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의 『왼손잡이 미스터 리』.

2008/07/09 22:41

권리 장편소설. 『왼손잡이 미스터 리』. 문학수첩. 2007.
 
권리의 첫 소설인 『싸이코가 뜬다』는 읽어보지 않았다. 『왼손잡이 미스터 리』는 권리라는 작가의 이름과 제목에 이끌려 헌책방에서 한 책인데, 그 값을 했다고 할 수 있을까.
적어도 탈북자(새터민)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얻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보겠다. 하지만 인터넷 게임이 익숙하지 않은 나에게는 조금 낯선 점이 있기도 하였다.
 
주인공 미로, 여동생 미아, 할배 우익, 친구 정희, 두환, 태우 등 이 소설에 나오는 인물들은 참 거시기하다. 이 소설은 읽었다는 것에 만족할 필요가 있다. 소설에서 교양이나 세계관까지 얻으려고 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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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결핍은 인간을 자유롭게 하지."
"무슨 뜻이죠?"
"불리한 부분을 통해 세상이 더 크게 보인다는 뜻이지. 자신이 갖지 못한 부분은 창발성으로 메우게 되는 게 인간의 마음이야."
 
질주에는 즉흥성을 긍정하는 힘이 있었다. (118쪽)
 
우리는 세상에서 두 가지만큼은 절대 믿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하나는 이념이었고, 다른 하나는 종교였다. 이념이란 무교도들이 춤출 무대를 마련해 준 신흥 종교였고, 종교란 자본주의의 병적인 불평등을 가려 주는 신흥 이념이었다. 이념과 종교에 복속된 인간들은 하나같이 오만하고 독선으로 가득 차 있었다. (153쪽)
→ 나도 아마 이념에 복속된 인간으로 보일 것 같다.
 
"애국주의는 나와 국가의 구분이 모호해진 상태를 말해요. 개인적인 감정의 속살을 마치 국가를 위한 것처럼 마구 드러내는 거죠. 하지만 애국과 애국주의는 구분되어야 하거든요. 그런데 민족주의 이데올로기가 둘의 구분을 막아 버리곤 해요. 월드컵 응원전을 통해 사람들은 자신을 엄청난 애국자인 것으로 착각하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건 감정적 애국주의, 맹목적 국가주의에 휘둘린 것밖에 안되거든요. 국가주의자들은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통해 국민들에게 종교적 교화를 시키죠. '민족주의 교'라는." (172-173쪽)
 
우리가 길을 찾으려고 하면 할수록 길은 나타나지 않았다. 길을 정신없이 헤매는데 기분이 마치 서울을 처음 돌아다닐 때와 흡사하게 느껴졌다. 북한에선 사람이나 차나 무조건 우측통행이었지만, 한국은 제각각이었다. 기차와 사람, 복도, 에스컬레이터는 좌측통행인데, 자동차와 지하철(1호선만 빼고), 회전문, 건널목은 우측통행이었다. (183쪽)
→ 서울을 보면 도시계획이 엉망이라는 생각이 든다. 처음 뭘 지을 때나 만들 때 일관성을 가지고 해야 하는데, 그러하지 못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은 자신들의 철의 권력을 이런 것에 왜 사용하지 않았을까. 아니 인식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좌파가 집권을 한다면 이런 것에 대한 관심은 기본이다. 지금부터 대안이 있어야 하나?
 
"난 세상이 변하지 않을 거란 걸 알아. 근데…… 변했으면 좋겠어. 좌파와 우파의 차이가 뭔지 알아? 그건 운동의 가능성을 믿는지에 달려 있어. 난 운동이 가능하다고 믿어. 아직 바꿀 것이 있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 그게 내가 생각하는 운동의 가능성이야. 누가 그랬어. 자기만 원하는 건 욕망이지만 모두가 원하는 건 희망이라고." (212쪽)
 
"장애처럼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탈북자들이 받는 건 매우 은근한 차별이지. 하지만 사건이 터지면 사람들은 노골적인 차별로 태도를 슬쩍 바꿀 거야. 이런 태도가 반복된다고 생각해 봐. 회사에선 탈북자 출신을 뽑지 않을 거고 탈북자들은 하층 계급으로 전락하게 돼. 하층 계급은 사회를 탓하고 사회는 하층 계급을 탓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겠지. 그럼 북남 통일은커녕 남남 통합도 힘들어져. 사회 질서가 와해되는 거지." (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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