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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광-아스트랄프로젝트 : 나의 진실이 다른 사람에게도 진실인 것은 아니다

내가 믿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이 진실인가? 눈에 보이는 현실과 경험들은 지금까지 내가 알고 있던 지식들에 의해 만들어 진 것은 아닐까? '진실'이라는 것은 항상 가려져 있는 것. 그냥 나의 시야에 바로 들어오지는 않는 것, 그래서 매우 조밀하게 보지 않으면, 상대 편의 입장이 되지 않으면, 진실은 쉽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역에 수만명이 지나쳐도 유령 취급당하는 노숙인처럼, 큰 빌딩들 사이에 가려진 쪽방촌들 처럼 말이다.    

 

보고싶은 것만 보기

'월광-아스트랄프로젝트(marginal 글/타케야 슈지 그림)'라는 만화책에 보면 한 원주민의 눈에 비친 문명인의 모습이 나온다. 어느날 파피뉴기아에 한 원주민 마을에 문명인이 찾아왔다. 문명인은 원주민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추장을 만났다. 그리고 문명인은 자기의 가슴 소매에서 담배 하나를 꺼내었다. 그리고는 담배에 불을 붙히고 담배연기 한모금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내뿜었다. 문명인은 호의와 우정의 표시로 담배하나를 추장에게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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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광경을 지켜 보던 원주민은 이 광경을 매우 다르게 보고 있다. 그 당시 5살이였던 한 원주민 아이가 청년이 된 후 이렇게 고백한다. 원주민에게 있어 옷이란 것을 상상해 본적도 없기에, 문명인이 가슴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는 모습은 원주민에게 매우 기묘하게 보였다고 한다. 원주민의 눈에는 살 속에서 손을 쑤셔 넣어 담배를 꺼내는 모습으로 보였고 그자리에 있던 모든 원주민들은 담배를 꺼내는 이 과정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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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옷이 존재하지 않는 문화 속에 옷은 피부의 일부처럼 보일 지 모르겠다. 이처럼 나는 과거의 지식이나 경험에 대해 너무 맹신한 나머지 새로운 것에 대한 상상 자체를 하지 못하게 되거나 나의 고정관념이나 상식이라는 게 보편적일 것이라는 착각을 종종한다. 옷이 없는 사회에서 옷을 상상하지 못하듯.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경험으로 너무나 다양한 세상과 다양한 사람들을 쉽게 규정/해석하려는 오류를 범하거나 '등잔 밑이 어둡다'는 속담처럼 보고 싶은 것만 바라보게 되고 이로 인해 정작 실질적이고 본질적인 것을 쉽게 놓치기도 한다.

 

보고 싶은 것을 넘어 바라보기 

나는 나의 좋은 모습이든 나쁜 모습이든 잘 변하지 않는 나를 자주 발견하게 된다. 이게 '일관성'이라고 하면 좋은 말이 겠지만 이게 터무니 없는 그리고 전혀 유연함 없는 '똥고집', '꼴통'이라 부를수 있는 것 이라면 다른 말이 된다. 나의 일관성과 똥고집이 사실 정확하게 분리 하기 어렵더라도, 이 똥고집이 많은 의심과 유연한 고민 속에 탄생한 똥고집이라면 내가 이런 말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도 모르게 많은 편견들과 전혀 과거에서 멈춰버린 지식들에서 가지게 되는 '이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똥고집. 이런 '편견 가득한 똥고집'이 분명히 내 안에 있다.

 

어떻게 내가 보고 싶은 것 너머에 있는 것을 바라 볼 수 있을까?  나와 너가 다르다는 걸, 그러기에 생각도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이기적인 내가 전적으로 -생각이 아닌 습관적으로- 이해 할 수 있을까? 내가 상식이라고 생각하는게 다른 사람에게는 전혀 상식이 되지 못한다는 걸 나의 일상에서 어떻게 받아 들 일 수 있을까? 문명인이 원주민의 사고를 동시에 가지는 것은 분명 어려운 일 일 것이다. 하지만 사고가 다를 수 있음을, 내가 생각하는 것이 보편적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는 노력은 지속적으로 - 실패하더라도- 나를 다른 사람에게 이해시키기 위해서라도, 소통이라는 것을 위해서라도 필요한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 나이가 들면 들수록 자꾸 전혀 유연하지 않고 매우 경직된 고집들이 불쑥 불쑥나와 걱정이다. 결국 '꼰대'라고 부르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우울해 진다.          

 

# '당신의 진실이 나의 진실이 될 수 없는 부분'에서 나의 운동이 시작된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나의 진실이 다른이에게 진실이 되지 못함 또한 긴장감 있게 고민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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