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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머릿속이 복잡.

쌈마이님의 [조선일보앞 베트남 유학생들의 항의 기자회견] 에 관련된 글.

 조선일보 앞에 갔을 때, 나는 화가 났었다. 그런데 지금은 머릿 속이 복잡하다. 나에게 이 문제는 분명 베트남 여성 뿐 아니라 한국사회의 가부장적 문화에서 비롯된 여성의 문제다. 그리고 분명 비정상적인 결혼이었다.

 부계중심의 가족제도는 여성이 고정된 성역할-어머니, 아내, 며느리 역할까지-을 절대적으로 충족시킴으로써 유지된다. 그러한 성역할을 할 여성을 실제로 찾기 어렵고, 찾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농촌총각들과 장애인, 재혼남성 등을 상대로 한 광고현수막들이 여기저기 나붙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 결혼하러 오는 베트남 여성들은 매우 자발적이다. 그 신문기자도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 결혼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실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그 결혼을 막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왜 막아야 하는가?'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은 매매혼이라고는 하지만 그들도 주고 받는 과정이 있었다. 일방적으로 여성이 구매되는 것이 아니라 조건이 있던 것이다. MBC 다큐 '나는 사랑일까?'에서 나는 베트남 여성도 불쌍했지만 친정을 도와주겠다는 조건을 지키기 위해 없는 살림에 돈을 모아야하는 남편, 말한마디 통하지 않는 며느리와 갈등하는 할아버지 할머니도 다 불쌍했다. 

 결혼을 위한 성사금이 없을 뿐, 조건만 보고 결혼하는 한국여성들도 매우 많다. 사랑하지 않아도 결혼하는 부부도 정말 많다. 무슨 명분으로 필요와 필요에 의해서 만난 커플들에게 너희는 잘못된 결혼이야 라고 규정짓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자신이 없어졌다. 너희의 결혼은  잘못되었어, 비정상적이야, 매매혼이야, 라고 규정짓는 것이 자신이 없어졌다.

 천천히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정말 잘못된 것이 뭔지,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필요와 필요에 의해 만났지만 그 결혼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부부들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베트남보다 경제적으로 조금 더 낫다는 우월감으로 베트남 여성을 한국보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처녀들로 싸잡아 폄하하고 돈만 조금 있으면 구매할 수 있는 상품쯤으로 여기는 위험한 생각들, 그 위험한 생각들을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도한 띨띨한 언론이 정말 잘못된 것이다. 

 그리고 특히! 베트남 여성들을 쉽게 구매할 수 있다고 여겨, 쉽게 구매하고 베트남 여성들을 그들의 소유물로 여기는 뭇 남성들. 제일 혼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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