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의 분당이 답이라고 생각하면서...

2007/12/31 02:29

겨울철쭉님의 [민주노동당,분당이 답인가?] 에 관련된 글.

저도 겨울철쭉님과 같은 포지션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런데 그렇지 못해서 문제입니다. ^^
님의 지적은 경청할 만합니다. 게다가 밖으로 드러나는 양상 또한 분당이 단지 종북주의 청산과 관련해서만 부각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전진 내의 분당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전진 밖에도 있겠지만, 그 쪽은 잘 모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없네요)은 종북주의만을 가지고 민주노동당이 문제라고 결코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지난 4년여간의 활동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하고, 민주노총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도 전진을 포함한 소위 평등파의 자기비판이 필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런 것들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는 한 새로 만들어지는 신당 또한 민주노동당과 그리 다르지 않을 것이라 파악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레디앙에 연재되고 있는 장석준 동지의 글을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http://www.redian.org/news/articleView.html?idxno=8451

현재까지는 3개의 글이 올라왔는데, 5개의 글을 모두 읽어보시면 현재 신당 내지 제2창당을 주장하는 이들의 대략적인 의견을 파악하실 수 있을 겁니다. 
 
저는 최소한 현재의 민주노동당이라는 틀로는 당 밖에서 나름대로 정당 활동에 대해 고민하는 동지들을 포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마 겨울철쭉님도 민주노동당이 아무리 혁신내지 개조된다고 하더라도 가입하진 않으시겠지요. 표를 가끔 줄 수 있겠지만요.

 

그래서 이번 기회에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려면 민주노총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할 겁니다. 현재 민주노총이 정규직 조직노동자를 대변하는 세력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님과 의견을 같이 합니다. 하지만 민주노동당 밖의 다른 세력들도 그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할 처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비정규직의 조직화 과제는 현재의 진보진영 모두가 고민해야 하는 최우선의 과제가 아닐까요? 지금까지 제대로 하지 못해왔다면 이를 풀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고, 새로 건설하고자 하는 진보정당이 여기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민주노총 중앙파의 역할로 문제를 환원시키지 않았으면 합니다. 거의 10년이 넘게 지적되어온 것이니까요. 그에 대한 발전적인 대안이 제시되었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은 듯 합니다. 또한 민주노총의 민주노동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 문제와 함께 얽혀 있어서 풀기가 쉽지 않고요.아마 이에 대해서도 곧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겠지요.

 

새로운 정치운동을 시작하고자 한다면, 자주파와 함께 할 수 없다는 식의 분당론이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정치운동을 할 것인지를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렇게 하고자 합니다. 현재의 민주노동당 내의 논란이 단지 권력투쟁에 불과한 것이라면 제가 나서지도 않았을 겁니다.또한 만약 새로운 진보정당이 필요하다면 그렇게 되도록 민주노동당 밖에서도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는 그것을 기대합니다.  
 

전진은 분당 문제에 대해 아직 명확한 입장 정립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석호 동지의 문건 또한 하나의 개인 입장 표명에 불과하고요.

 

겨울철쭉님의 글에 등장하는 '새로운 정치운동의 주체형성'에 대해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는 있는데, 확실하지는 않네요.  이를 명확하게 해주시면 훨씬 좋을 듯 합니다.

  

새로운 진보정당을 일구기 위한 구체적인 경로와 방침을 모두 다 얘기할 수는 없습니다. 이것은 민주노동당 당원 동지들 뿐만 아니라 겨울철쭉님처럼 당 외곽에 있는 동지들, 노동운동, 시민사회운동의 각 구성 부분 사이의 열띤 토론과 공동 실천 과정을 통해 정리될 수 있을 겁니다. 그래서 현재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들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요. 이는 나름의 신뢰를 가지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그 출발점 역할을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원칙을 말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은 장석준 동지의 이후 글에서 제출될 예정이니 참고해주십시오.)

 

원칙① 자본주의 극복의 원칙에 바탕을 두고 진보의 다원주의를 지향한다 

진보의 다원주의를 지향한다는 것은 급진 민주주의, 사회주의(사회민주주의부터 혁명적 사회주의까지 포함), 계급연대-사회운동적 노동조합주의, 생태주의, 여성주의, 평화주의, 국제주의, 소수자 운동 등이 당에 함께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원칙② 시대 정신에 부응해야 한다 - 보다 적색으로! 보다 녹색으로!
이는 사회주의의 이상과 원칙에 따라 주거, 교육, 의료 그리고 비정규직 문제에 대안을 제시하고 그 실현에 당 활동을 집중할 뿐 아니라 생태 위기를 주도적으로 대비하는 구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③ 스탈린주의, 스탈린주의의 북한판, 종북주의, 민족지상주의를 배격한다  
원칙④ 노동자 운동에 기반을 두되 노동조합에 의존하지 않는다
당은 철저히 자신의 이념 노선과 정치 실천의 결과로서 노동 대중에게 평가를 받아야 하며, 노동조합이 아니라 노동자 운동에 기반을 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원칙⑤ 당 안에서부터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원칙⑥ 당 조직을 자율적이고 유연하며 실험적인 체계로 바꾼다
원칙⑦ 풀뿌리 현장을 중심으로 새 정세에 부응하는 새로운 진보정치 모델을 구축한다
 
원칙⑧ 최대한 투명하게 당을 운영한다
원칙⑨ 당내 정파 활동을 공개하고 정파명부 비례대표제를 실시한다
원칙⑩ 당원 제도를 혁신한다
이것은 진성당원제의 ‘진성’의 내용을 보다 풍부히 하고 더욱 발전시킨다는 것으로, 시스템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현재의 민주노동당으로는 이것이 불가능하지요.
 

새로운 진보정당이 이렇게 될지 아직 잘 모릅니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 자체를 폄하하는 것은 유감입니다. 이미 전진 등의 민주노동당 내의 평등파에 대한 기대를 접었고, 이들을 운동에서 배제해야 할 세력이라고 파악하신다면 이렇게 말씀드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그래도 나름의 애정이 있기에 이에 대해 언급하셨다고 생각하고 싶네요. 앞으로도 좋은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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