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리에서 파헤쳐진 것이 논밭만이 아니듯
천성산에 뚤린 것이 터널만이 아니듯
새만금에서 말라 죽은 것이 백합만이 아니듯
용산에서 무너진 것은 망루만이 아니다
용산에서 불타버린 것은 망루만이 아니다.....
차마 쏟아내지 않으면 미쳐버릴 것 같은 마음으로 글을 시작했었는데,
딱 저기까지 쓰고 한글자도 더 쓰지 못했다. 벌써 며칠이 지났다. 아마 저 뒤는 쓰지 못할 것이다.
왜 못쓰는지 안다. 만약 평택 대추리였다면 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때와 지금의 다른점, 용산참사에 마음아파하고 있지만 나는 언제나 한발짝 떨어져있다.
그러니 저 뒤에 들어가야할 구체적인 이야기를 채워나갈 도리가 없다.
일주일 전부터 용산만화책 편집에 온 정신과 시간을 기울이고 있다.
아직 초보편집자라서 더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무겁다.
맨정신으로 이 감정을 당해낼 도리가 없다. 한발짝 떨어진 내 마음이 이렇다면
그날 이후로 삶이 송두리째 뒤엉키고 바뀌어버린 유가족들은 또 어떨까.
덕분에 일주일 내내 술을 마셨다. 목소리가 완전히 가버려 회복이 안된다.
원고를 교정보기 위해 펼칠 때마다,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거리두기를 할 수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도 원고를 보면 훌쩍훌쩍 거린다. 이젠 서로 창피하지도 않다.
하필이면 이 책이 내 첫번째 책이라서
아직 내 부족한 부분으로 책이 망가지지는 않을지 죄스러운 마음이 들지는 않을지...
정말 잘 만들고 싶다. 첫번째 책이라서가 아니라 용산 책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