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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메신저의 사업적 전망?

자전거 메신저의 사업적 전망?


사실 돈 벌기 위해서 할 일은 아니다. 간단히 오토바이로만 바꾸면 훨씬 수익이 생기는데 아무리 좋은 일이어도 제정신으로 할 일은 아니다. 자전거 메신저로 직접 일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전거 메신저들을 고용해서 회사를 운영하는 일도 힘들기는 마찬가지일 거라고 본다. 그나마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야 자전거가 좋아서 한다지만, 사업은 어쨌든 사업인 만큼 마냥 자전거가 좋다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시도가 성공적이지 못한 것은 너무나도 명확한 한계 때문이다. 요즘은 오토바이 퀵서비스 회사들도 지나친 경쟁과 낮은 요금, 열악한 근무조건과 도로환경 등으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위에서 혼자 일하는 어려움에 대해서 얘기했다시피, 회사 없이 각각의 메신저들이 혼자서 일하는 것은 사실 불가능에 가깝다. 한편 주문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으로 주문을 수행할 회사가 아니면 지속적으로 거래하기 어렵다. 주문 물량이 많은 곳일수록 더 그렇다. 그런데 메신저 회사는 수익성이 없다. 만약에 어떤 회사가 수익을 낸다면 그것은 메신저들을 극도로 착취했다는 증거에 다름 아닐 것이다. 난감한 상황이다. 회사가 없어서는 안 되지만, 회사가 있어서도 안 되고, 있을 수도 없는 상황. 이 이율배반을 그냥 외면한다면 메신저들의 선택은 둘 중의 하나다. 개인적인 취미생활에 그치거나, 아니면 오토바이 회사에서 일하거나.
하지만 자전거 메신저들이 모일 수 있다면 방법이 없는 것만은 아니라고 본다. 수익을 목적으로 하는 자본주의적인 기업이 불가능하다면 자본주의적이지 않은 길로 가면 되지 않겠는가? 그걸 누가 하느냐고? 자전거 메신저들 자신이다. 회사가 아닌 회사 즉 자전거 메신저들의 연합을 이루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현재 퀵서비스 회사의 역할을 단순하게 최소화하고 그것을 메신저들이 나눠서 하는 것이다. 메신저가 4~5명 이하까지는 특별한 체계는 필요 없고, 각자가 자기 일을 하면서 홍보와 전화수신, 주문 분배 등의 역할을 나누기만 하면 될 것이다. 규모가 더 커지면 메신저들 중에 한 둘이 돌아가면서 센터에서 업무를 전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좀 더 체계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기본 원칙을 유지하면서 협동조합이나 일공동체(workers' collective), 사회적 기업(social enterprise) 등의 형태를 갖추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이런 형태의 직접적인 장점은 무엇보다도 보통 20%정도의 수수료를 떼는 퀵서비스 회사에 비해서 더 많은 비율의 수입이 메신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장점이 더 있을 수 있다. 최소한의 형태를 갖추기만 한다면, 사회 전반적인 환경은 우호적일 것이다. 도시교통의 차원에서든 생태환경의 차원에서든,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도 기업도 시민사회단체도 제각각의 이유로 자전거와 자전거 메신저를 윤리적 경제적으로 지지할 동기는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자전거 메신저 자체가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다. 그저 자전거를 하루 종일 타고 싶은 것이든, 운동과 건강을 위한 것이든, 도시와 생태를 생각하는 것이든,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이든 간에 이러한 목적이 없다면 자전거 메신저는 가능하지 않다. 각자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수행하는 공익적 가치로 보나 그 대가로 받는 수입으로 보나 한국에서 자전거 메신저는 환경단체나 사회단체 활동가에 가까워 보인다. 그렇다면 자전거 메신저들의 조직도 수익만을 목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그리고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만큼 특유의 힘이 있을 것이고, 그러다보면 의외의 기회가 생길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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