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파도가 그리는 영상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째깍 째깍 소리에 맞춰,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이 땅에 서린 모든 슬픔을 달래고 싶은 듯,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째깍 째깍 소리에 맞춰,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드넓은 창공에 서린 상처를 달래고 싶은 듯,

철석 철석 파도가 친다.


철석 거리는 파도 소리가,

영상이 되어 내 눈 속으로 스며든다.

바다는 무엇을 보았기에,

이리도 구슬픈 영상을 그려내는 것일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shout

 

울부짖는다.

어째서?


울부짖는다.

왜?


왜, 난 이렇게,

숨이 막히도록 울부짖는가?


왜, 난 이렇게,

목이 터지도록 울부짖는가?


누군가가 우리의 목소리를,

영혼의 소리를 들어주길 바라는 것일까?


이 세상이 우리의 목소리를,

영혼의 소리를 알아주길 바라는 것일까?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촛불집회

 

촛불을 든 아이

무엇이 이 아이에게

촛불을 쥐게 만들었을까?

고사리 같은 손으로,

한손엔 따스한 어미의 손을 쥐고,

한손엔 타오르는 촛불을 쥐고,

아장아장 한걸음 한걸음 걷는다.

아이는 어른들을 따라,

제 딴에는 큰소리로 외친다고 외친다.

그런 아이를 따스한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

그런 아이를 표독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어른.

무엇이 아이가 촛불을 쥐게 만들었을까?

장난감을 가지고 놀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밥그릇

 

금밥그릇 은밥그릇

너랑 난 개밥그릇

태어날 때부터 귀천 없다더니,

태어날 때부터 귀천이 존재하네.


금밥그릇 은밥그릇

너랑 난 개밥그릇

누구든지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더니,

가난한자 노력해도 성공하기 힘이 드네.


금밥그릇 은밥그릇

너랑 난 개밥그릇

선진국에 태어난 동물 배불러 죽고.

3세계에 태어난 자들 배고파 죽네.


금밥그릇 은밥그릇

너랑 난 개밥그릇


금밥그릇 은밥그릇

너랑 난 개밥그릇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요즘...

요즘..

알바하느라 많이 피곤하네요.

그래서 그런지 좌우명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제 좌우명은

 

자신이 포기한다거나 졌다고 생각하지 않는 이상 생명이 다해게 되더라도 포기한것도 진것도 아니다.

입니다, 그러니 모두들 힘들더라도 포기하지 마시고 목표를 향해 전진하세요.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환동(還童)

 

환동(還童)

 환동, 어른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숲으로 도망친 아이들이 숲의 종족이 되어, 세상으로 되돌아 왔다고 전해지는 종족이다. 이들은 토끼처럼 큰 귀, 옥구슬을 같은 맑고 투명한 눈, 어린아이들의 작고 부드러운 손발을 가진 종족이다. 이들은 어린 아이들처럼 사탕과 같은 단 음식을 좋아하며, 자신들의 친구라고 인정한 자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위험은 생각지도 않고 도움을 준다. 반대로 적으로 간주된 자에게는 바실리스크만큼이나 위험한 종족이나, 인간들과의 교류는 수 천 년 전에 끊겨 소문의 진실 여부는 판단하기 어렵다.

 환동은 땅밑에 굴을 파서 생활하며 빗물이나, 이슬, 눈 따위가 굴 안으로 들어 오지 못하게 하기 위해 굴 입구에 나뭇가지를 얼기설기 역어 올려 놓는다. 굴 안은 매우 넓으나 입구는 성인이 들어가기엔 비좁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초의 모험

 

 뭇, 사람들에게 어둠이란 그리 친숙한 존재가 아닐 것이다. 아니, 친숙하기 보단 이유 없이 공포의 대상으로 여기며 멀리하는 그런 존재일 것이다. 허나, 적어도 단 한 사람만은 예외로 어둠을 대했다. 아니, 그에게도 어둠이란 공포의 대상이었으나, 이내 빛보다도 친숙한 존재로 어둠을 받아들였다. 어둠이 그에게 친숙한 존재로 자리매김하는 데에는 환경적 요인이 강했다. 그 환경이란, 그가 사는 곳이 동굴이라는 것이었다. 이 동굴은 한 치의 앞도 내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진한 어둠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동굴에도 빛이 들어오는 곳이 있었다. 바로 동굴의 출구와 그가 동굴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 자부하는 그만의 영역이었다.

 그는 출구를 알고 있어도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었다. 왠지 모르게 그가 나가려고만 하면 엄청난 충격이 가해져 기절하기 일쑤였다.

 어렸을 때 그는 동굴 출구 근처에 앉아, 가끔씩 들어오는 음식으로 주린 배를 채웠으나, 이 음식들도 얼마 뒤 끊기고 말았다. 하지만 조금만 더 기다리면 곧 음식이 들어올 것이라 여기며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또 몇 주 동안을 굶은 소년은 배를 채우기 위해 천천히 어둠속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어둠을 헤치며 걷고 있던 소년에게 저 멀리서 어둠을 뚫고 한 줄기 빛이 다가왔다. 소년은 어둠속에서 만난 빛이 반가워 그 빛을 쫒아 달렸다. 어둠에 대한 공포감 보다는 빛에 대한 반가움이 앞서 힘이 부쳐도 계속 달렸다. 한 치의 앞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달리니 넘어지는 것은 당연했으며, 석순에 부딪치기도 하고 벽에 부딪쳐 넘어져도 곧바로 일어나 다시 빛을 쫒아 달렸다. 그렇게 어렵사리 도착한 곳은 동굴 속의 동굴이라 할 수 있었다. 이곳은 다른 곳과는 달리 어둠이 머물지 못했다. 천장에서 환한 빛이 내려와 그 안을 밝히고 있었으며 그 밑으로는 물이 고여 있었는데, 이 물은 얼핏 봐도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깊고 맑았다. 그리고 석순들이 천장의 빛을 받아 빛을 내고 있었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에 도취(陶醉)되었을 때, 소년의 정신을 현실로 불러들이는 소리가 천장을 울리며 귀부터 차례로 공포에 떨게 하였다. 정신을 차린 소년은 주위를 살폈다. 저 멀리서 자신을 노려보는 검치호(劍齒虎)[고양잇과의 화석 동물. 크기가 사자만 하고, 사벨형의 견치(犬齒)가 특징이며, 강한 목의 힘과 어깨와 동체의 무게를 이용하여서 견치로 먹이를 물어 죽인 것으로 생각된다. 북아메리카의 남부에 살았는데 제삼기 말에서 경신세(更新世)에 번창하였다.] 한 마리를 발견하고는 도망쳤다. 소년이 도망치기 무섭게 검치호는 소년의 뒤를 쫒았다. 도망치던 소년은 흘러나오는 빛이 밝히고 있는 벽을 보았다. 그 벽은 천장까지 일직선으로 쭉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닌 계단과 같이 층층이 나뉘어져 있는 벽이었다. 소년은 올라가 있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조심조심 벽을 올랐다. 겨우 다 올라온 소년은 조심스럽게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검치호와 눈이 마주쳤다. 검치호의 노란 눈을 보고 있자, 덜컥 겁이 난 소년은 뭔가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았다. 그리고 근처에 있는 커다란 돌덩이에 눈이 갔다. 소년은 젖 먹던 힘까지 써가며 돌덩이를 들어 검치호를 향해 던졌다. 때마침 검치호도 소년이 있는 곳에 오르기 위해 막 뛰어 올랐던 참이었다. ‘빡!’ 소름끼치는 소리가 동굴 안에 울려 퍼졌다. 검치호는 어이없이 사자의 세계로 여행을 떠났다. 검치호가 죽은 것을 안 소년은 조심스럽게 내려왔다. 검치호의 주검을 본 소년은 불쌍하다는 생각보다 다시금 밀려오는 엄청난 허기짐이 소년을 휘감았다. 소년은 검치호의 두개골이 깨지며 떨어져 나온 송곳니를 보고는 미친 듯이 갈기 시작했다. 한참 뒤 어느 정도 날이 생기자 소년은 이를 사용해 검치호의 가죽을 벗기고 살을 분해하더니 분해한 살을 날로 뜯어먹기 시작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소년의 몸은 검치호의 붉은 피를 뒤집어썼지만 소년은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빛이 있던 그곳으로 돌아갔다.

 소년은 송곳니만으로는 안 된다는 생각에 주먹도끼를 여러개 만들었다. 그리고 이곳의 또 다른 출구를 찾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별다른 소득을 보지 못한채 세월은 흘러 어느 덧 성인으로 성장하였다. 언제나 그렇듯, 사냥 준비를 하는 그의 손놀림이 사뭇 긴장되어 보였다. 주먹도끼와 송곳니를 챙긴 그는 조심스럽게 어둠속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자연이 만든 라비린토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이곳에서 길을 잃어도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올 수가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도 몰랐다. 하지만 언제나 돌아올 수 있었다고 오늘도 당연히 돌아올 수 있다고 보장할 수는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언제나 긴장하며 몸을 움직였다. 이곳의 많은 곳을 가보지는 못했지만 그는 음식과 출구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지만, 요즘들어 꼭 이곳을 떠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오늘도 무사히 돌아온 그는 평소처럼 사냥해온 동물과 야생과일을 먹고 있었다. 그러던 그때 풀 한포기 자라지 않는 자신의 영역에, 빛이 들어오는 가장 자리부터 파도치듯이 풀들이 자라났다. 이 괴현상에 매료된 그가 멍하니 쳐다보고 있을 때, 갑자기 물이 출렁이더니 그곳에서 이무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갑작스런 이무기의 등장에 놀란 그는 이무기에게 송곳니를 겨누었다. 송곳니를 본 이무기는 동굴이 무너질 정도로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크크, 그 검치호가 인간의 손에 죽었을 줄이야. 그건 그렇고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네, 자네를 해칠 마음 따위는 없으니 말이야.”

 이무기의 말에 그는 송곳니를 거두었다. 이무기가 이렇게 말한 이상 자신을 해할 일은 없었다. 이들이 용(龍)이 되기 위한 것 중 하나가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니 말이다. 그런대 문득 이들이 거짓말을 하면, 용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자신이 어떻게 아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그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을 때, 용이 다시 입을 열었다.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것이 있어서, 이렇게 찾아왔네.”

“뭐지?” 

 그는 아무리 이무기라고 하지만 존대를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의 물음에 눈을 천천히 감았다 뜬 이무기가 다시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숲이 있네, 그런데 그 숲이 조금 곤란한 상황에 놓여있네, 숲이 곤란하니 숲에 사는 모든 종족들도 곤란해 졌지, 그래서 그러니 자네가 숲을 도와주게.”

“나보다는 당신이 숲을 돕는 게 더 빨리 상황을 해결할 것 같은데.”

“얼마 전이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네. 지금은 여의주를 생성하기 시작해서 말이네. 본래는 검치호에게 부탁할 생각이었는데, 자네가 그를 흙으로 돌려보내서 말이야.”

 이무기의 말에 그는 눈을 감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도 잠시, 눈을 뜬 그는 흔쾌히 허락했고, 이무기는 크게 기뻐하며 그의 이름을 알고 싶다고 하였다.

“이름이라…지금까지 생각해 본적 없는데…굳이 정하라고 한다면 초(草)라 하고 싶군.”

“풀이라 풀, 좋은 이름이군, 그건 그렇고 자네에게 줄게 있었는데 잊어먹고 있었군.”

 이무기의 말이 끝나자 이무기의 송곳니중 하나가 빠지더니 초의 앞으로 천천히 내려왔다. 초가 조심스럽게 잡자, 이무기의 송곳니와 검치호의 송곳니가 빛이 나더니 손잡이와 날이 생겨났다. 초는 이 신기한 현상을 보고도 별다른 반응 없이 허리춤에 두 송곳니를 꽂았다. 마지막으로 이무기는 초에게 환동들을 찾아가라고 하였다. 그들에게 보다 정확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초가 알았다고 대답하자, 동굴의 모습이 천천히 흔들리더니 이내 동굴의 모습은 온대간데 없이 갑자기 숲이 나왔다.

 자신의 기억 상 난생 처음 보는 숲과 몇 년 만에 보는 푸른 하늘, 콧잔등을 간지럼 태우는 풀 내음에 초는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뱉었다.

 초는 동굴에서 걸치고 있던 동물 가죽이 아닌 움직이기 편한 도복 비슷한 옷을 입었고, 허리춤에는 작은 주머니가 달려있었다. 초의 검은 긴 머리는 바람에 흩날렸고, 표정이라고는 하나 없는 얼굴에, 날카로운 검은 두 눈은 새로운 환경과 기대감에 평소보다 더 빛이 났다. 초는 망설임도 없이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환동, 어른들의 학대를 견디다 못해 숲으로 도망친 아이들이 숲의 종족이 되어, 세상으로 되돌아 왔다고 전해지는 종족이다. 이들은 토끼처럼 큰 귀, 옥구슬을 같은 맑고 투명한 눈, 어린아이들의 작고 부드러운 손발을 가진 종족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친구라고 인정한 자를 위해서라면 자신들의 위험은 생각지도 않고 도움을 준다. 반대로 적으로 간주된 자에게는 바실리스크만큼이나 위험한 종족이지만, 인간들과는 교류가 전무한 종족이었다.

 초는 이무기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어떻게 그들에 대해서 알고 있는지 혼란스러웠지만 우선은 환동을 찾아 며칠 째 숲을 해매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환동 한 무리가 초에게 다가왔다. 그들은 초를 경계하며 조심스럽게 이무기가 준 주머니를 가리켰다. 그제야 주머니가 생각난 초는 주머니를 열었다. 주머니에는 맛있게 생긴 사탕이 한가득 들어있었다. 초는 환동들에게 사탕을 하나하나 나누어 주었고, 그들은 사탕을 받기 무섭게 입에 넣고는 만족스런 미소를 지었다. 사탕을 먹고 있던 한 환동이 초의 허리춤에 잘 안 보이도록 꽂아 둔 용아(龍牙)와 호아(虎牙)를 보고는 초의 손을 잡아끌었다. 환동의 갑작스런 행동에 초가 당황하는 사이 다른 환동들도 초를 살폈고 용아와 호아를 발견하고는 초를 잡아끌었다.

 초가 그들에게 이끌려 간곳은 인간들 중 단 한사람도 본적도 없다는 환동 마을이었다. 환동의 집은 땅속 깊숙이 들어가야 했다. 환동들은 자신들의 집과 통하는 땅굴 위에 넝쿨로 묶은 나뭇가지를 천막 형태로 올려놓아, 눈, 비가 땅굴을 통하는 집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 이 집들은 숲과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환동의 집 안은 넓었지만 땅굴은 초가 들어가기에는 비좁았기에 밖에서 기다리기로 하였다. 잠시 후, 마을 모든 환동들이 초를 둘러쌌다. 그중 야무지게 생긴 환동이 앞으로 나왔다.

“당신이 이무기가 보낸 자인가요?”

 초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상하네요. 이무기는 검치호에게 부탁할 거라고 하던데, 뭐 상관없죠. 당신이 그들에게 인정을 받은 것 같으니까요.”

 초는 고개를 저었다. 이무기의 인정은 몰라도 검치호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환동들은 갑자기 소란스러워 졌다. 이무기와 검치호가 보낸 잔줄 알았는데, 아니라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환동들은 자신들의 언어로 대화를 하더니 회의 내용을 초 앞에 서있는 환동에게 알려주었다.

“당신이 인정을 받았는가가 우리에겐 중요하지만, 그보다 숲의 사정이 더 급하니, 용아와 호아를 가지고 있는 당신에게 우리 환동들이 도움을 청합니다.”

“환동들이며, 숲을 위해서 내 모든 힘들 다해 도와드리리다.”

“숲의 정령(精靈)을 찾아 대려와 주세요.”

 환동의 말에 초는 깜짝 놀랐다. 이 숲은 상당히 컸다. 이정도로 큰 숲에는 엔트들과 같이 숲을 돌보는 숲의 정령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환동의 말에 의하면 지금 이 숲의 정령은 사라졌다. 초반에는 엔트들 만으로도 숲을 돌볼 수는 있겠지만, 종국에는 숲은 죽는다. 엔트들이 지쳐 숲을 돌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숲이 죽으면 숲에 사는 모든 종족들도 종말을 맞이한다.

 이무기의 말과는 달리, 아주 심각한 상황이기에 금지 되어있는 정령의 모습을 물었다.

 정령들의 모습은 자신들의 속성과 관계가 있다. 예를 들면 물의 정령은 물고기 등, 물의 동물과 물의 요정의 모습을 하고 태어난다. 이들은 자신들의 모습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으나 큰 틀을 벗어나지는 못한다. 때문에 모습을 안다는 것은 그 정령을 잡을 수 있었다.

 정령의 모습을 묻는 게 금지된 데엔 인간들의 영향이 컸다. 인간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을 자랑하기 위해 정령의 모습을 알아내어 그들을 잡아갔다. 수많은 정령들이 잡혀가자 삶이 위태해진 타 종족들은 정령들을 구출하기 위해 연합을 하여 인간들을 대대적으로 공격하였다. 자만에 빠져 모든 종족들 중 우월하다 외치던 인간들은 자신들의 잘못을 모르고 맞대응 하였다. 하지만 인간들은 제대로 된 공격한번 못하고 수세에 몰렸다. 그제야 권력자들은 정령들을 놓아주며 앞으로 다시는 정령을 잡아가지도 모습을 알아내려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였고 다른 종족들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첫 인간과 타 종족들의 전쟁은 끝이 났다.

 이 숲의 정령은 너무나도 뜻밖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환동들로부터 정령의 모습을 들은 초는 나지막하게 되씹어 보았다.

“인간 여자라…….”

 환동들은 그에게 정령의 인상착의를 알려주었다. 비취색 긴 머리와 눈동자, 구릿빛 피부에 미소가 매우 아름다운 정령이라고 했다. 초는 인상착의를 되씹어 보고는 마지막으로 본 게 언제인지 물었다.

“이 주일 전, 근처 평야에서 인간들의 전쟁이 종결되고부터 보이지 않았어요.”

 환동의 말에서 인간에 대한 강한 적의가 느껴지자, 초는 자신도 모르게 용아와 호아에 손을 가져가다가 저들의 적의는 자신이 아닌 다른 인간에게 향해있다는 것은 생각해내고는 손을 땠다.

“전쟁을 한 두 나라는 어디 있죠?”

 나무들 사이로 엔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엔트는 환동들을 대신하여 입을 열었다.

“그 두 왕국이 어디 있는지, 이들도 나도 모른다네, 우리가 자네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그 두 왕국이 전쟁을 벌였던 그 평야로 자네를 데려다 주는 것 밖에는 없네.”

“그럼, 절 그곳에 데려다 주십시오. 숲을 돌보는 이여.”

 초가 환동들에게 정령을 찾으면 연락하겠다고 하자, 그들은 그때는 이 녀석을 보냐면 된다고 하면서 비둘기 한 마리를 딸려 보냈다.

 엔트는 초를 자신의 어깨에 태우고는 환동 마을을 벗어나 숲의 경계에 초를 내려 주었다. 초는 평야로 걸어 나가 땅에 코를 대고 숲을 크게 들이마셨다. 땅의 기억을 읽는 것이다. 이 행동은 동굴에서 익힌 것인데 기억을 읽는 다기보다 땅의 기억을 추리한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하고는 착잡한 마음으로 코를 때고 엔트에게 다가갔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 소수 인간들의 욕심 때문에 대지가 피에 적어 고통스럽게 울부짖고 있지!”

“같은 인간으로 정말 미안할 따름입니다. 대지의 기억을 보내 대충 두 왕국의 위치를 알겠군요. 먼저 울렌왕국으로 갈까 합니다. 땅의 기억으로는 그 왕국 사람들 중 한 명이 그녀를 보았다고 하는 군요.”

 초는 엔트에게 작별인사를 하고 길을 떠나려는데 엔트가 초를 불렀다.

“네, 저에게는, 이 두 다리 말고는 다른 이동수단이 없으니까요.”

 초의 말을 들은 엔트는 갑자기 포효했다. 엔트의 포효는 숲을 뒤흔들 정도였다. 숲을 뒤흔드는 엔트의 포효가 끝나고 잠시 뒤, 한 마리의 말이 그들에게 뛰어왔다.

“적토마(赤土馬), 천리마(千里馬)와 같은 천하의 명마 중 명마지 다만 자신이 인정한 녀석만  태운다는 게 흠이라면 흠일까.”

 말은 검은 윤기 있는 털과 흑진주와 같은 깊고 투명한 눈을 가지고 있었다. 더군다나 검은 텅은 약간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다. 초는 엔트의 말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말에게 다가갔다. 말의 검은 두 눈동자를 보고 있자니 거기에 빨려들어 갈 것만 같았다. 초는 조심스럽게 말 머리를 쓰다듬었다. 말은 초의 손길이 기분이 좋은지 두 눈을 감고 초의 손길을 즐겼다. 초는 말을 쓰다듬으며 자신과 숲을 도와주기를 부탁하고는 말위에 올랐다. 안장도 없는 말 위에 오르니 왠지 모를 편안함이 느껴졌다. 인정한 자가 아니면 태우지 않는 다는 말은 초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인지 사람 손에 길들여진 순한 말들처럼 초를 태우고도 얌전했다. 말의 이런 모습에 엔트는 초와 말을 번갈아 보며 웃었다.

 초는 말에게 맑고 편안하다는 뜻의 청담(淸憺)이란 이름을 지어주었고 청담도 맘에 드는지 연신 울어댔다. 그들은 숲의 정령을 찾아 울렌왕국으로 향했다.

 처음으로 도시라 불리는 곳에 도착한 초는 적잖이 놀랐다. 도시의 건물들은 화려했으나 그 화려함이 조잡했으며, 그 못지않게 낡은 건물들이 가득 매우고 있었다. 더불어 도시는 매우 혼잡하며 소란스러웠다. 도저히 익숙해 질것 같지 않는, 이 환경에도 초는 정령의 소식을 찾기 위해 며칠간 움직였으나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정령의 소식의 듣지 못했다. 초는 한숨을 내쉬며 도시 세력가에 잠입하였다. 하지만 잠입하였지만 역시나 소규모 세력가들에게서는 정령의 소식을 듣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잠입하기 힘들 정도로 경비가 철저한 세력가에 들어갔다. 거기서 그토록 찾아 헤매던 정령의 소식을 듣게 되었다.

“아버지, 이번 전쟁에 별다른 소득은 없었지만, 정말 뜻밖의 전리품을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깜짝 놀래줄 생각이었는데, 들었나 보구나. 맞다 국왕폐하께서 숲의 정령을 사로잡았다고 하더구나. 얼마 뒤 있을 건국절에 온 국민에게 정령이 국왕폐하와 같이 백성들을 축복하기 위해 모습을 보일 것이라 하더구나.”

“저희도 보러 갈 거죠?”

“그럼.”

 세력가 부자(父子)가 방 밖으로 나가자 어둠속에서 초가 모습을 나타냈다.

“역시, 이 왕국에 있었군!”

 정령의 소식을 듣게 된 초는 약속대로 환동들에게 비둘기를 보내고는 청담과 같이 수도로 향했다.

 수도에 도착한 초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화려한 건물들은 제 잘난 듯, 한껏 뽐내었고 근처의 다 쓰러져가는 건물들은 화려한 건물들을 더욱 돋보이게 해주고 있었다. 도시 안의 혼잡함과 소란은 여타 도시들 보다 배 이상 심했으며, 사람들은 미어터질 정도로 많았다. 바람이 불어와도 바람에 실린 매캐한 도시의 냄새와 석여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바람에 초는 구역질나는 것을 간신히 참으며 발걸음을 옮겼다.

 초는 정령이 잡혀 있을 거라 여긴 왕성 앞에 섰다. 왕성의 웅장함에 한순간 앞도 되었지만, 그도 잠시 이렇게 화려하며 큰 성을 짓기 위해 힘없는 약자들의 피가 얼마나 들어갔을 지를 생각하니, 아름답고 웅장한 성이 지옥에 세워진 죽음의 성처럼 보였다. 성에 잠입 할 만 한 틈이 있으나 살폈으나 틈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하지만 건국절까지 기다리자니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기에, 다시 한 번 천천히 살폈으나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하는 수 없이 건국절을 기약하며 발걸음을 돌렸다.

 건국절 아침, 초는 용아와 호아 그리고 얼마 전 구입한 롱 보우를 챙겼다. 검은 로브를 깁게 눌러 쓴 초의 모습은 여행자 모습이었다. 오늘부터 정령을 숲에 데려갈 때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피를 뒤집어 쓸 것이라 생각이 들었다. 초는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밖으로 나갔다. 수도는 평소보다 더 소란스럽고 혼잡했다. 이런 수도의 모습에 초는 오만가지 인상을 쓰며 빠르게 걸었다. 초가 가는 곳은 도시 광장이었다. 이곳에서 정령과 왕이 모습을 보일 것이라 했고, 사람들은 연신 이 이야기를 떠들어 댔다. 초가 도착했을 때, 단상이 새워지고 있었다. 초는 단상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 서서, 단상이 세워지는 것을 보며 못이 박힌 듯, 꼼짝 하지도 않고 가만히 서있었다. 조금의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를 사람들은 신기한 듯, 바라보며 지나갔다. 깜빡이는 두 눈만이 초가 살아있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해가 서산(西山)으로 넘어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삼삼오오(三三五五) 광장으로 모여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광장에는 벌레 한 마리 들어올 틈조차 남지 않게 되었다. 사람들이 광장에 가득 찬 후에 팡파르가 울리며 귀족들의 도착을 알렸다. 마지막으로 왕의 도착을 알리는 팡파르와 함께 왕, 왕비, 왕자 그리고 정령이 차례로 단상 위로 올라갔다. 왕은 단상 앞으로 나와 지루한 연설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하나둘 지쳐가기 시작할 때가 돼서야 왕의 연설이 끝났다. 그와 동시에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왕은 만족스런 미소를 지으며 자리로 돌아가며 어정쩡하게 서있는 정령을 앞으로 밀었다. 정령이 단상 앞에 서자 찬물을 끼얹은 듯, 주위가 조용해 졌다. 정령의 얼굴에는 슬픔, 체념 그리고 고통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정령이 한숨을 내쉬고 천천히 입을 여는 그 순간 석상처럼 서있던 초가 화살을 연달아 쏘았다. 바람을 가르며 화살은 정령 주위에 서있던 기사에게 명중하였다. 초의 공격에 순간 혼란이 일어났고 그 틈에 초는 단숨에 단상위로 올라갔다. 초가 정령에게 다가가는 것을 제기 하기 위해 기사들이 달려들었으나 한순간에 사자의 세계로 떠났다. 초는 정령을 끌어안고 단상위에서 뛰어내렸다.

“청담!”

 초는 정령의 놀란 얼굴을 무시하고 소리쳤다. 갑작스런 살인에 놀란 시민들은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 사이를 뚫고 청담이 뛰어왔다. 정령을 청담에 태우고 초도 올라타자 청담은 빠르게 달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못해 기사들에게 점점 포위당하고 있었다.

“청담, 내가 저들을 막는 동안 정령을 데리고 도망쳐! 전에 있던 곳에서 만나자!”

 초는 청담 위에서 뛰어내렸고 그와 동시에 청담은 포위망을 뚫고 도망쳤다. 기사들은 빠르게 도망치는 청담을 쫒기보다는 초를 사로잡는 것이 빠르다 판단하며 초를 포위하였다. 청담을 타고 도망치던 정령은 걱정스런 눈길로 초를 바라보았으나 초는 정령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초가 용아와 호아를 휘두르며 한 명 두 명 사자의 세계로 인도하였다. 초가 이렇게까지 검술에 능한 것은 동굴안의 야수들의 상대로 해왔기 때문이었다. 검사들이 아무리 훈련을 해도 야수와 인간의 육체적 차이는 절대로 매꿀 수 없는 것이 야수들을 상대로 살아남은 초에게 기사들은 너무 쉬운 상대였다. 기사들이 착용하고 있는 강철 갑옷, 방패는 용아와 호아 앞에서는 종지처럼 갈기갈기 찢어졌다. 강철 갑옷과 방패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용아와 호아 그리고 자신들을 상대하면서 겁을 먹기 보다는 여유로운 초의 모습에 기사들은 초에게 다가가는 것을 잠시 망설였다. 그 순간 초는 달렸다. 그러나 갑자기 날아온 화살이 어깨에 박혔다. 활을 맞고 신형이 무너지는 초에게 기사들은 다시 달려들었다. 초는 달려드는 기사 하나들 죽음으로 인도하고는 도망쳤다. 달리는 초는 기사들이 쫒아오나 안 쫒아오나 연신 뒤를 봐가며 청담과 같이 전에 봐두었던 동굴로 뛰어갔다.

 어두운 동굴 안, 정령이 조심스럽게 초의 어깨에 박힌 화살을 뽑고는 자신의 치마 밑단을 찢어 초의 어깨에 동여매줬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기 저를 두고 도망가세요. 처는 저들에게서 도망칠 수가 없어요.”

“아니요.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당신을 데려가겠다고 숲의 종족들과 약속했습니다. 만약 저들이 이곳까지 쫒아온다면 저들에게 가는 것은 당신이 아닌 저승사자가 갈 것입니다.”

 초의 말을 끝으로 동굴은 한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잠시 후, 초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왔군요. 여기서 기다리세요.”

 초의 말에 정령은 고개를 끄덕였고 이와 동시에 초는 어둠 속으로 녹아들었다.

“으악!”

“불, 불을 가져와!”

 초가 사라지기 무섭게 동굴의 고요함은 사람들의 고통에 찬 비명과 당황한 목소리에 산산조각 났다. 사람들의 비명이 늘어갈수록 정령은 청담을 꼭 끌어안았다.

 초가 어둠에 녹아들어 병사들을 공격하고 있는 이때, 동굴 안으로 화려한 로브를 입은 자가 들어왔다. 그는 들어서자마자 알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 뒤 외쳤다.

“어둠을 쫒아내는 빛!”

 그 외침과 동시에 허공에 빛나는 구(球)가 생겼다. 그 구로 인해 어둠은 동굴 깊숙한 곳으로 도망쳤고 초의 모습이 빛에 들어났다.

“현자의 길을 버리고 권력을 쫒는 쓰레기군!”

 초의 말에 마법사는 발끈하여 초를 어서 잡아 죽이라고 명령하였다. 그의 말과 동시에 병사들과 기사들이 초를 향해 달려들었다. 초는 그들과 격돌을 대비해 용아와 호아를 잡았다. 그 순간 용아와 호아에서 빛이 나더니 그 빛이 초를 삼켰다. 잠시 후 빛이 걷히자 초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갑작스럽게 초가 사라지자 병사들과 기사들은 긴장하며 초를 찾았다.

 감싸던 빛이 사라지자 초는 얼른 눈을 떴다. 그가 있는 곳이 동굴이 아닌 깊은 산속임을 깨닫고 정령과 청담을 구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려는 찰나 정령과 청담이 그의 곁으로 왔다.

정령과 청담의 모습을 보고 초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상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때 미모의 여성이 그들에게 다가왔다.

“구미호(九尾狐)!”

“저를 알고 있었나요?”

“아니요. 그냥 느낌입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시죠?”

 초는 구미호를 노려보며 용아와 호아를 꽉 쥐었다. 자신이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지만,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싸워야 할 수도 있었다.

“긴장할 필요 없어요. 당신도 저 아이도 해치려는 게 아니니까요. 당신들이 조금 위험해 보여서 도와준 거니 말이에요.”

 구미호의 말에 초는 고개 숙여 감사의 뜻을 전했다. 초의 이런 해동에 도리어 구미호 당황해 했다.

“그렇게까지 하실 필요 없어요. 나중에 제 부탁 하나 들어주시면 되요.”

“그럼, 당신이 제 힘을 필요로 할 때, 온 함을 다해 돕겠습니다.”

 구미호는 초를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입을 열었다.

“도움을 주는 김에 하나 더 드리지요! 당신은 어떻게 자신이 이 종족에 대해서 그렇게 상세히 아는지 궁금하지 않나요?”

 초는 놀란 얼굴로 구미호를 쳐다보았다.

“당신을 그 동굴에 가둔 것은 우리 이종족들이에요. 당신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었어요. 우리에 대해서 말이죠. 후후, 아직도 우리 이종족들을 도울 맘이 있나요?”

“솔직히 말하면 조금 충격이군요. 하지만 당신들의 살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겠죠. 과거는 과거고 현재는 현재이죠. 제가 당신에게 보답할 것임은 변함없습니다.”

 구미호는 미소 지으며 그럼 그때 보자며 순식간에 사라졌다. 산을 내려간 초는 이제부터가 진짜라고 생각을 하며 빠르게 달렸다. 그들은 마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으면 숲을 가로지르고 산을 넘으며, 야생과일과 짐승들로 주린 배를 채워나갔다. 정령은 날이 갈수록 활력을 되찾은 것과는 반대로 한숨도 늘어만 갔다.

 별다른 추격 없이 울렌왕국과 위드왕국이 전쟁을 한 평아 근처에 온 초는 이제 다 끝났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정령은 매우 침울해 보였다.

“걱정 말아요. 숲에 가면 다 끝나는 거니까요.”

“아니요. 끝나지 않아요. 저에게는 추적 마법이 걸려 있어서, 제가 숲에 들어가도 저들은 저를 찾아내 다시 끌고 가겠죠!”

“걱정 말아요. 그 마법사를 제가 꼭 사자의 세계로 보낼 테니 말입니다.”

 이튿날 망망대해와 같이 끝없이 푸른 초목이 펼쳐져 있는 평야에 도착한 그들은 놀랐다. 얼핏 봐도 수천은 될법한 어마어마한 울렌왕국 군이 정령을 데려가기 위해 주둔하고 있었다. 초는 청담과 정령에게 피해있으라 하고는 울렌왕국 군을 향해 달렸다.

 울렌왕국군은 자신들을 향해 달려오는 초를 보고 활을 쏘았다. 푸른 하늘을 화살들이 가득 메우며 초를 향해 날아왔다.

 초는 화살들을 쳐내며 섬광(閃光)과도 같은 속도로 달렸다. 초가 근처까지 오자 병사들은 활을 놓고 창을 쥐고는 초에게 돌진하였다. 초는 한 명 한 명 상대해 나아가던 중 저 멀리서 말을 타고 있는 마법사를 발견하였다. 저 녀석만은 꼭 죽여야 된다고 생각한 초는 더욱 맹렬하게 용아와 호아를 휘두르며 조금씩이지만 마법사를 향해 다가갔다.

 몇 천의 군사와 혼자의 싸움, 이건 이미 싸움이 아닌 살기위한 사투, 제 무덤을 찾아가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었다. 초가 이렇게 많은 수의 군대와 싸울 수 있는 데에는 용아와 호아의 힘이 컸다. 이 둘에는 각각 이무기와 검치호의 기운이 조금 담겨 있었고, 이 기운이 초를 보다 강격하게 해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무기와 검치호가 강하다고 하여도 이건 불가능한 싸움이었다. 초는 점점 지쳐갔고 이윽고 손놀림도 많이 엉성해져 갔다. 숨을 가쁘게 내쉬며 겨우겨우 용아와 호아를 휘두르는 그때 갑자기 병사들이 당황해 하는 것이 느껴졌다. 초는 지금이 기회라는 생각에 다시 힘을 내 몸을 움직였다. 그 순간 초의 갈비뼈 밑 부분을 한 기사의 검이 꿰뚫었다.

“큭!”

 낮은 신음성을 흘린 초는 자신을 찌른 기사를 처리하고는 재빨리 박힌 검을 뽑아 던졌다.

 복부를 검에 찔리고, 온 몸에 사람의 피를 뒤집어 쓴 초는 갑자기 실실 웃었다. 마치 수라

(修羅) 그 자체의 모습에 병사들은 하나, 둘 겁을 먹고 점점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다. ‘퍼~엉!’ 엄청난 굉음과 함께 폭발이 일어났고, 그 폭발에 뒷걸음질 치던 병사들이 말려들어 운명을 다하였다. 초는 설마 하는 마음으로 마법사를 보았다. 마법사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있었다. 초는 이때 알았다. 권력과 힘을 가진 저들에게 약자들은 그냥 다루기 쉬운 도구에 지나지 않는 다는 것을, 이를 알자 초는 엄청난 분노에 휩싸여 포효했다. 가슴속 깊숙한 곳부터 올라오는 분노의 포효였다. 그 포효로 인해 더욱 겁을 먹은 병사들은 초를 피해 도망쳤고 초는 마법사를 향해 있는 힘을 다해 달렸다. 마법사는 계속 화염구(火焰球)를 만들어 초에게 던져댔다. 그 수만은 화염구 중 하나가 초에게 직격으로 떨어져 폭발했다. 마법사는 큰 소리로 웃었다. 허나 흙먼지가 겉이면서 초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보고 그의 얼굴에 공포가 떠올랐다. 마법을 맞고도, 맞기 전과 같이 움직이는 초는 이미 인간이 아닌 괴물로 보이기 시작했다.

 용아와 호아는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용아는 푸른 빛, 호아는 노란 빛을 뿜어냈고, 이 빛들이 마법을 막아준 것이었다.

 공포에 질린 마법사는 도망갈 생각은 하지도 못하고 바지를 축축이 적셔갔다. 마법사의 앞에선 초는 그대로 마법사의 목을 분리시켰다. 일말의 비명도 없는, 더불어 고통도 못 느꼈을 법한 죽음이었다.

 마법사를 죽인 초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힘이 다했을 때 왜 병사들이 당황해했는지 말이다. 초는 의아함을 해결하기 위해 전장을 둘러보고는 웃었다.

 왕국 군과 숲의 연함이 싸우고 있었다. 숲의 연합은 자연을 사랑하며 조용히 지내는 것을 좋아하는 엘프, 환동, 천문에 능숙하며 개개인이 뛰어난 무력을 가진 켄타우로스 그리고 켄타우로스, 엘프들과 수 천 년 동안 적대적 관계를 유지하면 만나면 피를 흘리기 바빴던 고블린들 그들이 정령을 구출하기 위해 다시 연합을 한 것이다.

 초는 그들을 돕기 위해 몸을 움직였으나, 얼마 가지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진 초의 눈꺼풀을 잠의 요정이 쓰다듬고 사라졌고, 깊은 잠, 영원이 깨어나지 못할 잠에 빠져들었다.

 어둠, 자신에게 가장 익숙하며 그 안에서 어미의 품과 같은 아늑함을 느끼게 해주는 어둠에, 초는 모든 긴장을 풀어 버렸다. 이제 이곳에서 편히 쉴 수 있겠다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대 어둠을 깨고 한줄기 빛이 생기고 왠지 모를 따뜻한 느낌이 초의 온 몸을 휘감았다. 자신의 휴식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초는 분노로 눈을 떴다가 얼른 감았다. 정령이 자신에게 입을 맞추고 있는 것이었다. 이는 숲의 정령의 마법, 상처로 인해 생명의 불씨가 꺼져가는 자에게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마법이었다. 정령이 천천히 입술을 때자 초도 조심tm럽게 눈을 떴다.

 그들 주위로 엘프, 환동, 켄타우로스, 고블린들이 서있었다. 초는 붉어진 얼굴로 얼른 일어났다. 초와는 다르게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은 정령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고 보니, 서로 이름도 모르네요. 제 이름 쥬리에요.”

“초입니다. 그런데 방금 그건…….”

“정령의 마법중 하나라는 것만 알아두세요.”

 초와 정령은 악수를 했다. 그러자 초의 몸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 이에 정령이 당황해 하자 초는 정령을 진정시켰다.

“진정하세요. 제 할 일을 다 해 본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가는 겁니다.”

 초는 왠지 돌아가는 느낌이라 당황해 하는 정령에게 그 느낌을 말했으나, 정령은 안도하는 기색이었다.

“그런가요? 다행이네요. 나중에 또 뵐 수 있기를 바랄게요.”

 초는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초가 점점 사라져갈 때, 갑자기 날씨가 변하더니, 한 마리의 용이 승천하며 초를 보고 미소 지었다.

“승천을 축하하네. 이무기, 아니 이젠 용이겠군!”

 초는 눈을 감았고, 눈을 떴을 때는 자신의 보금자리였다. 꿈이었나는 생각도 들었지만 허리춤에 꽂아져 있는 용아와 호아 그리고 아직까지 입술에 남아 있는 정령의 온기가 꿈이 아님을 알려주었고, 초는 난생처음으로 환한 미소를 지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