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어제의 느낌.

조선일보 4월 21일 기사에 대한 나와우리의 기자회견이 있었다.  

나와우리 게시판에 올린 어제 집회에서의 나의 느낌-  

 

 어제 저는 조선일보 기사를 끝까지 읽지도 못하고 기자회견 현장에 갔습니다. 하지만, 대강의 내용은 알고 있었지요. 마침 요즘 듣는 수업에서 베트남처녀와의 결혼에 관한 토론을 진행중이었고, 전부터 베트남처녀에 대한 대중매체의 시각에 불만이 많은 터에 이런 일이 일어났습니다. 그전까지 저의 감정은 불만으로 그쳤지만, 어제 베트남 유학생 분들, 그리고 나와우리 활동가분들은 기사에 대해 매우 분노했습니다. 어제 모인 사람들은 1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모두 하나가 되어 내는 목소리는 어떤 집회보다 컸던 것 같습니다. 길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모두 덤덤한 눈길로 저희를 한번씩  쳐다보고 지나갔습니다. 가끔은 잠깐동안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설명해 줄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피켓을 들고있던 몇몇중에 하나였지만, 저는 곧 관찰자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말도안돼는 기사에 저도 화가 났지만, 베트남 사람들의 상처에는 비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흥분이 가라 앉지 않아서 잠을 자지 못했다는 Lan 언니의 말에 저는 조금은 애매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제가 너무나도 객관적으로, 제 3자의 입장에서 이 문제에 다가갔음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그들과 100% 한마음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는 점이 저 스스로도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이번 일이 저의 문제가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 문제의 키워드는 '베트남 처녀'이지만, 제가 그 직접적 피해자는 아니지만, 이번 일에 문제를 느끼고 화가 난다는 사실로, 이 문제는 저의 문제가 되었으니까요. 

 

 그 기자분이 말하길 호치민에서 만난 대부분의 베트남여성들은 자발적으로 한국 남성과의 결혼을 택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제 한 유학생이 말한 것처럼 사실과 진위는 다른 것입니다. 어제 우리가 분노한 것은 그러한 일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한국의 영향력 있는 언론사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실상을 파악하려는 노력없이 기사를 실었다는 사실일 것입니다. 베트남 여성들이 상품처럼 구매되고 있는 현실 자체가 큰 사회문제인데, 한국사람의 의식에 큰 영향을 주고있는 언론사에서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을 왜곡하고 미화해서 보도한 것은 한국사람들이 베트남 문제를 생각하는 방향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일보의 이번 기사만이 문제가 아닙니다. 이제는 한국사회에서 하나의 고유명사 처럼 되어버린 '베트남 처녀'들의 이야기는 공중파 방송에서도 매우 편파적으로 보도되고 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는 베트남 여성의 모습만 보여주기 때문이죠. 저희학교에서 농활을 가던 충주에서 만난 베트남 처녀가 떠올랐습니다. 충주의 가난한 농촌가정에 시집온 그 여성은 안녕하세요라는 말도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그녀의 남편이 아내가 도망가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 베트남 여성은 20살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 기사로 인해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이 가진 문제에 대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알선업체를 통한 베트남 처녀와의 결혼이 매매혼의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고, 그 실상은 기형적인 결혼형태라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니었을까요? 그 기자분이 어제 말씀하신 것처럼 이 문제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시고 정정기사를 꼭 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정우언니께선 어제의 스케치를 부탁하셨지만, 저는 베트남 유학생 분들이 자신의 생각을 참을수 없이 전달하고 싶어하던 모습만이 눈에 선합니다. Dong의 글도 그렇구요. 모두 저의 맘을 복잡하게 했지요. 어쩌면 저에게도 이 문제는 덤덤하게 스쳐지나갈 수 있는 문제였을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조심스럽게 이 문제에 대해 얘기해 보고 싶습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