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이 어떻게 형성되는가라는 문제를 초보적으로 생각해보면서 저는 국내/국외라는 구분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본래 지식은 타자와 주체의 상호 참조 속에서 형성되는 것일텐데, 그 과정에서 역사적 조건과 현실의 정세가 결합되어 주체적인 지식 형성의 가능성이 열리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지식인은 기본적으로 번역가이기도 하다고 볼 수 있겠구요.
문제는 기존의 지식의 주류 체계가 이념적 차이를 불문하고 구미 기원적이라는 문제가 있고, 이것이 식민성 및 주체성의 문제와 불가분하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 연구자를 우대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판단이 듭니다. 국내 연구자의 연구방법이나 이론틀 대체적으로 '수입'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자신의 현실과 역사는 그 개념적 틀에 환원되는 것이고, 국내파와 해외파 사이의 차이는 '유행'에 앞선 정도의 차이가 아닐까 싶구요.
그래서 오히려 학문적 참조점의 다원화가 하나의 방법이 되어서, 오히려 유럽/미국이 아니라 중국, 인도, 동남아, 아프리카 등등 기존에 참조점에서 배제되었던 지식사회와 지식의 교류와 대화가 있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방향을 고민하게 됩니다. 물론 여기에서 그러한 지역 또한 우리와 같이 이미 상당정도 '구미적 현대 지식'이 주류화되었다는 측면에서 공동의 또한 최소한의 문제의식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전제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하신 글보다는 오히려 이 글이 "위키 정도 수준의 개괄"이라는 님의 표현이 더 흥미롭군요. 님이 "이 문서는 2000대 초반 혹은 그 이전가지의 경향을 강하게 반영하고 있는 듯 하고, 특히 2000년대 후반 G8 반대운동 이후로 재정립을 거친 현재의 자율주의 운동 그룹(주로 포스트-자율주의라고 불립니다.)을 잘 반영하고 있지는 않습니다."고 설명하셨는데 거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위키는 알다시피 네티즌들의 공동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키가 어느 정도 수준의 정보를 제공하는지는 뭐라고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어느 연구소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어떤 성향이다라고 말할 수 있지만 위키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를테면 역사적으로 중요한 주제인 볼셰비즘이나 파시즘의 경우에는 그 운동을 바라보는 양측의 시각이 매우 뚜렷하게 다릅니다. 그리고 그런만큼 위키에서도 그들은 전쟁을 합니다. 그러나 별로 대중적이지 않은 사안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갖는 사람도 없고 정보가 빈약할 수밖에 없고 사실일 수도 있고 허위일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