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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임 아나운서를 추모하며...

 

민지네의 '과자좋아'님이 쓰신 글입니다.

새벽마다 낭낭한 목소리로 나의 미적 감수성을 여지없이 애무해주던 여인.
영화이야기를 하다 느닷없이 볼세비키의 인터네셔널가를 틀어주는 여인.
수습시절 회사의 강압으로 내밀어진 노조가입거부서를 집어던지고는 노조의 투쟁대열에 동참한 당찬여인.
마지막을 목맨 목소리로 작별을 고하던 너무나 순수한 여인
젊디젊은 나의 20대의 영혼을 온통 사로잡아버린 마약보다 위험한 여인.

바로 이여인...정은임 아나운서다.
그녀는 이미 스타이다. 그러나 스타이길 거부한다. 갖은 닭살 맨트가 난무하는 심야방송에서 4.3 제주 항쟁의 희생자를 추모하고 강제 철거의 부당함에 격분하는 오프닝 멘트가 화제를 모은 건 당연했다. 볼세비키가 부르던 '인터내셔널가'와 시위 현장에서 대학생들이 부르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영화음악이라며 틀어주던 그녀의 프로그램은 공영파라는 한계속에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듣게 해준 방송이었다.

2년 반 만에 맞이한 드라마틱한 마지막 방송. 이 때부터 독실한 애청자들이 정영음을 실패한 혁명으로, 정은임을 요절한 게릴라로 신격화하기 시작했다. 울먹이는 목소리로 "정은임은... 여기서 인사드릴게요"라고 눈물의 작별 인사를 고하던 마지막 방송은 MP3 파일로 저장되어 지금도 인터넷을 떠돈다.

이때 나도 울었다.

그러나 작년가을즈음 그녀가 돌아왔다. 두렵다.사실 하기 싫었다. 뭐 이런 푸념을 털면서도 방송 이틀째 맨트에서 여지없는 직격탄을 그 특유의 감성으로 날려버린다.
바로 한진중공업 김주익열사의 죽음을 듣고 말이다.

"새벽 세 시,
고공 크레인 위에서 바라본 세상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1백여 일을 고공 크레인 위에서 홀로 싸우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의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해 봅니다.
올 가을에는 진짜 고독한 사람들은
쉽게 외롭다고 말하지 못합니다.
조용히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사람들은
쉽게 그 외로움을 투정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어딘가에 계시겠죠?
마치 고공 크레인 위에 혼자 있는 것 같은 느낌,
이 세상에 겨우 겨우 매달려 있는 것 같은 기분으로
지난 하루 버틴 분들, 제 목소리 들리세요?
저 FM영화음악의 정은임입니다. "

찡~하다.

이제는 한아이의 엄마가 되어 돌아온 그녀.
난 오늘도 불륜을 저지를 상상을 한다.
아직도 난 그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
.
아참 깜빡할번 했다. 그녀는 지금 엠비씨 노조의 여성지부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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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정은임 아나운서, 결국 사망

MBC 정은임 아나운서(36)가 끝내 사망했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교통사고를 당한 지 13일 만인 4일 오후 6시30분께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조용히 숨을 거뒀다. 병원측에 따르면 정은임 아나운서의 사인은 뇌부종으로 인한 합병증인 중증뇌부종연수마비.
 
정은임 아나운서는 지난달 22일 오후 2시40분께 한강대교 남단 중앙대학교로 진입하는 서울 흑석동 삼거리에서 자신의 차량이 전복되는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채 의식을 잃어 여의도 성모병원에서 4시간여에 걸쳐 두개골감압술을 받았다.
 
병원측은 수술 후 정은임 아나운서의 부상 정도가 워낙 심해 의식을 회복하더라도 정상생활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팬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쾌유를 기원했다. 그러나 정은임 아나운서는 마지막 순간까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한 채 결국 세상을 떠났다.
 
정은임 아나운서는 지난 92년 MBC에 입사, 간판 뉴스프로그램인 <뉴스데스크> 앵커를 비롯해 <행복한 책읽기> 등 TV 프로그램과 FM 라디오 <정은임의 FM 영화음악> 등에서 차분한 진행으로 사랑을 받아왔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사망 소식을 접한 MBC 아나운서국 김창옥 부장은 "차분하면서도 지적인 아나운서로 프로그램도 자기 색깔이 분명하게 진행했다. 개인적으로 아끼는 후배였다"고 고인을 회상했다.

정은임 아나운서의 유족으로는 대학교수인 남편과 외아들이 있다. 빈소는 서울 일원동 강남삼성의료원 영안실. MBC는 고 정은임 아나운서의 장례를 6일 오전 사우장으로 치를 예정이다.

김은구 기자 ekkim@h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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