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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책상정리를 하다가 최승자의 시집에서 시 몇편을 옯겨 적어놓은 종이를 발견했다.
꽤 오래전이었던거 같은데, 그때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런 시들을 옯겨적어놓았던걸까.
어떤 상황에서 최승자의 시들은 위안과 힘을 준다. 어떤 상황에서는.
서역만리
우린 마치 저 쇼윈도에 보이는
줄줄이 꿰인채 돌아가며 익혀지는 통닭들 같아.
우린 실은 이미 죽었는데, 죽은 채로
전기의 힘에 의해 끊임없이 회전하며 구워지는거,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지. 죽음은 시시한 것이야.
왜냐하면 우린 이미 죽어있으니까.
이미 죽어꽂혀져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으니까.
그런데 기가 막히게 그게 우리의 삶이라는 거야.
삶이 이미 죽어있는데, 죽음이란 얼마나 시시한 것이겠어?
그건 하느님이 전기콘센트에서 플러그를 빼버릴때,
우리모두가 무표정하게, 일동 멈춰섯! 하는 것 뿐이야.
이런 생각을 하며 지하철역 홍대입구에서 문지사거리까지
걸어가는 그 거리가 얼어붙은 서역만리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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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묻고
다묻고
떠나야지.
삶은
서울은
더러운 것.
문둥이가 제 상처를 핥으며
제 상처를 까발려 전시하며
끊임없이 생존을 구걸하는
삶은
서울은
더러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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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황
못 살겠습니다.
(실은 이만하면 잘 살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어쩔수가 없습니다
원한다면, 죽여주십시오.
생각해보면, 살고 싶다고 생각한적이
한번도 없는것 같습니다.
그게 내 죄이며 내 업입니다.
그 죄와 그 업때문에 지금 살아있습니다.
미안합니다.
사랑합니다.
잘 살아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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