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겁니다"

2010/11/03 03:48

한겨레에 실린 박노해의 인터뷰 기사에서 그가 "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겁니다"라고 하는 말 속에 나오는 후지다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홍헌호씨가 말한 '촌스럽다'라는 말이 떠올랐다. 아무런 상관도 없는데 말이다.

 

어제 전국공기업노조연맹 주최의 정부 경영평가제도의 진단과 과제 토론회에서 토론자로 나온 홍헌호씨는 경영평가를 성과급과 연계시키는 것 자체가 촌스런 거라고 하면서 줄곧 정부의 공기업 정책들을 예로 들어 촌스럽다는 말을 연발했다.

 

박노해는 이렇게 얘기한다. "새로운 진보는 ‘삶의 총체적 진보’이고, 영혼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영적 진보’이고, 사회구조악을 직시하는 사회과학적 진보이고, 자연친화적이고 대지에 뿌리박은 생태적 진보이고, 지구시대를 살아갈 글로벌 진보입니다. 그런 진보를, 생각을 품어내지 못하면 낡고 후진 것이고, 후지면 지는 것입니다. "

 

이 말을 보는 순간 박노해도 민주당의 유력 정치인들처럼 자기 나름의 진보를 얘기하려는 건가 싶어서 냉소적으로 기사를 봤는데, 그 바로 뒤에 나오는 그의 말에 얼어붙고 말았다.

 

"저와 함께 사노맹을 했던 서울대 출신들에게는 어떤 비판도 나오지 않잖아요?" 사실 그런 것 같다. 백태웅, 조국 등 많은 이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박노해에 대해서만 색안경을 끼고 봤을까.

 

물론 아직은 그에 대해, 그의 시에 대해 뭐라고 명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의 시를 무작정 거부하고 비판적으로 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만으로도 한겨레의 인터뷰는 나에게만은 유의미했다.

 

참고로 "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거"라는 주장에 절반 정도만 동의한다. 어떤 진보인지, 후지고 매력 없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가 구체적으로 다가오지 않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절망 속에서 다른 어떠한 길도 보이지 않을 때 최후의 수단으로 감행하곤 하는 단식과 분신에 대해 그런 방식은 후지고 매력 없다고 말해서는 안될 것이기 때문이다. 후지고 매력 없는 걸 좋아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박노해 “진보도 후지고 매력 없으면 지는 겁니다” (한겨레, 이인우 기자, 2010-11-01 오전 08: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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