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엘 다녀왔다.
얼굴이 약간 탔나보다.
아마도 눈덮인 산에 반사되는 햇빛때문이었을 것이다.
내 소중한 인연이 산사람이라면 놀린다.
천왕봉의 일출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구름낀 하늘은 일출을 못보게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웠다.
지리산은 나에게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보듬어 주었다.
그 깊고 깊은 첩첩히 땅으로 내려앉은 자태로
그저 보듬어 주었다.
그리고 나도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산에게도. 나에게도. 나의 친구들에게도.
그저 묵묵히 나를 보듬어준 지리산이
아름다웠고, 슬펐다.
사방을 둘러 오로지 산 밖에 안보이는
그 거대하고 웅장하고 세심하고
그리고 슬픈 역사가 울고 있는 그 산이...
고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