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연극>중랑천 이야기

내 의도와는 다르게
태어나자마자 버려지거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부모를 잃게 되어
내 인생이 송두리째 달라지게 된다면
그 이유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았을때
어떤 행동을 할 수 있을까
 
큰 상처를 받는 인간이 조건없이 가해자를 용서하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건 없는 용서란 대개 더 큰 정치적 의도를 담고 있거나 아니면 아주 가증스러운 사람(사실은 용서하지 못한)만 할 수 있다고 본다. 그래서 가장 담백한 용서는 성경이나 함무라비 법전, 고조선의 8조법에서도 이미 언급된 바 있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방식이다.
 
그런데 이 방식대로 복수를 한 결과는 어떠한가.
선량한 얼굴을 하고 용서의 아름다움을 읊어대는 사람을 믿지 못했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은 복수를 통해서 자신의 한을 씻어내지 못한다. 그래서 용서는 가해자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 마음의 평화는 복수가 아니라 용서를 통해 찾아오며 복수를 꿈꾸는 동안 오히려 더 큰 고통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 궁금하다. 치밀하고 피비린내나는 복수를 꿈꾸고 직접 실행했던 중랑천의 그 소녀는 과연 마음의 평안을 제대로 얻은 것인지 말이다.
 
재미있고 소름끼치고 무시무시한 복수이야기. 그 긴장감을 충분히 가져가지엔 배우들이 너무 어리고 귀여웠고 극 후반의 끔찍한 사실이 드러나는 과정이 다소 급하게 처리되어 아쉽다. 근친상간에 존손살인..이런 주제들은 언급되는 것만으로도 진지해질 수밖에 없는데 무게감있게 복수와 화해의 문제에 좀더 집중했더라면 그 소름끼치는 복수판에 더욱 공감해을 것이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