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김훈의 기사
- Yoon Hee
- 2009
-
- 시애틀의 시간
- Yoon Hee
- 2009
-
- 나의 미카엘
- Yoon Hee
- 2009
-
- 2009/12/02
- Yoon Hee
- 2009
-
- 정치경제학 세미나
- Yoon Hee
- 2009
새벽 1시 30분. 배트의 작업이 끝나기를 기다리고 있다.
몇가지 소소한 내일의 약속들.
그러나 새벽을 넘어서 아침까지. 결국 오늘 밤도 커피와 커피에 담배와 담배에 의존한채
그렇게 지내야 할것 같다.
며칠동안 내 지나간 과거에 붙잡혀 참담하리만큼 불안한 정서에 휩싸인채.
눈을 뜨고 지내는 시간들은 어떤 맥락에도 속해있지 못했다.
서울역에서 쓰러져있는 노숙자를 몇번이나 뒤돌아보았다.
가슴이 울컥 쏟아지는 이 물리적 충돌이 쉴새없이 몰아치고
벌써 몇년의 세월이 거듭되었는지.
이미, 아름답고 참한 아가씨와 오랜 연애를 하고 있는 듯한
그 사람일리가 없었다.
헤미넴과 고봉, 짖궃게 내렸던 빗방울을 내 몸에 그대로 방치해둔 채
졸음을 참아가며 보았던 before sunset
기억할 수 있었던 것은 오직 줄리델피의 어떤 대사일뿐이다.
그렇다. 나는 그렇게 의심치 않는다.
나와 헤어진 그들은 함께 추락하는 고통에서 벗어났다.
그들이 간절히 원했던 사소한 연애의 행복 안에서
정상적인 관계의 틀 내에서 자신의 삶에 충실할 수 있었다.
그래, 그렇다. 오직 내가 이별을 말했기 때문에.
너희들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었다.
관계는 서로의 성숙을 자극하는 일이라고.
자신을 어떤주의자라고 호칭하는 일은 얼마나 가볍고 쉬운일인지.
강단 앞에 앉아, 런던테러와 팔레스타인 학살 수치를 비교하며
미국의 네오콘 정책을 수려한 미사여구를 덧붙여 논리적 보충 설명을한다.
내가 내 친구들에게 '사실은, 여성주의자' 라고 속삭이는 일은
얼마나 편리한 일인가.
내 앞에서 '너의 강한 남성성은 그녀들과 틀려. 넌 예외야' 라고
수줍게 친근함을 표현하는 수많은 남자들 앞에서
빙긋히 웃고만 있는 내 자신은 그렇게 다짐한다.
한 발자국, 아니 이 라인 밖으로 살짝 고개만 돌려도
상상할 수 조차 없는 폭력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당신이, 사랑했던 당신이 정서적인 폭력을 호소하는 순간,
나는 매일, 매 순간 그렇게 무릎을 꿇는다.
서로의 성숙을 돕는 일이, 매일 6번씩 통화하는 그것보다
결단코 우선하는 일이라고, 이것은 내 사랑의 방식.
당신에게 쏟아졌던, 내 미래를 저당잡혀 당신의 미래를
선을 긋고, 원을 만들어 수치화시키는 순간.
나는 그렇게 소멸, 분화, 사라져갔다.
지난 7개월동안, 나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사랑했던 당신이 아니라, 아직도 이 모든 상황을
낭만적 사랑으로 판단하고 있는.
철없이 소녀적 감수성을
버리지 못한 나 자신이라고.
삶이 고통이라면, 기어이 그것을 고통이라고 부르지 않겠다.
내 이별이 너의 삶을 새롭게 만들어줄것이라고.
나와 함께 추락하지 않게 된것을.
누구도, 어떤것도, 수많은 방식도
나는 필요치 않다. 섣부른 위로는 연대가 아니라 자기애. 그것에 불과하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