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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7/14
    전염병에 대하여 짧게
    생생

전염병에 대하여 짧게

나는 질병·전염병에 대한 내성이 강하다(고 믿는다). 어릴 때 심하게 앓고 난 이후에는 일 년에 한, 두어 번 몸살이나 배앓이를 앓거나 그냥 넘기거나 할뿐, 약을 먹거나 병원에 가는 적도 거의 없었다.

그런데 지금 이 나라에 전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그게 무엇인가. 말라리아인가, 조류인플루엔자인가, 아니면 광우병인가? 그게 아니다. 그건 21세기, 이 나라에 등장한 최신 유행병으로, ‘정보전염병(infodemics)’이라는 거다. 그런데 수 천, 수 만 명은 전혀 이 병이 어떤 해를 끼치는지 모를뿐더러 이름조차 모르고 살고 있었다.  나 또한 앞서 말한 강한 내성 때문인지 아무렇지도 않다.

 

심지어 많은 사람들은 오히려 그 바이러스가 인체 및 우리 공동체에 유익한 기여를 많이 해왔다고 믿고 또 아무런 거부감 없이 받아 들여왔다. 아니 그 바이러스는 개인 및 공동체 정신건강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고, 더할 바 없는 자유와 즐거움을 제공해주었으며 나아가 바람직하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주기도 하였기 때문에 오히려 없어서는 아니 될 요소가 되었다. 사람들은 정보전염병보다는 얼마나 희귀한지 몰라도 그토록 확률이 희귀하다는 광우병을 더 두려워한다. 물론 때로는 “미국산 쇠고기는 월령이 어떠하든 100% 안전하다”거나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 1등 당첨되고 동시에 벼락을 맞을 확률보다 적다”거나 하는 저들이 생각하는 음란·불온·퇴폐 바이러스보다 더 악성 바이러스가 떠돌기는 하여도 각 개인과 공동체가 지닌 내성은 그러한 것들을 거뜬히 이겨내도록 하였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유익할뿐더러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는 전염병을 참으로 견디기 힘들어 하는, 매우 내성이 취약한 이가 한 사람 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질병으로 조차 여기지 않는데도 혼자 나쁜 전염병 때문에 못살겠다고 소리친다. 그는 광우병으로 두려워하고 그 병에 저항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혼자서 정보전염병이 더 무섭다고 주장한다.

 

그가 이렇게 여기게 된 건 이 질병이 불러온 ‘촛불’이라는 사건 때문이다. 그는 국민의 ‘건강권’에 대한 인식 수준이 이렇게 높은 줄 몰랐다고 지껄인다. (혼자서만 모르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촛불이 자신을 겨냥하자 그게 두려워 정보전염병을 내세워 공포분위기를 만들어보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정작 그가 촛불을 잘 이용하기만 한다면, 거꾸로 그가 촛불의 구심이 될 수도 있었다.  우리의 사회학자들이 말하는 바와 같이 촛불에는 파시즘 따위로 갈만한 효소들이 전혀 없다고 말할 수 없다. 그가 미국이나 타국을 상대로 맞장 뜨는 모습을 취하고, 힘에 부칠 때면 대중들에게 사회애국(배외)주의를 호소하면서 촛불을 끌고 갔다면 그는 민족(주의) 영웅으로서 진정한 보수파이자 애국주의자로서 등장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때 그는 더 이상 부시의 똥강아지(lap dog)가 아닐 것이다. 그 때 그는 ‘정보전염병’에 대해서 홀로 경고하기보다 자기가 생각하는 정보와 이데올로기를 주입하기 위해 그 전염병을 확산할 것이다. 그 때는 반대파가 그 전염병의 해악에 맞서 싸워야 할 일이다. 이는 우리 다수자들에게 불행한 사건이 될 것이지만 이게 어쩌면 진정한 극우-보수파의 모습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는 그 무엇이든 정보의 확산을 두려워하는지 모른다. 하긴 청와대에 있는 자기 컴퓨터에 로그인할 줄도 모르는 그가, 프로그램 개발자이기도 했던 전직 대통령을 ‘야비하게’ 자꾸 무대로 불러내면서 대량 복제의 시대에 맞서려는 걸 보면 그는 이 정보와 디지털 문명에 대한 극도의 혐오감 내지는 공포를 지니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사실 그야말로 말도 안 되고 불확실한 정보 곧 위기의 경제를 살려낼 인물이 자기뿐이라는 정보에 수많은 사람들이 감염되면서 그 자리에 앉게 되는 영광을 누렸다. 그러던 그가 그게 말짱 헛것이라는 참된 정보가 개인과 공동체로 흘러들자마자 공포감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는 어쩌면 진실로 정보의 힘을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제 새로운 바이러스들 앞에서는 너무나 내성이 취약해진 그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릴 수 있는 모든 정보나 대중행동조차도 극도로 두려워하게 된 것이다. 질병은 막강해져서 다수 국민에게는 유익하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두려워 것이 되어 버렸다.

한마디로 MB는 심각한 대중공포증(mass-phobia)에 시달리고 있다. 두 사람 이상이라도 모여 자기 이야기를 하면 그는 두려워 짓밟고 싶어 한다. 꼭 코너에 몰린 쥐와 같다고 누가 말하기는 했는데 나는 그렇게까지 말하고 싶지는 않다. 더군다나 그는 개인과 공동체에게 유익한 인터넷에 대해 무지할 뿐만 아니라 거기에 대한 공포증(net-phobia)까지 겹쳐서 그의 증상은 너무나 심각하다. 그래서 이 병을 어떻게 해야 옳은지 나는 당신들에게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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