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어제 미사에 가진 못했지만, 어제도 오늘도 매우 불쾌한(?) 뒤끝이 찝찝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분명 지금의 상황에서 종교인들이 이렇게 나서게 된게 시기적절하다는 생각도 들고, 그들'만'이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해산을 종용(!)하는 문제나, 비폭력에 대한 사제들의 생각은 도무지 이해를 못하겠다는 거죠. 프레시안에서는 "청와대를 버렸다"고 한 남대문 행진이 제 생각에는 "청와대를 피했다"는 생각을 도무지 지울 수 없기도 하구요. 경찰이 묵인한거고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는 생각도 도무지 지울수 없구요. 결국은 종교인들이 이 시위의 新지도자(지도부와는 다른)가 되려고 하는 것 같아 매우 경계하고 있답니다. 좀더 사적인 감정을 집어넣자면, 사제들이 그렇게 책임감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고, 그저 시기를 잘 맞춘 거라는 생각밖에 안 드는데 언론에서 너무 띄어주는 것이 맘에 안 들기도 하구요.. 두달가까이 거리에서 시민들이 직접 왜 청와대로 가야 하는지, 왜 우리가 이렇게 밤샘을 하며 시위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고 몸소 실천을 하고 있는데 사제들이 찬물을 확 끼얹는 것 같다는 생각은 저만하고 있는건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하여튼....그래요, 좀^^;
laron/ 정확히 말하면 '반(反)-신학' 쯤 될 듯. 뭐 마 머시기 님의 말을 빌려 패러디해보자면 '신학을 거꾸로 세우는' 신학이랄까.ㅡㅡ;
배여자/ 뭐..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사실 사제단도 어제의 인파에 놀란 듯 하더군요. 준비한 앰프 등을 보면 어제의 미사-행진-해산에 이르는 과정이 치밀하게 계산된 건 아닌 것 같아요. 해산 종용은 그런 과정에서 나온 실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그네들의 종교적-정치적 입장에서는 당연히 나올 실책이라는 생각을 했고.
하지만 여기까지는 그냥 '정치적 인간'으로서의 사제단에 대한 이야기고, 여하간 종교(물론 난 이것이 결코 초월적인 것이 아니라 역시 인간 역사의 산물이라 보지만)가 보여줄 수 있는 어떤 면모를 확인했달까요...^^;
한편으로 난 시위하는 사람들의 어떤 능력에 관한 한 상당한 신뢰를 갖고 있어요. "사건을 만드는, 사건에 결합하는" 능력이랄까. 사제단의 미사도 좀 지나면 식상한 일이 되겠지요. 그러면 또 무언가 국면을 전환할 사건을 만들어내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