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rch Results

'2010/08'에 해당하는 글들

  1. 2010/08/09  역사 교사로 살기 (1)

역사 교사로 살기

2010/08/09 19:42 분류없음

# 1

엄밀하게 말하자면 난 '역사' 교사는 아니다. 다니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새 직장을 구한 것이 '학교'였고, 역사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역사'를 가르칠 자신이 없어서 '사회'로 임용 고사를 봤다. 그리고 역사 교사 자격증도 있다보니 국사와 사회를 몽땅 가르치는 전천후 선생이 되었다. 지금 있는 학교는 역사 과목이 아예 없어 사회를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역사 교사'는 언제나 나에게 로망이다.

 

# 2

그리하여 교육청의 욕을 먹어가면서까지 1정 연수를 역사과에서 듣고 있다. 그런데 너무 어렵다. 대학 졸업한지도 꽤 되어 한 5~6년간은 역사 공부를 안했기 때문에 교수들이 뭔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다. 답답해서 미쳐버리겠다.

 

# 3

역사 과목은 동네북이다. 정권 바뀔 때, 독도 문제 터질 때, 동북 공정 이야기 나올 때, 일본 교과서 만들 때 역사 과목은 언제나 매를 맞는다. 2008년도에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문제 생긴 이후로 역사 과목은 서있기 조차 힘든 상태가 되었다.

 

# 4

교육과정이란 것을 아는가. 우리 아이들이 뭘, 어케 배울지 결정해 놓은 것이 교육과정이다. 지금이 몇번째 교육과정 개정인지 아나. 1997년 7차 교육과정, 2007년 개정 교육과정, 그리고 2009 개정 교육과정까지 와있다. 교육과정이 바뀐다는 것은 아이들이 배워야 할 과목부터 교과서까지 몽땅 바뀐다는 것을 말한다. 이게 2년 사이에 쉽게 바뀔 것들인가. 어떤 사람이던 좋으니 제발 딱 5년만 교육정책 변경 없이 갔으면 좋겠다. 혼란이라도 덜 하도록.

 

< 참고 : 교육과정 적용 시기 > 

학교급

학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1

07

09

09

09

2

7차

07

09

09

3

7차

7차

07

09

1

7차

09

09

09

2

7차

7차

09

09

3

7차

7차

7차

09

 

 

# 5

어쨌건 07년 09년 교육과정 개편에 의한 역사과의 변화를 보자면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국사'라는 과목이 사라진 것, 그리고 선택 과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된 것은 과거의 일을 배우는 것이 뭐 그리 필요하냐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또 '근현대사 교과서' 문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우리 역사를 정권에 대한 정체성 부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도적이던 아니던) (왜곡 되게) 가르쳐 왔던 것, 진보와 보수의 대립에 또 하나의 논쟁 거리를 심어준 것 등이 이유가 되어 역사 과목의 위상이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시끄러우니 가르치지 말자는 것이다. 

 

# 6

학교 현장에서는 서울대에서 '국사'를 수능 필수로 한다고 하니 점수를 잘 못 받을까봐 중하위권 학생들은 아예 역사를 선택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서울대에서 역사 교과 이수를 필수로 한다고 바꾸기는 하였다만, 이것도 실효성이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른 선생님들 말씀에는 역사 수업 시간에는 다들 자고 몇몇만(상위권 아이들) 듣는다고 하고 아예 선택을 하지 않는 학교도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역사가 정말 배우지 않아도 되는 과목일까. 

 

# 7

역사 교과의 위축에 대해 정작 역사 선생들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까봐 아무 소리 못하고 있다. (선생이란 자리가 참 할말도 못하게 만드는 자리다.) 슬픈 일이다. 실용적인 입장에서 봐도 적어도 미적분보다는 역사가 많이 써먹지 않나. 상식이라도 될 수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에게 국사 첫 시간에 항상 하는 소리가 있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할까? 과거는 어땠을까라는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배워도 좋고, 사극 보면서 잘난 체 하기 위해 배워도 좋다. 상상력을 기르기 위해서도 좋고, 예쁜 선생님께 잘 보이기 위해서여도 좋다. 하지만 나는 너희들이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를 알았으면 좋겠다. 역사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기르고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꿈을 꾸었으면 좋겠다.

 

# 8

제발 역사 과목을 정치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로 보았으면 좋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0/08/09 19:42 2010/08/09 19:42
─ ta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