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11/04

2010/11/04 15:30 분류없음

너무 바빴다. 감정을 가질 시간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그저 하루하루 떨어지는 자기 몫의 일을 해치우는 것조차 벅찼다. 행복인지 우울인지 뭔지 따져볼 사이조차 없었다. 좋은 일이다. 대개 우울하다거나 무기력하다는 감정은 바쁘거나 힘들 때가 아니라 그 고비가 지나갔을 때 찾아오곤 했다. 나의 경우는 감정의 기복을 잘 견뎌내지 못하는 스타일이라, 우울하거나 무기력한 감정이 스멀스멀 스며들 때는 뭔가 새로운 노동, 새로운 난관을 찾아 다시 돌진한다. 하긴 새로운 과업이야 언제나 사정없이 쏟아지고 있어 굳이 찾을 필요도 없다. 그러다보니 최소한의 휴식으로 체력만 보충되면 다시 어떤 일이든 올인한다. 그렇게 해야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되니까. 결과적으로 짜증나는 감정을 피하기 위해 과로의 길로 돌진하는 꼬락서니이다. 우습지만 내가 뭘 하고 있는지 조차 모를 정도가 되어야지, 잠깐의 짬이라도 나면 끝없이 추락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 두려워 이렇게 저렇게 살아간다. 적당히 일하고 적당히 고생하고 적당히 쉬는 것도 괜찮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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