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뒷뜰 보도블럭 위에 오종종이 마른 모래가 자라나 있다. 무의미해, 매일 하는 헛소리 반복하며 발로 슬슬 어색함을 문댄다. 발닿는 곳마다 분화구마냥 꼭대기가 오목한 모래 더미들이 무너진다. 직경 1 cm도 안 될 모래성들이 소리없이 함락당한다. 침묵의 아우성은 보도블럭 맞물린 금 위에서만 들린다. 돌틈새로 연한 흙 뚫고 개미굴 통로가 피어났는가 보다. 버버버벅 갈쿠리같은 앞발로 신나게 모래를 파냈을 개미를 따라해본다. 돌같은 모래 알갱이 우수수 얼굴에 떨어진다. 따갑다.
2004/06/06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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