈리아에서는 공산주의재건당이 중심이 된 선거연합 ‘반자본주의’가 3.37%를, 공산주의재건당 탈당파와 사회당, 녹색당, ‘민주좌파’ 등 여타 좌파 세력이 한데 뭉친 선거연합 ‘좌파와 자유’가 3.12%를 얻었다. 둘을 합하면 독일 좌파당이나 네덜란드 사회당의 7% 대 득표율에 근접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4% 대를 넘지 못해서 유럽의회 진출에는 실패했다.
 
한 마디로, 이번 선거 결과는 중도좌파의 패배일지언정 좌파 전체의 패배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하물며 좌파 이념 자체가 거부당했다고 떠드는 것은 주관적 소망의 과잉 투영에 가깝다.
 
마지막으로 꼭 짚어야 할 것은, 이번 선거의 승자를 하나만 꼽으라면 그것은 중도우파가 아니라 극우파라는 점이다. 한국 보수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친시장 정치 세력이 승리했다기보다는 오히려 시장지상주의의 결과로 생겨난 양극화와 혼란에 대한 반동으로 유사-파시스트 세력이 급성장했다. 다시 말해, 이른바 ‘승리한 우파’는 시장주의 우파가 아니라 이들이 저질러놓은 패악을 양분삼아 성장한 인종주의, 국수주의 우파였다.
 
이 대목에서도 가장 참혹한 결과를 보인 것은 영국이다. 영국에서는 보수당 내 반유럽통합주의자들이 보수당으로부터 분리하여 만든 정당인 영국독립당이 노동당과 대등한 지위를 차지했다. 게다가 노골적인 파시스트 세력인 영국민족당이 6% 이상을 얻어 2명의 유럽의회 의원을 배출했다. 또 다른 충격적 결과를 보여준 것은 네덜란드다. 이 나라에서는 이슬람 혐오로 무장한 ‘자유를 위한 당’이 17%를 획득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벌거벗은 ‘욕망의 정치’가 지배하는 이탈리아에서도 베를루스코니의 전술적 동맹자이자 극우 지역분리주의 세력인 북부동맹이 10% 이상을 얻으며 세력을 신장했다. 그 외에도 오스트리아, 핀란드, 헝가리 등지에서 인종주의와 연결된 정당들이 상당한 지지율을 보였다. 이것은 자본주의 경제 위기가 좌파의 지지율을 늘리기도 하지만 때로는 그보다 더 강력하게 극우파의 성장을 낳기도 한다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상기시키는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 경제 위기에서도 이 무서운 진실은 예외를 허용하지 않았다.
 
적어도 이 점에 관한 한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 좌파 전체에게 확실히 뼈아픈 것이었다. 현재의 자본주의 위기 상황에서, 최소한 그 초기 국면에서는, 좌파가 극우파에 비해 역동적인 대중 정치를 펼쳐 보이는 데 실패했다는 게 입증되었기 때문이다.
 
작년 말부터 유럽도 전 지구적 금융 위기의 격랑에 휩싸였다. 하지만 위기의 정도와 속도는 나라마다 다르게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위기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아직은, 나라마다 커다란 차이를 보인다. 금융 붕괴의 타격에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폭넓게 노출된 것은 금융 산업화의 첨단을 걷던 소국들이었다. 그 대표적인 나라가 아이슬란드, 아일랜드 등이다. 이들 나라에서는 정부를 붕괴시킬 정도의 대중 봉기가 발생했고, 그 여파로 정치적 지각 변동이 나타나기도 했다.
 
아이슬란드가 대표적이다. 이 나라에서는 시위 대중이 의사당을 포위하여 총리를 사퇴시켰고, 이 과정에서 중도좌파와 급진좌파의 지지도가 동반 상승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는 유럽연합 회원국이 아니다. 유럽연합 회원국 중에서는 변방국가인 아일랜드 정도가 아이슬란드와 견줄만한 금융 붕괴를 경험했다. 그 결과는 이번 선거 결과에 오롯이 나타났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아일랜드 노동당이 지난 2004년에는 단지 1석만을 얻었는데, 이번에는 3석을 획득했다(유럽의회 내 아일랜드 의석은 총 12석). 더욱 놀라운 것은 트로츠키주의 계열의 사회당이 1명의 당선자를 낸 것이다.
 
한편 이들 나라처럼 직접적인 금융 붕괴를 겪지는 않았지만 경제난이 청년 봉기로 폭발한 그리스 같은 나라도 있다. 그리스에서도 이런 최근 경험이 유럽의회 선거 결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에서는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이 36.65%를 얻어 집권 우파를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사회민주주의 왼쪽에 있는 공산당과 ‘좌파진보연합’도 각각 8.35%와 4.7%를 얻어 기존 입지를 지켰다.
 
말하자면 경제 위기가 대중운동의 폭발과 연결될 경우 이것은 분명 좌파 정당에게 새로운 기회를 부여한다는 게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를 통해서도 일정하게 드러났다 하겠다. 하지만 이러한 사례들은 상대적으로 소국인 그리스, 아일랜드 등에 제한되었고, 그래서 유럽의 중심부에서는 아직 미래의 가능성으로만 남았다. 즉,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좌파 정치의 부활이 뚜렷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기에는 전 지구적 자본주의의 위기 자체가 아직 그 초기 국면을 넘어서지 않았다.
 
한편, 위에서도 살펴본 것처럼, 적어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연합 주축 국가들의 사회민주주의 세력들에 관한 한 ‘좌파의 참패’라는 지적은 맞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참패가, <조선일보> 등이 주장하는 대로, 이들 세력이 전통 사회민주주의 정책들을 펼쳤기 때문인가?
 
진실은 그 반대다. 오히려 주류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이 복지국가의 수호라는, 전통 사회민주주의의 최소한의 원칙마저도 저버렸기 때문이다. 즉, 이른바 ‘제3의 길’ 흐름의 후과가 이들 정당의 위기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이 그 전형적인 사례다. 비록 고든 브라운 총리가 작년 말부터 블레어 노선과 거리를 두면서 전통 사회민주주의로의 회귀를 내비쳤지만, 이러한 제스처가 통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와버린 상황이었다. 영국 유권자들은 작금의 금융 불안에 블레어 정부의 금융 산업화 정책이 일조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블레어 정부의 재무장관은 다른 누가 아니라 바로 브라운 현 총리였다.
 
‘제3의 길’을 받아들인 이후 영국 노동당은 이제 다른 정당들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보수당의 젊은 당 대표 데이비드 캐머런은 블레어 정부의 복지정책과 커다란 차이가 없는 온정적 보수주의를 내걸고 있다. 자유민주당과 블레어 노선 사이에는 예전부터도 별다른 차이가 없었고,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는 이라크 전쟁을 자유민주당이 반대하는 등 어떤 때는 자유민주당이 노동당보다 진일보한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이렇게 다른 당과 정책 변별력이 없는 상황에서 최근 노동당 소속 장관들의 부패 추문이 터졌다. 유권자들로서는 굳이 이런 정당에게 공직 진출 기회를 줄 이유가 전혀 없다.
 
독일 사회민주당도 비슷한 형편이다. 사회민주당은 좌파당과 연정을 구성할 가능성은 한사코 거부하면서, 기독교민주연합과 대연정을 유지하고 있다. 덕분에 슈뢰더 전 총리 시절부터 사회민주당이 추진하던 복지 축소 정책에 대한 대중의 반발에 더해, 이제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추진하는 친자본 경제 정책의 후과까지 떠안는 신세가 되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 전부터 계속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과거 사회민주당 지지층의 상당수는 녹색당이나 좌파당 지지로 혹은 기권으로 자신의 입장을 표현했다.
 
이 모두가 사회민주주의 때문이 아니라 주류 좌파 정당들이 사회민주주의의 최소 원칙마저도 견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롯된 일들이다. 따라서 중도좌파의 몰락은 이야기할 수 있을지언정 좌파 이념의 몰락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오히려 주류 좌파 정당들이 침몰하는 가운데 좌파 전체가 재구성되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정확할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재편 과정이, 바깥에서 보기에는, 혼란으로 나타나는 것도 사실이다. 항상 그렇듯이, 재구성은 곧 혼돈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거대 사회민주주의 정당들은 추락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녹색당이나 급진좌파 정당들이 믿을만한 대안으로 부상한 것도 아니어서 더욱 그렇다.
 
유럽의회 선거에서 드러난 것은, 바로 이러한 좌파 재편 과정의 혼란이다. 따라서 이번 선거 결과 자체만을 놓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각국의 진보 좌파가 이번 선거 결과에서 과연 어떤 신호와 메시지를 읽어내고 이에 따라 다시 새로운 재구성 과정을 밟아나갈 것인지에 더 주목해야 한다. 이것은 몇 개월, 혹은 몇 년 안에 결판날 작업은 분명 아니다. 그리고 유럽만의 현안도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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