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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메’가 필요해!

 ‘다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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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노점상! 밤에는 철거민!

갑작스런 실직을 맞은 한 사람이 있었다. 마땅한 기술도 없고 일자리도 없어 결국 노점상이 되었다. 노점 장사를 통해 자식들을 키우고 학교 보내며 근근이 가족의 생계를 꾸려 나갔다. 그는 허름하고 작은 집의 셋방살이지만 그나마 이 집이라도 있어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 날 노점단속이 들어 왔다. 구청에서 용역들이 와서 마차를 실어 가버리기를 몇 번, 마차를 지킨다고 밤새기도 하고 용역들과 실랑이 끝에 탈진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어려움은 그뿐이 아니었다. 그가 사는 지역에 개발이 진행되면서 부터 동네에 철거용역 깡패들이 들락거리고 주변이웃들은 이사를 가버렸다. 하지만 그는 이사 갈 비용도 마련하기 힘들어 결국 그는 철거 용역들과 실랑이를 하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다. 낮에는 노점단속에 맞서 싸워야 했고 밤에는 철거민으로 자신의 집을 지켜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빈곤을 벗어 날 수 있을까?

 

IMF와 경제위기를 지나면서 우리는 쉽게 빈곤과 관련된 이런 얘기들을 우리와 상관없는 얘기로 치부해 버릴 수 없다. 실제로 우리 주변에 지인이 노숙인이 된 사례나 부채로 인해 이혼한 사례들도 많이 들을 수 있다. 또한 온통 개발바람이 불고 전세 값이 계속적으로 오르는 상황에서 개발로 인해 쫓겨나는 사람들의 이야기, 철거민 이야기를 남의 얘기인양 넘겨버리기 힘들다. 이는 이미 우리 사회에서 빈곤이라는 문제는 매우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으며 매우 중요한 이슈가 되었기 때문이다.

 

빈곤에 미끄러지다!!

IMF와 경제위기 이후 한국사회의 빈곤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자영업이 줄줄이 망하고 있으며 저임금 불안정 노동의 비정규직 노동자는 더욱 증가되고 있다. 또한 실업인구는 계속적으로 증가되는데 신규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는 임시적이고 불안정한 일자리들을 이에 대한 대책인양 내 놓고 있는 실정이다.

전세 값은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으며 서울지역의 경우 뉴타운 개발을 비롯한 온갖 개발정책으로 2010년, 11년에는 세입자들이 살던 곳에서 쫓겨나 대규모 이사를 해야 하는 형편에 놓여 ‘전세 대란’이 예상 되어 진다. 하지만 정부는 2010년 경기가 호전 될 것이라는 희망적 메시지만 언론과 방송을 통해 전하고 있으며 부자를 위한 감세정책과 더불어 빈곤층을 위한 예산은 이미 대폭 삭감된 상황이다. 이 속에서 물가는 치솟고 가계부채 또한 함께 증가되어 개개인들의 생존마저 목 조르고 있다.

 

사회 전반에 걸친 빈곤의 상황.

이쯤 되면 한 개인의 빈곤 탈출을 위한 발버둥만으로는 빈곤을 극복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워진다. 또한 이 빈곤은 더욱 유산처럼 자식들에게 가족들에게 이어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되물어야 하지 않을까? 한 개인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고 있는데 이 사회는 무엇을 하였는가? 한 개인이 빈곤의 나락으로 계속 떨어져 갈 때 국가는 이들을 더 이상 빈곤 해 지지 않게 하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실업, 빈곤, 재해, 노령, 질병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한 개인을 보호하기위한 국가적 사회적 제도를 ‘사회안전망’이라고 부른다. 한국의 빈곤 심화는 이 사회안전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고 간신히 일을 구했다고 해도 저임금에 불안정 노동에 빠지게 현실이다. 치솟는 집값에 자기 몸 누일 집하나 구하기가 더욱 어려운 일이 되어 가고 있다. 또한 이미 너무 나도 많은 빈곤층들은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또한 복지 수급을 받게 되더라도 40여 만 원으로 한 달을 생존해 나가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개인적 노력만으로 빈곤을 극복하는 것 자체가 어려운 구조 속에서 사회안전망과 관련된 노동, 주거, 복지 정책 등은 더욱 불안정하며 거대한 사각지대를 형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끄럼틀 사회

이처럼 사회안전망이 부재하거나 붕괴된 사회를 가리켜 유아사마코토(일본의 반빈곤네트워크 대표)는 ‘미끄럼틀 사회’라고 얘기하고 있다. 무심코 미끄러지면 어디에도 걸려 멈추지 못해 끝까지 추락하고 마는 사회, 즉 한번 빈곤에 빠지면 빈곤에 벗어 날 수 없을 뿐 아니라 더욱더 그 빈곤이 심화되는 사회를 가리킨다. 유아사마코토는 현 일본 사회를 분석하면서 교육과정의 배제, 기업복지의 배제, 가족복지의 배제, 공적복지의 배제, 자기 자신에게서의 배제(생계비관 자살, 소외)를 통해 더욱더 가파른 미끄럼틀을 만들어 진다고 얘기하고 있다. 우리사회 또한 소수의 자본들에게 더 높은 도약을 위한 점프대를 제공하는 대신이 빈곤층에게는 더 가파른 미끄럼틀을 제공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할 것이다.

 

마냥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빈곤을 마냥 기다리는 사람은 없다. 일단 자신의 소득이 줄어드는 등 더욱 빈곤해 질수록 빈곤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빈곤의 가장 밑바닥에 위치한 노숙인들에 대해 우리는 흔히 ‘노숙인들은 아무런 노동도 하지 않고 살아갈 거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거주 할 집이 없을 뿐이며 집 없는 상황을 벗어나고자 더 많은 그리고 더 강도 높은 노동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한 개인이 빈곤을 극복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더라도 빈곤을 실질적으로 극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한 사람이 노숙인이 되기까지 전세에서 월세로, 다시 고시원, 쪽방생활로 이어지는 주거 빈곤화 과정이 있을 수 있으며 동시에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일용직 혹은 비공식노동으로 떨어지는 노동빈곤화의 과정이 있을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소득감소의 과정, 가족이나 주변사람들과의 관계단절의 과정, 건강 악화의 과정 등이 개인에게 복합적으로 있을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한 개인의 빈곤화 과정은 빈곤을 벗어나고자 하는 개인의 빈곤극복노력들이 좌절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래서 반대로 한 노숙인이 다시금 빈곤을 극복하고 일어서는 과정 또한 너무나도 힘든 과정일 수밖에 없다.

 

 

다메가 필요해!! 믿을 구석을 만들어라!!

 

유아사마코토의 ‘빈곤에맞서다’를 보면, 미끄럼틀 사회에서 빈곤의 원인 이면서 빈곤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히 경제적 결핍이나 실업 뿐 만아니라 가족이나 인간관계의 단절, 사회적 배제 등에 의해서 더욱더 벗어나기 힘든 빈곤에 빠지게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100만원이 없어 빈곤해 진 사람이 있다면 100만원을 주는 것만으로 빈곤이 해결되지 않고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들여야 빈곤을 해결 할 수 있다.

 

빈곤해결을 위해서는 재정적 지원은 가장 필수적이겠지만 이뿐만 아니라 빈곤으로 인해 단절된 가족관계, 친분관계라든지 안정적 주거 공간이라든지 다시 시작할 자신감이라든지 이 처럼 무형 유형의 다양한 지원이 갖추어 질 때 빈곤극복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유아사마코토는 ‘다메’라고 부른다.

 

그가 말하는 ‘다메’라는 것은 무엇인가?

다메는 저수지를 가리키는 ‘다메이케’의 다메로서, 큰 저수지가 있으면 가뭄이 와도 작물을 길러내는 것이 가능하듯, 사회적 안전망이 붕괴된 사회에서 한 개인이 빈곤의 나락에 떨어지지 않기 위해 재정적, 정신적 지원 등이 가능한 구조를 새롭게 구축하는 것을 말한다. 이 새로운 지원구조를 ‘다메’라고 부르는 것이며 한국말로는 ‘믿을 구석’ 정도의 의미로 표현될 수 있을 것이다. 즉 다메는 빈곤을 벗어나기 위해 필요한 가난한 이들의 ‘믿을 구석’이라고 할 수 있는데, 재정적 지원, 빈곤층을 위한 적절한 복지제도, 가족이나 친구 등 인적관계, 자신감이나 빈곤을 극복하려는 의지, 저렴하고 안정적인 주거공간, 빈곤관련 상담 및 빈곤극복을 위한 롤 모델 등을 의미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다메는 한 개인이 빈곤의 나락으로 쉽게 떨어지지 않도록 완충제 역할을 수행하며 빈곤극복을 위한 에너지를 끌어들이는 모든 힘의 원천이 될 것이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에게는 다메가 필요하다.

쪽방지역에서 거주하는 많은 사람들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해 40만 원으로 혹은 자활을 통해 5-60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간다. 이들에게 복지수급비는 방세와 생활비를 제하고 나면 생존하기에도 턱없이 부족한 돈이다. 그래서 이 적은 돈을 가지고 그/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녀들이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적절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다른 것들도 함께 필요로 한다. 쪽방지역 그/녀들은 낮은 소득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뿐 만아니라 가족과의 단절, 불안정 저임금 일자리, 나쁜 건강상태, 열악한 주거환경으로 고통 받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메’를 형성할 때 비로소 빈곤을 벗어날 길도 마련될 것이다.

 

어떻게 인간과 사회의 ‘다메’를 증가 시킬 수 있을까

- 인간들의 상호 부조, 사회연대 강화, 공적 안전망 강화를 통해 달성 가능하다.

- 빈곤은 서로 얽혀 있다. 총체적 빈곤의 상황.

- 빈곤에 대해 서로 이해하라. 빈곤 당사자 간에도 이해 부족, 내부 차별 존재.

- (개인적 생각으로는) 빈곤해결을 위해 먼저 필요한 다메는 ‘빈곤층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빈곤계층의 일차적 필요를 지원하고 빈곤층들이 서로 소통하며 빈곤층과 사회가 상호소통을 시작 할 수 있게 하는 ‘빈곤층 생존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빈곤문제에 대한 해결방안의 모색이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빈곤계층이 처한 빈곤해결을 위한 직․간접적 지원이나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다메’의 형성 없이 빈곤의 해결을 위한 여러 활동들은 매우 요원한 일일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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