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생각해보니 "Contingency, Hegemony, Universality"를 빼먹었더군요. <부정적인 것과 머물기> 대신 이 책을 보던가, 위의 책들을 다 보고 추가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메일로 지젝부터 참가하시겠다고 의사를 밝힌 분이 계십니다. 이번부터일지 다음부터일지는 다시 연락주시겠다고 하네요.
커리는 일단 주말에 다시 논의하기로 하죠^^. 그리고 참여하시겠다는 분은, 다음에는 안 나와도 이번에는 나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이데올로기...>가 이래저래 많이 건드리고 있으니까. 보셨으면 논의의 심도를 높이는 것도 필요하고. 아님 말고 -_-;; 근데, 정신분석 사투리들이 계속 걸려서 점점 샛길로 빠지네요.
음... 간만에 "러너스 하이"라는 말을 보니.... "에디터스 하이"라는 저의 조어가 문득 떠오르는군요. 마감 때 밤새서 원고를 보다 보면, 하품을 하다 하다 지쳐서 문득 눈이 밝아지면서 오자도 큼지막하게 보이며, 원고와 전면적으로 만나는 평정한 상태가 가끔 오죠. 특히 미친 듯이 힘들게 편집한 책인 경우에... 일 년에 몇 번 안 오는, 그러나 그 맛에 이 글자 파먹는 직업을 못 때려치는 진맛.
책이란 편집자의 손을 떠나가면 제 나름의 생명을 지니는 존재인지라... 한 권의 책에게 생명을 주려면 제 생명의 일부가 들어가야 하는 건 당연하지 않나... 뭐 그런 약간 조물주스런 생각을 하곤 하지요.
모든 책에서 에디터스 하이를 느끼는 건 아니고, 유달리 그것을 요구하는 책이 있어요. 그렇게 제 일부가 그 책 속에 흘러들어가면 얼마간의 요양 기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대신 책을 통해 제 생명력의 활동 범위는 더 넓어지는 것이고, [요양 기간을 적절히 보내기만 하면] 도마뱀꼬리처럼 재생되는 기분도 드니까... 매번 이전의 저와는 다른 저로서 다시 살아가게 되는 것... 뭐 그런 종교적 환상이랄까요? ^ ^;;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담론분석은 캐즘님 댓글을 보고 가만 생각하니까, 예전에도 그런말 가끔 들었던 것 같은데, 제가 좀 '방법론'에 대한 집착이 있나봐요(방법론자는 아닙니다ㅋ). 뭐, 간단히 '양방에서 질방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다 합니다. 몇가지를 제외하면 담론분석은 아직 명쾌하지 않아서요. 암튼, 언젠가 연구방법이 필요한 활동가나 연구자들이 쉽게 활용할 수 있는 뭔가를 하고는 싶어요. 그게 공동작업이든, 메뉴얼의 형태든, 교재든, 워크샵이든 말이지요(사실 그 과정에서 제가 더 많이 배우지만요). 실행연구(action research) 같은 것은 외국에서 활동가들도 많이 하니까요. 게다가 실제로 지금도 현장에서는 실행연구를 하고 있는 셈이죠. 그래도 방법의 민주화랄까요. 그런게 좀 필요하겠죠 ㅎㅎ. 그렇지만 지금이라도 누구라도 설문조사나 통계조사를 좀 쉽게(정말 쉽게) 맞보시려면, 콜미해주면 됩니다. 더불어 통계 패키지까지 덤으루 ^^
한국 사회처럼 말많고 시끄러운 곳에서 담론분석과 재현분석이 여전히 찬밥 신세라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뭐.. 당장 생각나는 이유만 해도 몇 가지 있으니 완전히 이해못할 부분은 아니지만, "너무 많은 담론, 너무 적은 도구"라는 말에 깊이 공감합니다. 그나저나 페어클라우의 "Analyzing Discourse"의 번역도 바라지만, 사실 언어와 직결되는 분야이다보니 이 쪽 사례들을 활용한 담론분석 개론서 정도는 나와줘야 할텐데, 박해광씨 같은 분들이 이런 작업에는 관심이 없으실라나요?(우리가 열심히 공부해서 함 써볼까요?^^)
책값에 그리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겠지만, 이 책 재미있는건 뒷 페이지에 출판사 도서목록이 10여 페이지나 붙어 있어요. 찾아보면 담론/재현분석에 관한 연구작업들은 꽤 많은 것으로 아는데, 주로 미디어와 광고 쪽 석사학위 논문이나 주요 학술저널이 아닌 곳에 실리고 있어요(박사는 좀 드물고요). 괜찮은 것들도 가끔씩 있고요. 근데 아무래도 이론과 분석방법이 초기 기호학에 -- 주로 바르트와 그레마스 -- 근거하더군요. 그래서 대부분의 글은 그냥 보고서나 논문을 쓰기 위해서 썼구나하는 정도지요. 뭐, 그런 것들도 잘 활용하면 중요한 자료가 되지만요. 그리고, 무엇보다 커다란 한계는 분석이 탈맥락된다는 것이죠. 특정 매체가 생산되고 수용되는 조건에 관계 없이, 순수하게 해석적인 작업을 생산하니까, 어떻게 보면 단순한 기술인 셈이고요(쉽지는 않죠^^). 굳이 정치적인 관점이나 비판적인 관점까지는 아니라도 하더라도 말이죠. 공부와 작업을 열심히 하면 아마도 좋은 작업고 글이 가능은 할 듯, 훗! 그리고 개론서는 자신 없는데요 큿(박해광 선배는 무지 바쁠 듯^^)!
번개는 재미있었어요. 첨 만나 사람들이 많은데 밤샘이라니-_- 독설을 많이 못들었지만, 인천사람들이 많아서 지역색은 좀 뻗쳤고. 처음에 뻘쭘하게 가니까, EM, 마리신, 무연이 있더군요, 근데 캐즘이랑 같이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나, 나는 와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고...EM이 역시 인기가 많더군요. EM도 궁금했지만, 다른 분들 보러 갔는데(사실 할일이 없었고 날씨는 좋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놀아줄 사람도 없고^^) 유쾌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많아서 대화를 분배하다 보니 한 절반 정도하고만 주로 대화를 한 듯. 여하튼 수다를 순 12시간 이상하니까 넘 힘들어요. 집중력 오링. 그리고, 담에 부처님은 직접 한 번 영접해보세요. 뭐랄 까 부처님 블로그 스킨같다고나 할까요? 정말 덩야핑 닮았어요. 글 많이 쓰라고 윽박당하고 -_-;; 어째튼 재미없는 내 말을 오랜 시간 들어주느라 다들 고생했죠. 내가 좀 재미없잖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