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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1/05/29
    오르지 않는 최저임금을 반대하며 와룡산을 오르다.
    성서노조

오르지 않는 최저임금을 반대하며 와룡산을 오르다.

오르지 않는 최저임금을 반대하며 와룡산을 오르다

- 최저임금 NO, 생활임금 YES 와룡산 등반대회를 다녀와서

 

 

저임금 장시간 노동은 대한민국 노동자들의 온 몸 구석구석, 의식세계 전체를 위감고 있다. 그 중에서도 열악하기로 유명한 노동자층은 당연히 비정규직, 이주, 중소영세사업장의 노동자들이다. 그리고 저임금 문제는 일부 노동자들을 제외한 전체 노동자의 문제이다.

 

빈곤한 집에서 태어나 빈곤하게 공부를 하고 일을 해도 빈곤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노동자의 운명이다. 빈곤의 쳇바퀴에서 도저히 헤어날 수 없는 노동자들..

이 처참한 저임금의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 오늘도 노동자들은 그 피곤한 얼굴로 피곤하게 노동을 하며 위험하게 잔업과 특근, 야간노동을 수행한다.

하지만 노동자들은 결코 저임금, 빈곤, 가난, 장시간노동, 피곤, 기름때, 작업복, 피로 물든 산재의 기억들...어떻게 노동자들은 이 구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대구지역은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 저임금 노동자들의 대표선수였다. 저임금 서열에서 늘 1~2등을 놓친 적이 없는 대구지역은 그야말로 저임금 노동자들의 자랑스러운(?) 대표선수....

일을 하기 위해 밥을 먹고 일을 하기 위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일을 하기 위해 잠시 막걸리를 마시고 소주를 마시고 잠을 자는 노동자들...그렇게 오직 일 하나만 바라보고 살아왔지만 늘 저임금은 대구지역 노동자들을 징그럽게 따라붙어 이제 대구지역 노동자들의 얼굴엔 바코드처럼 저.임.금.1.등이라는 선명한 글자가 새겨져 있다.

여기에 저임금 구조의 합법성을 강화하면서 켜온 최저임금제도 덕분에 대구지역 노동자들의 이름은 저.임.금.1.등과 최.저.임.금.종.결.자로 불리운다.

 

그러나 오늘 2011년 5월 29일은 이런 대구지역의 열악한 저임금 구조와 최저임금의 뻔뻔한 합법성을 깨트리기 위해 일군의 노동자들이 의기투합하여 성서공단에 인접한 와룡산을 오르기로 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성서공단의 노동자들, 성서공단노동조합의 노동자들이 함게 모여 와룡산을 오르며 최저임금의 문제를 와룡산을 오고가는 시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

가난한 노동자들의 모여 사는 성서공단을 그나마 위로해주는 와룡산을 오르며 노동자들은 제발 이 저주스러운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열망으로 오가는 시민들에게 선전물도 나누어주고 작은 현수막도 걸면서 일요일의 한때를 보냈다.

'최저임금은 껌값도 안된다! 먹고 살 수 있는 생활임금 쟁취하자!' 이 처절한 글자에 새겨진 저임금 노동자들의 염원을 어떤 말로 표한할 수 있을까?

선전물을 받아든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그래 맞습니다. 세상에 한 시간을 일해서 4,320원을 받는다는 건 너무한 겁니다.'라며 수고하시라는 인사도 받으면서 산으로 올라가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이 가벼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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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시민들은 최저임금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하고 자신의 임금이 과연 최저임금 이상인지 이하인지 물어보기도 했다.

아픈 말들과 답답한 말들 사이를 시원한 바람이 한번,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열망을 담은 선전물을 촤르르르 나뭇잎 흔드는 소리가 한번, 그 마음을 위로해 준다.

와룡산 정상부근 헬기장에서 점심을 먹고 막걸리도 한잔 먹고 다시 출발한다.

오르고 올라도 산은 하늘 아래에 있을 뿐이다.

노동자들 임금도 그렇다.

지금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유성기업노동자들도 그렇고 정리해고 칼날아래 죽어나간 사람들이 20여명이나 되는 쌍용자동차 노동자들도 그렇다.

아무리 오르고 오른다 한들 노동자들의 임금이 자본의 그것에 비할 수가 있을까?

이 단순한 산수 앞에서 그러나 저들은 노동자들의 임금때문에 노동자들의 파업때문에 나라경제가 죽어나간다는 개소리를 하고 있다.

 

여기 노동자들이 왔다고 여기 인간이되 인간임을 부정당하는 사람들이 왔다고 새들이 여기저기서 울고 있다. 뻐꾸기 소리도 언뜻 언뜻 들려온다.

해는 벌써 그 뜨거운 기운을 내리면서 땀을 쏟아지게 만든다.

현수막 10여개를 시민들이 자주 드나드는 곳에 달고 선전물도 얼추 다 돌렸다.

이제 하산이다.

그러나 내려가는 길은 오르는 것보다 더 힘이 든다.

내일 다시 굴려야 할 노동과 빈곤의 쳇바퀴를 생각하면 두 다리에 힘이 풀린다.

하지만 오늘 이 산행의 기억을 몸은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산을 오르고 선전물을 나눠주고 현수막을 달던 일들이 온전히 지긋지긋한 노동으로 기억되지 않았던 오늘.

오늘의 이 기억을 오래오래 간직하기 위해 그리고 오늘의 이 기억을 다시 떠올리며 최저임금 반대와 생활임금 쟁취를 위한 먼 길을 다시 걸어가야 할 것이다.

 

6월 달에 한번 더 있을 산행을 생각하며 유유자적 내려가는 길은 푸르른 생명이 넘쳐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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