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위원장 “강경 일변도 노동운동 바뀌어야”?

2009/08/10 01:08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했다. 쌍용차 노사가 협상을 타결한 6일 오후에 이뤄진 것이란다. 임성규 위원장 말대로 분명 노동운동이 바뀌어야 하는 건 맞는데, 그 방향이 문제다. 과연 노동운동이 강경 일변도여서 문제였나. 민주노총이 무조건 강경투쟁만 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것이 노동운동의 잘못인가. 노동조합은 조합으로서 자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 당연한 말이다. 이 당연한 말이 어느 시점에서 누구에 의해 어떤 식으로 호명되는가에 따라 그 활용이 달라진다.
 
서울신문을 아무리 잘 봐주더라도 진보언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거기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자격으로 인터뷰를 한다면 자신이 발언이 어떻게 소개될지에 대해 좀더 고민해야 한다. 물론 그는 여러 가지 얘기를 했을 테고, 특히 사측과 정부에 대한 비판을 많이 할애했을 것이다. 하지만 제목으로 나왔다시피 언론에서 무슨 말을 부각시킬지는 뻔했던 것 아닌가. 
 
설사 77일간의 공장점거 과정에서 쌍용차 지부가 전략과 전술의 오류를 범했다 하더라도, 이것이 인터뷰의 핵심이 되어서는 안되었다. 민주노총과 금속노조, 그리고 진보정치 진영의 연대가 부족했으며, 역량 또한 부실했음을 겸허하게 인정하고, 이를 교훈삼아 이러한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힐 수는 있겠다. 그런데 그 책임을 쌍용차 조합원들에게 돌리는 것이 타당한가. 민주노총 위원장이라면 쌍용차 노동자들을 고립으로 몰아넣고, 노동자들의 정당한 투쟁을 폭력으로 진압한 자본과 국가, 보수언론에 대해 준엄한 경고를 하는 것이 핵심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런 내용은 인터뷰에서 빠져 있다.
 
민주노총 위원장이 서울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강경 일변도의 노동운동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오, 민주노총이 정말 바뀔 모양이다" 하면서 민주노총, 노동운동을 바라보는 일반 대중의 태도나 입장이 바뀔까. 아마 임성규 위원장도 그런 순진한 생각을 하진 않았으리라. 아니 그보다 노동운동이 바뀌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는 것인가. 임성규 위원장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을 테지만, 결국은 쌍용차 사태의 책임을 노동운동에 돌리는 자본의 프레임에 말려드는 꼴이 되고 말았다. 
 
인터뷰는 사측에 이번 쌍용차 투쟁이 무슨 교훈을 주었는지 물은 것에 대해, 노동자들도 회사가 있어야 자신들 존재도 인정받는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는 말로 마무리된다. 그 동안 자본이 되풀이해온 논리 아닌가.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서울신문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나와서 할 말을 했으니 의미가 있다고 봤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도대체 현재의 상황에서 왜 이런 식의 인터뷰를 했는지 이해가 안된다. 
 
역시 중앙파는 어쩔 수 없는건가.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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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차 타결 이후] “강경 일변도 노동운동 바뀌어야” (서울신문, 김승훈기자, 2009-08-08  4면)
임성규 민주노총 위원장 인터뷰
 
→쌍용차 사태에서 보듯 노동계의 투쟁방식이 강경 일변도다. 어떻게 보나.
-정부나 자본을 상대한 투쟁방식도, 예를 들면 러시아·쿠바 혁명처럼 폭력을 동원해 정권 엎겠다는 사회적인 분위기 아니라면 자본주의 구조를 인정할 거냐 말 거냐 이것부터 정리해야 한다. 노동조합은 조합으로서 자기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 정부든 자본이든 협상이 중요하다. 민주노총이 무조건 강경투쟁만하는 것으로 비춰졌는데 노동운동도 변신해야 한다.
 
→노조가 얻은 게 뭔가
-회사 쪽이 승리한 거다. 정리해고 및 희망퇴직자 2464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을 갖고 회생하려는 게 회사 측의 처음 계획이었다. 그 전에 노사 간에 구체적인 수치 얘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협상제의가 있었던 걸로 안다. 당시 노동조합은 사람 자르지 말고 개인이 조금 희생하더라도 나눠서 함께 가자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회사 목표 인원인 2464명보다 더 많은 인원을 줄일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노조는 손해를 본 거다. 노조가 당초 사 측의 안보다 후퇴한 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전략과 전술의 미스로 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민노총은 무얼 했나.
-기여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교섭책임이 민노총에 있었다고 한다면 조금 달랐을 수도 있다. 쌍용차는 금속노조 산하다. 금속노조가 책임지고 정부 등 여러 곳과 중재를 했다. 한 보름 전쯤 쌍용차 노조지도부와 안을 만들었는데 쌍용차 내부 농성자들이 이걸 안 받아들였다. 지금 안은 그때보다 후퇴한 것이다. 민노총은 교섭권 없었다. 밖에서 정치적인 외교 등을 통해 지원한 수준인데, 이것도 잘 안 먹혔다.
 
→사측에도 교훈이 됐을 텐데.
-쌍용차 경영진은 경영 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일본은 한 기업이 잘못하면 기업가가 할복하기도 한다. 미국은 연봉 1달러 받을 테니 맡겨달라고 한다. 한국은 그런 게 없다. 진정한 노사관계 선진화도 필요하다. 이번에 노동자들도 회사가 있어야 자신들 존재도 인정받는다는 걸 분명히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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