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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같이 사진수업을 하고 있는 한 아이가 자살기도를 했다. 모임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오지 않아서 평소엔 일찍이 와서 기다리고 있던 아이가 웬일인가 싶었는데, 느지막이 친구가 와서 지금 중환자실에 있다며 소식을 전했다. 그날 저녁 면회를 가서 병실을 찾다가, 입원자 명단에 있는 이름 옆의 17이라는 숫자가 눈에 밟혀 손가락끝으로 문질러보았다. 각종 호스가 군데군데 연결된 채, 중환자실 침대 위에서 그 애는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싱글싱글 웃으면서, 머리를 예쁘게 잘랐는데 머리를 못 감아서 별로 안 예쁘다고 했다. 도화지 같은 팔에는 손목부터 어깨까지 빨간 줄이 죽죽 그어져 있었다. 바닥이 질척해 내려다보니 오줌통에서 호스가 빠졌는지 바닥이 흥건했다. 곧 간호사가 와서 익숙한 손놀림으로 호스를 바로 잡고는 사라졌다. 그 움직임이 너무나 기계적이어서 섬뜩하게 느껴졌다. 핏줄이 안보여서 결국 발에다 링겔을 꼽았다면서, 심심해 죽겠어서 간호사에게 겨우 졸라서 책 몇 권을 빌렸다고, 일반실로 옮기면 자주 놀러오라고 말했다. 나중에 그 애의 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사이다에 아세톤을 섞어서 반통이나 들이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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