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 목록
-
- 노동자대투쟁25주년, 세상엔...
- 먼동
- 2012
-
- 죽음의 행렬, 파렴치한 노란...
- 먼동
- 2012
-
- 백토 모교수의 자작 '당권파...
- 먼동
- 2012
-
- 반성할 의지가 있는 자, 반...
- 먼동
- 2012
-
- 살인해고 희생자 분향소를 ...
- 먼동
- 2012
97년 겨울 (1998년 2월 어느 밤)
산다고 살았는데
콧구멍 먹먹하게 먼지숨 들이키며
화공 뿜칠 독기운 종일 취한 머리로
귀가길 지옥철, 거적 같은 봉고차
엔진 위 들썩들썩 시큰한 허리춤을 잡고
빙빙 비틀대며 집 가던 저녁
우리 산다고 살았는데
경기며 충청이며 강원이며 구석구석 누비며
사장이 길참 삼아 사다 던진
호떡 한 쪽 목구멍에 디밀며
그렇게 우기듯이 버티며 살아왔는데
칠쟁이 일이란 게 무슨...
도깨비 방망이 한방으로 끝날 일인 양
공사주들 곁눈질 한끝에 내던지는
남의 속 울궈놓는 모진 한마디
오늘도 가슴에 묻고 난 다시 후끼를 들었다
산다고 살았는데
몇 억, 몇 십억 짜리 건물에 드나들며
옷을 입히고 꽃 치장을 해도
일 끝나면 그 뿐
어느 날 지나던 길 오줌마려 들를까
편한 속으로야 다시는 들를 일 없을 것 같은
까마득히 낯선 어제의 내 노동이
또 다른 자본의 성전, 착취의 보루가 되어
저만치 위 높은 데서 커다란 배 내민 채
날, 우릴 비웃을 때
날 담배 한 모금에 허한 가슴 흩어버리고
얼굴 돌려 발걸음 재촉하는 저녁
"설탕값이 또 천원이나 올랐어"
"내년엔 간접세를 몇 조나 더 늘린다는군"
날마다 달아나는 음식값에, 교육비에, 세금에
얼굴 부비며 매달리는 애들 등쌀에
졸라맬 허리띠는 거...뒤질래도 없는데
이 저녁도 텔레비선
경제위기 임금억제 다시 뛰자 전화위복
재탕삼탕 때깔좋은 월드컵 나팔에
멍멍 찍찍 한마음 하나로
웅성웅성 호들갑 바쁘게도 뱉어내고
고용조정 유연성 요상한 말 써가며
짜를란다 굳힐란다 암때나 줄란다
늘켰다 줄퀐다 아무케나 쓸란다
이나저나 매한가지 내게는 딱 한마디
값싸게 독하게 뺑이치라는데
차라리 저놈의 것 내쳐 꺼버리고
자식내미 손목 한번 더 쓸어주고
물 젖은 걸레같은 몸뚱이
늦저녁 이불속에 파묻을 참에
어느 굵직한 재벌 하청 건설업체 사무실로
밀린 것 삼천만원 내놓으라 열 다섯이 몰려가
진종일 버티며 싸우던 판에
철근하던 서른 다섯 또 어느 한 이가
온몸 옮겨 붙은 불에 타 금방 세상 떴다는...
젖은 베겟녘을 파고드는...
참... 지랄같이도 짧은 뉴스
최근 댓글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