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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07
    2011/05/07
    지나가는군인

2011/05/07

어제 휴가를 복귀했다.

 

어제 그리고 오늘 이 느낌은 뭔가 정리되기 어려운 어떤 것이라 일단 끄적여 놓아야 할 것 같다.

 

1/휴가 때 만날 사람들이 많다는 것. 특히 제일 편안하고, 가장 의지가 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그 사람과 3일 안 얼굴을 볼 수 있어서 행복했고, 그 사람 얼굴을 또 한동안 못 본다는 사실 때문에 휴가 복귀날이 무척 우울했다.

그 사람이 힘들어 할 때 옆에서 위로해주지 못해서, 위로를 못해주더라도 같이 있어줘야 했는데 그렇지 못해서 미안하고, 억울했다.

 그 사람에게 예정되어 있는 힘든 일에 내가 함께 있어줄 수 없음에, 내가 별 다른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미안했다. 왜 미안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 일정도 바쁠텐데 나랑 있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나를 항상 신경써준 그 사람이 있어 고마웠다.

내가 군생활에서 망가지지 않고 버틴다면 나의 이등병 생활이 다른 이등병들에 비해 그다지 힘들지 않은 생활이 된다면 이의 8할 이상은 그 사람 덕분이다.

그 사람에게 부담되지 않으면서 그 사람에게 작게나마 의지가 될 수 있는 군생활을 보냈으면 좋겠다는 것이 솔직한 바람이다. 정말 부담은 되지 말아야지

 

2/ 요한이형을 못봤다. 시간이 없어서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고, 다른 약속이 많아서라고 핑계를 댈 수도 있고, 다양한 핑계를 댈 수 있겠지만 결국 만나는게 굉장히 부담스러워서 못 봤다.

의정부에서 혜영이 누나의 분향소를 봤을 때 느꼈던 그 낯설음. 정말 보자마자 펑펑 울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예상외로 별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오히려 무덤덤함. 아 정말 혜영이 누나 얼굴 오랜만에 보네 이런 느낌?

자주 안 봐서 그런걸까? 자주 봤어도 그랬을까? 암튼 그렇게 막 슬프지 않았다.

오히려 저 사람이 죽었을 때 내가 아무 것도 못했구나라는 무기력함. 일종의 자책만이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아 내가 늦었구나'라는 자책이 들었던 것 같다.

다음 휴가 때는 바로 전주에 내려가서 소주라도 한 잔 해야겠다. 그래야 울 수 있겠다. 오히려 울어야 실감이 날 것 같다.

 

3/ 다음 휴가는 언제냐?

 

4/ 휴가 가기 전까지의 목표를 정리해보자

1) 운동

: 하루에 팔굽혀펴기 100개, 윗몸일으키기 100개, 줄넘기 500개만 하자.

 

2) 금연

: 이제 끊을 때가 왔다. 절대 입에 물지 않으리 차라리 차를 마시리.

 

3) 독서

: 동물농장, 1984, 헤겔입문, 철철이 헤겔편은 읽고 휴가를 가리

 

4) 일기

: 일기를 기록하기 위해 블로그를 만들었다. 일단 오늘은 막 쓰지만 나중에 여태까지 쓴 일기를 모두 올려놓겠다.

 

 

5/ 군인은 검소해야 하고 뭐 이런 이야기가 의미 없는게 주말에 피씨방에 와보면 알 수 있다. 내가 오늘 원하지 않게 피씨방에 8시간 가까이 앉아 있었는데 겜방비만 만원 가까이 나온다. 여기에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먹고 다음날 저녁까지 피씨방에 있는다면 그 금액만 대략 3~4만원은 나올 것이다.

정말 군부대 근처 지역에 활성화 되어 있는  피씨방은 군대의 현실, 정확히 말하자면 군대에 가 있는 군인들의 현실을 너무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참 피가 끓어오르고 이것저것 할만한 나이인 20대 초반의 남성들을 획일적이고, 폭력적인 곳에 모아놓고 한달에 한번 꼴로 밖에 내보내 주니 이들은 얼마나 잉여로워지고, 한가로워지는 지는가?

물론 이에 대해 군인들에게만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이는 군인의 처해있는 위치에서 기인하는 점이 크다.

사회를 동경하고, 휴가를 기다리지만 막상 사회에 발을 내딛으면, 휴가를 나가면 사회인들간의 격차에 좌절하는 군인들은 게임 속으로 피씨방으로 기어들어갈 수밖에 없다. 

정말 나는 이렇게 피씨방에 8시간 가까이 있는 것을 참을 수 없다. 차라리 간부들이 8시간 가까이 야근을 시키는게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 혼자 짱박혀서 책을 읽던 운동을 하던 명상을 하건, 하는 것이 낫지. 전자파 넘치는 피씨방에 앉아 옆자리의 담배연기(난 금연할 꺼란 말이다!!!)를 견디면서 머리가 멍해지도록 앉아 있는 것 만큼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인 일이 어디있단 말인가!

그래서 빨리 짬이 차야 된다. 어디 가자고 그래도 차라리 소대에 남아 선임들 머리를 깎아주며 혼자 보낼 수가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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