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생각한다. 나는 이제 ~~한 사람이 되는 건가, ++해진 건가?

 

최근에는 틈이 나면 내가 가진 서너 개의 블로그와 홈피를 찾아다니며 이전에 썼던 글들을 쭉 읽어보고 있다.어느 친구처럼 나 역시 정체성을 고민 중이었나 보다. 무튼 왠만한 책이나 영화보다 내 자취를 보는 게 더 재밌다.

 

복잡다단한 속에서도 확실한 몇 가지는... 결핍과 환멸과 정처없음 뭐 이런 언어들이 이제는 내 인생과 연관있는 게 아니라 끌리는 대로 골라먹는 아이스크림 맛처럼 가끔 그리운 것으로 충분해진 시점이라는 것.

삶의 활력은 나를 아프게 하는 것들을 맞닥뜨릴 때 계속될 수 있다는 것.

최근 나는 언행일치의 결벽을 털어버리고 행동보다 말이 앞서는 게 어렵지 않은 사람이 되어버려서, 그런 일을 생업으로라도 삼지 않으면 정말 안 되게 되었다는 것.

 

나는 ~~한 사람이 되었다가, ++한 사람이 되기도 하고, ##한 사람이 되기도 하더라.  

종결된 수많은 이해들, 규정되고 멈춰버린 의미들이 이제 그리 답답하지도 않다.,  

청춘종결자가 된 것 같은 소리를 하고 있다. 잊지 않고 싶은 몇 가지 말들에 다시 밑줄 쫙.

  

 

#'열렬한 짝사랑의 사실이 자신이 간직하고 있는 가장 소중한 것'  (익명의 친구)

 
#마찬가지로 김현의 비판은 문학을 읽는 독자에게도 적용된다. 부조리와 억압을 드러내는 책을 읽는 척 하면서 그 사회에 의해 인정받기를 바라는 희한한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는 비판적인 지식인 행세를 하며 무지한 대중보다 자신을 상층에 위치시킨다.
 내가 바란 꿈이라는 것도 결국 이정도이지 않았을까. 주류사회에 편입될만한 능력과 성실성이 없었던 나는 젠체하며 다른 방향으로 걷는 척 했지만, 결국은 같은 목적지로 이어진 길을 꿈꾸고 있지 않았을까.
꿈을 말했던 나는 어느새 셈을 따지고 있다. (황 모씨)

 

 # 자기를 책망하는 회한에는 일종의 사치스러운 쾌락이 있다. 자신을 비난할 때, 우리는 다른 그 누구에게도 우리를 비난할 권리가 없다고 느낀다. 우리의 죄를 사해주는 것은 신부가 아니다. 우리가 하는 죄의 고백 자체다. (오스카 와일드,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환의 낡고도 하얀 속옷에서 나는 달콤한 냄새가 미칠 듯이 그리웠다. 낡은 가방에서 꺼내든 낡은 시집, 낡은 신발, 환이 지닌 모든 낡은 것. 세상의 그 어떤 새것들보다 더 기품 있는 환의 낡은 것. 남들이 새것으로 치장하고, 남들이 비싼 것을 자랑할 때 환이 지닌 값싸고 낡은 것들은 새것과 비싼 것들이 차마 닿을 수 없는 높은 곳에서 홀로 외롭고, 홀로 높고, 홀로 쓸쓸하고, 홀로 아름다웠다.
  세상 사람 그 누구도 그렇다는 것을 알아보지 못할 때, 그래서 눈여겨보지 않을 때, 나 혼자 환의 아름다움을 보는 것이 나는 기뻤다. 나는 그가 그 이름처럼 얼마나 환한 사람인지를 세상 사람들이 몰라도 좋았다. 나는 이 세상 그 어떤 것도 갖고 싶지 않았고 오직 환의 환한 아름다움만을 내 것으로 갖고 싶었다. 그러면 나는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가지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것 같았고 아무것도 가지지 않아도 상관없을 것 같았다.
  한편으로 나는, 환이 왜 죽으려고 했는지를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이 슬펐다. 환과 나 사이에 내 힘으로 뛰어넘지 못할 거대한 장벽이 쳐져 있는 것만 같았다. (공선옥,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누가 웃지 말라고 해서 웃지 않은 것은 아닐진대, 꼭 누군가 웃는 것을 용서치 않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인가. 어쩌다가 웃음을 참을 수 없을 만치 행복한 순간에도 주위를 둘러보게 되는 습관은 언제부터 생겨난 것인가. 혹시 지금 내가 누리는 이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되지 않을까. 따뜻한 내 집 창밖에 지금 누군가 추위와 굶주림에 떨고 있지는 않은가. 노심초사해야만 겨우 안심이 되는 이 못 말릴 습성이, 노인네들처럼 온갖 세상 근심걱정 다 떠안아야만 겨우 내가 사람 노릇하고 있는 것같이 느껴지는 이 딱한 습벽이란 도대체 어디에서 온 것이란 말인가. (공선옥, 내가 가장 예뻤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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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4 14:21 2011/01/2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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