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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혹여 제목을 보고 영화 '괴물'에 대한 내용을 기대하신 분이 있다면 미안합니다.
하지만 영화와 전혀 관계없지는 않습니다. ^^



전에 쓴 글에서 '이 사회에서 사라져야 할 또하나의 언론!'으로 SBS를 지목하고 그 근거들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한미FTA 2차협상이 이루어진 오늘 늦은 밤!
MBC와 SBS의 마감뉴스를 보신 분들은 극명하게 갈린 논평의 관점과 수준에 아연실색하셨을 겁니다.

MBC의 경우 "노무현정권 임기말의 레임덕과 졸속추진의 문제점"등을 지적하며 "오히려 다급한 것은 부시행정부임"을 강조하는 등 한미FTA의 현 추진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습니다.

대략 몇분 정도의 차이를 두고 진행된 SBS의 논평제목은 마치 조선일보의 섹시한 제목을 그대로 따오기라도 한듯 "한미FTA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입니다.

"시민사회단체나 노조 등의 반대여론에 굴복하지 말고 흔들림 없이 추진하는 것이 노무현정권의 할 일이며 위기에 빠진 국가경제를 회복시키는 일!"임을 강변하고 있습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실제로 수구보수적인 인식들과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자유주의 기제의 동질성과 이것들을 확산시키는 과정에 언론의 책임이 있습니다.

"인생 뭐 있어! 단순하고 복잡하지 않게 즐기면 될 일이지!"라는 인식의 파편들은 '고단한 삶에 개인의 즐길 권리'라는 긍정성의 의미라기보다 '내 삶을 규정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외면'을 양산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지함을 증명한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그 무지함은 반복확산되고 있습니다.

상업주의 방송의 지향점은 분명합니다.
이익이 될 수 있는 분야의 선점과 그로 인해 필수불가결하게 발생하는 사회구성인자들의 피해와 탈락에 대해 시혜적관점을 견지한다는 것입니다.

가령 지역에서 열심히 봉사활동을 하는 관변단체들의 얼굴들을 흔하게 목격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현재의 보편적 정치인식 수준에서 보자면 '열심히 지역봉사활동하고 인정받는 인물'로 인지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사회구성원의 고른 가치와 평등이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아닌 '가진 자의 입장에서 베푸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리는 사회적 약자들의 절망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가능성은 오히려 이들로 인해 자주 방해받게 됩니다.

구체적인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여전히 서민들이 밀집한 지역을 중심으로 여름장마철에 손쉬운 방역방법으로 연막소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잘 모르는 이들이야 보건당국에서 시행하는 줄 알겠지만 대부분 각 동별로 조직화되어 있는 이른바 '새마을운동 협의회'따위의 관변단체에서 약품과 약간의 지원금을 받아 그들 표현을 빌자면 '봉사차원'에서 연막소독을 시행합니다.

어릴 적 희뿌연 연기를 내뿜는 연막소독차량의 뒤를 쫓아다닌 추억이 대부분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 연막소독에 사용되는 약품은 인체에 치명적인 성분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습니다.

사이퍼메스린, 디클로르보스, 클로르피리포스, 카데스린 등 4가지 물질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들 물질은 살충제에 들어있는 주요 환경호르몬 의심물질로 내분비계나 신경계, 각막 등에 해를 끼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사이퍼메스린은 세계야생동물보호기금(WWF)이 지정한 내분비계 장애물질 67종 가운데 하나로, 국내에서도 취급제한 등 규제 물질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살충제와 석유를 섞어 기체화하여 보건당국의 묵인하에 '봉사활동'이랍시고 지역에 살포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점을 분석하고 이 사안에 관심이 있던 한겨레 이승경 기자 등과 함께 토론회를 열고 기자회견을 하는 등 보건당국을 압박하여 연막소독을 중지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미 배포되어 있던 약품이 소모될 때까지 주택가에는 연막소독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미 연막소독의 유해성과 문제점을 인식한 몇몇 지자체 단위에서 오염원 제거와 함께 분무소독과 천적생물연구 등 방역대안을 찾고 있지만 손쉽고 가시적 효과가 뛰어난 연막소독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선 동사무소를 방문하고 관변단체를 만나 위험성을 설명하고 중단해줄 것을 요구하자 돌아온 대답은 "연막소독으로 죽은 놈 못봤다! 오늘도 당장 연막소독해달라고 여기저기서 아우성이다! 환경이고 지랄이고 뇌염모기 물려 죽으면 니들이 책임질래?"였습니다.

그 분들에게는 봉사활동을 통해 지역민들에게 인정도 받고 "이 지역의 방역은 내가 책임지고 있다!"는 자긍심을 앗아가려는 우리의 '훼방'이 영 달가울리가 없었겠지요.

이러한 상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세가지 심각성이 있습니다.

정부보건당국의 무능과 직무유기, 봉사활동으로 포장된 발전적 판단기능들이 제거되어 박제화된 시혜의 우월적인식들, 구조적인 모순과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귀찮아하는 종속된 일반의 가치관들...,

한미FTA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보면 이 사회가 어느 수준에 머물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제라도 우월적 지위와 권리를 무기로 '이 행위가 니들의 삶에 장기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세뇌를 지속적으로 반복하려는 기득권 세력과, 이미 세뇌되어 있어 기득권세력의 충실한 활동대원을 자처하는 인자들, 그리고 파괴되어 가는 스스로의 기본적 권리와 미래에 대한 심각성을 무신경하게 바라만 보거나 아예 가치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대다수 인식들이 그것입니다.

'비판적 감시기능과 견제! 감추려드는 추악한 기득권력의 진실을 파헤치고 보도할 책임'이 있는 언론이, 제 역할은 쓰레기통에 쳐박고 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버젓이 일반의 인식을 조롱하는 행태를 보며 분노하지 않는다면 한미FTA라는 '괴물'은 봉준호 영화속의 상상이 아니라 내 가족의 행복한 삶을 결딴내는 현실로 우리 앞에 닥쳐올 것입니다.


신자유주의와 제국주의가 잉태하고 생산해낸 괴물이 거대한 폭식성 돌연변이가 되어 우리 집 마당으로 달려오고 있습니다.

정부와 수구보수언론은 연일 "잘 달래서 애완용으로 키우면 집도 잘 지키고 결국 우리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나팔을 불어대고 있습니다.

그러한 기만적인 선동에 선선히 응할 것인가!
나와 내 가족의 안전을 위해 공기총이든, 활이든, 아니면 몽둥이라도 들 것인가!


이제 선택의 시간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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