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자본주의의 재산법은 일반적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권리의무관계로 형성되어 있다. 그리고 법이 일정한 이익을 존중해야 한다고 인정하면, 그것은 사람에게 속하는 '권리'가 된다. 그러한 권리 중에서 특히 중요한 것은 '~權'이란 명칭이 붙어 침해를 배제하는 권능으로서 세상 누구에게라도 주장할 수 있는 권리이다. 그 전형적인 것이 소유권으로 대표되는 物權이다.
그런데 지적재산권은 유체물에 대한 권리, 특히 소유권과는 달라서 정보라고 하는 無體의 財貨上에 성립하는 것이므로, 소유권법과는 다른 특유의 법제도가 필요하게 된다. 그런데 지적재산권법 또는 무체재산권법의 대부분은 소유권을 하나의 모델로 하여 그것의 유추로서 법률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영어의 'Intellectual Property'를 지적 '소유권'이라 번역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소유권을 모델로 하였다는 면이 번역어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지적재산권이 소유권을 모델로 하였다고 하더라도 모델로서의 소유권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하나의 擬制(Legal Fiction)이기 때문에, 지적재산권에 속하는 권리는 소유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것이다. 다만 특허권이나 저작권 등은 소유권의 개념을 차용해서 입법을 한 것에 지나지 않다. 그래서 특허법이나 저작권법 등에 소유권 類似의 금지청구권이나 정지청구권이 규정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보면, 지적재산권이란 흔히 하는 말로 유체물을 대상으로 하는 전통적인 재산권과는 다른 정보라는 무체물을 그 보호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재산권이라 부를 수 있다. 즉, 근대국가를 거쳐오면서 자본주의적 산업사회의 발전은 공업적 생산수단의 거대화에 의한 자본주의적 재산권의 확대를 가져왔는데, 그러한 예로 흔히 드는 것이 채권의 비중의 확대, 증권적 재산권의 탄생, 지적재산권의 탄생 등이다. 지적재산권에 초첨을 맞추어 설명하면, 지적재산권은 자본주의의 형성에 있어서 자본의 원시(시초)축적을 가능하게 한 하나의 방편 내지 기능이었던 셈이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인간의 지적욕구의 역사적인 축적과정을 나타내는 것을 지적재산권이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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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이란 그 사상적 배경에 따라 인권관이 각기 다르게 투영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또한 본래적인 여러 특성 때문에 구체적 현안에 따라 인권 상호간에 충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특히 지재권은 다른 인권과 상충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는데, 이러한 상충은 세계인권선언 제27조 제1항이나 A규약 제15조 제1항(a)(b)의 내용으로부터 예상되는 바와 같이 지재권의 내재적 한계를 설정하는 과정에서 비롯되는 면이 많다. 이런 양상은 WTO/TRIPs 협정의 성립을 전후로 지재권의 보호를 더욱 강화하려는 신자유주의 경제체제의 일정한 흐름 때문에 더욱 확대된 측면이 있다.
AIDS 치료제의 특허권 분쟁에서 보듯이 건강권과 관련하여 의약분야의 지재권이 문제된다. WIPO/TRIPs 협정 제 31조는 강제실시권에 관해 규정하고 있지만 그 발동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하여 실제로 에이즈 치료제의 특허권 분쟁에서 아무런 기능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그 배후에 경쟁질서유지를 명분으로 자국의 특허의약품을 보호하려는 미국 정부의 압력행사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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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타적 재산권과 가장 친하지 아니한 것이 바로 관념이라 불리는 사고력의 작용이다. 개인이 혼자 간직하는 한 그것은 그의 배타적 소유이지만, 밖으로 내뱉는 순간 모든 사람의 소유가 되고 누구도 그것을 벗어날 수 없다다. 그것의 또 다른 특징은 모두가 전부를 가지고 있기에 아무도 적게 가질 수 없다는 것이다. 누가 나의 관념을 전달받았다고 해서 나의 것이 줄어들지는 않는다. 누가 내 등잔의 심지에서 불을 붙여갔더래도 내 등잔불은 여전히 빛나고 있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서로를 교육하며 사람들의 형편을 개선할 수 있도록 온세상으로 관념이 자유롭게 확산되어야 한다는 것, 이것은 자연이 준 특유하며 자비로운 선물일 것이다. 구석구석을 비추며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빛처럼, 우리가 그 속에서 숨시고 움직이고 그리고 존재하는 공기처럼, 자연은 배타적 소유나 제한이 없도록 관념을 만들었다. 발명은, 본질적으로, 재산권의 대상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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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과 지적재산권을 보는 시각은 2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하나는 지적재산권도 인권의 하나라고 보는 시각이다. 토지나 물건에 대한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권력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는데, 유체물에 대한 재산권과 달리 지적재산권은 주로 창작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에 특징이 있다. 창작을 전제로 한 지적재산권의 인권 개념은 1948년 UN 총회에서 채택된 세계인권선언과 1966년 12월 UN 총회에서 채택된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에도 포함되어 있다. 즉, 세계인권선언 27조 2항에는 "모든 사람은 자신이 창조한 모든 과학적, 문학적, 예술적 창작물에서 생기는 정신적, 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위 국제규약 15조1항에는 "이 규약의 당사국은 모든 사람의 다음 권리를 인정한다. (c) 자기가 저작한 모든 과학적, 문학적, 또는 예술적 창작품으로부터 생기는 정신적, 물질적 이익을 보호받을 권리"라고 규정되어 있다. 우리 헌법에도 제22조 제2항에서 "저작자, 발명가, 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는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하여 일반 재산권과 마찬가지로 지적재산권에 대한 헌법적 보장을 천명하고 있다.
지적재산권과 인권의 문제를 바라보는 또 다른 시각은 인권과 충돌하는 모습의 지적재산권을 얘기하는 것이다. 이것은 주로 현재 지적재산권이 전개되는 양상이 재산적 측면만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지적재산권의 보호가 WTO/TRIPs와 같은 국게조약과 국제기구를 통해 전지구적 규모로 확대되고 개별 국가의 상황을 무시한 채 강제되기 때문에 생기는 충돌 문제로부터 지적재산권의 한계와 모순을 지적하는 것이다.
인권의 하나로 지적재산권을 취급하는 것은 지식에 대한 독점/배타적 권리를 부여하고 잇는 현행 제도의 주류적 사고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국제적 인권 개녀멩 기반을 두고 지적재산권을 생각하더라도 지식과 기술의 확산 사이의 보완관계로부터 생기는 기본적인 한계와 제한의 범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고, 과학의 진보와 혜택을 향유할 권리와의 조정도 필요하다. 또한, 선진국 중심의 지적재산권 소유자가 기술적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이 전혀 다른 개도국/후진국에서도 동일한 내용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상황에서 지식의 공공 영역을 유지하는 문제는 매우 중요하게 부각되며, 저자나 발명가의 권리와 소비자와 사용자의 공익 간의 균형을 취한다는 지적재산권의 본래 개념이 심각하게 왜곡되고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 글은 지적재산권 특히, 과학기술 개발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특허권과 인권의 충돌 지점들을 사례 중심으로 살펴본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특허권과 인권이 갈등양상을 보이는 모습은 여러 군데서 확인할 수 있다. 예컨대, 소프트웨어나 인터넷 비즈니스 방법에 부여된 특허권은 과학기술 자체에 대한 접근권과 이용권을 차단함으로써 개발자의 권리와 충돌하며, 의약 특허권은 환자의 건강권이나 생명권을 위협하고, 식물이나 유전자원에 대한 특허권은 농부의 권리와 부딪히는가 하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갈등을 불러오고 심지어 생명윤리조차 흔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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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권은 가장 먼저 개발한 1등만 기억한다. 저작권은 비슷한 내용의 저작물이라도 모방하지 않았으면 권리침해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과 달리, 특허권은 권리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도 용서하지 않는 '절대적 배타권'을 그 특징으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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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에 의한 살인'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의약품에 부여된 특허는 최빈국에게 너무나도 심각한 문제이다. HIV/AIDS에 의해 하루에 사망하는 환자는 무려 8천명에 이른다. 이들 중 대부분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거주자들이다. 에이즈가 창궐하는 스와질랜드의 보건복지부 장관은 90만명의 인구 중에서 25%가 HIV에 감염되어 있고, 자국민들이 제약회사의 탐욕에 의해 '삭제'되고 있다고 호소할 정도이다. 특허가 의약품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는 것은 비현실적으로 높은 약값 때문이다. 그러나, 특허권에 의한 독점으로 약값이 비싸다는 지적은 단순히 싼 값으로 약을 공급하자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에이즈 치료를 위한 칵테일 요법에는 일년에 우리 돈으로 약 2천만원 정도가 필요한데, 이건은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의 1인당 GNP의 10배에 해당한다. 스무 가지가 넘는 합병증에 들어가는 약값, 병원비 등을 모두 합치면 그 액수는 천문학적으로 증가한다. 결핵 한 가지에 들어가는 약값만 추가적인 천만원이 소요된다. 이들에게 사실 에이즈 치료 약물은 '없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
에이즈 감염자가 가장 많은 아프리카에서 에이즈 환자 지원단체들이 남아공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용인하에 값싼 '카피' 치료제를 인도와 태국에서 싼 값으로 수입하면서 세계 39개 제약회사들이 남아공 정부를 상대로 '에이즈 치료제 특허권 유지를 위한 법정 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다. 인도와 태국 정부는 에이즈 치료제의 약값이 높다는 이유로 특허권을 무시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으로 국내법을 개정하여 에이즈 치료제를 생산하였고, 남아공은 이 카피 치료제를 수입하였던 것이다. 제약 회사들은 자기들에 대한 비판이 높아지자 금년 4월에 소를 취하하고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치료제의 약값을 낮추어 공급한다고 발표하였다.
국내에서 의약 특허권으로 인한 건강권이나 생명권의 갈등 문제는 사례로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글리벡 보험약가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에게 새롭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글리벡(STI571)은 만성골수성백혈병(CML)의 치료제로 현재 임상 3상 연구가 진행중이다. 약기 정식 허가를 받기 전에 동정적 사례로 환자에게 투약하고 동시에 판매하려 하고 있다. 글리벡을 개발한 스위스의 노바티스(Norvatis)사는 글리벡 한알 약값을 25,647원으로 고시하였고, 약값이 과도하게 높은 데 대해 환자들은 약값을 인하해달라고 요구했었다. 글리벡의 보험약가를 약제전문위원회에서는 2차례에 걸쳐 글리벡의 약값을 17,055원, 17,890원으로 제시하였고, 노바티스는 이에 대한 수용을 거부하였다. 이 글을 쓰고 있는 9월 초에 알려진 바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약값을 노바티스의 요구대로 25,647원으로 하면서 보험적용 대상에서 만성기 환자를 제외하는 선에서 타협으로 하고 말았다. 약제전문위원회에서 제시한 약값이 동일한 효과를 보이는 약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싸게 매겨진 가격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노바티스사는 특허를 무기로 일국의 보건정책을 철저히 무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바티스는 특허법에 따라 국내에서 유일하게 글리벡을 생산, 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환자가 약을 먹을 수 잇는 가격이 아니라 자신의 이익을 최대로 할 수 있는 가격으로 글리벡의 약값을 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허법은 국민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는 국가에 대해 제약회사가 압도적인 우위에 서게 하는 것을 보장해 주고 있다. 의약품 특허가 없다면 또는 강제실시와 같이 정부의 권한이 보다 확실히 보장된다면, 노바티스가 약값이 25,000원 이하면 수익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판매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글리벡을 다른 곳에서 생산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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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제도는 개발자에게 경제적 보상을 줌으로써 개발자의 창작 의욕을 높이고, 좀 더 많은 기술의 확산과 보급을 촉진하여 사회 전체의 부를 증가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정책적으로 반영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유체물에 대한 소유권과 달리 과학기술에 대한 독점권을 인정하는 것은 특허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에 합당한 경우에만 정당화될 수 있는 매우 제한된 범위의 수단으로 합의된 재산권이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독점권'이 목적 범위를 벗어난다면, '수단에 대한 합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다른 해결책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특허 제도는 1883년에 조인된 파리조약이나 1970년의 특허협력조약(PCT), 특허법통일화조약 등을 통해 내용적 통일화와 절차적 통일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고, 80년대 이후 정보재의 경제적 역할이 크게 강조되면서 선진국은 WTO/TRIPs,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를 통해 특허 제도를 전지구적 차원에서 강제하고 있기 때문에, 개별국가 차원에서 이러한 '수단에 대한 합의'를 고민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이 있고, 강제적인 국제질서는 개별국가에서 자주적인 산업정책이나 보건/건강 정책을 마련하는 데에 심각한 장애가 되고 있다. 특허권은 개발한 자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모든 개발자가 특허권자가 될 수 있음과 동시에 과학기술에 접근하고 이용하는 사용자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과학기술에 접근하고 이것을 이용한 권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방식의 현행 특허제도는 수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매우 큰 것이며, 개별국가의 주권차원에서 또한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인류공동체의 안전을 고려하여 특허권을 제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또 다른 합의가 국제적 논의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