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이야기 사이바라 리에코 에이케이(AK), 2012 |
여자 이야기........
각 여자들이 처한 상황과 조건이 다른데 여자 이야기라고 제목이 어떤 의미일까. 책을 다 읽으니 여자 이야기라는 제목이 여자 일반을 포괄해야 하는 게 아니고, 어떤 여자들의 이야기더라도 여자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구나 하는 원효대사 해골물같은 깨달음을...;
방금 읽고 헉... 가슴이 답답해서 뭔가 쓰고 싶었는데 막상 컴터 키고 딴짓 하느라 많이 휘발됐네. 작가 사이바라 리에코의 작품은 지금까지 총 세 편이 한국에 소개되었는데, 모두 자전적인 이야기였다. 자기 이야기라는 게 아니고(<만화가 상경기>는 자기 얘기) 자기가 겪고 본 이야기들... 감히 뭐라고 코멘트하기가 두려울 정도의 이야기들. 가끔씩 운동하는 사람들이 "가장 낮은 곳에서" 보겠다느니 함께 임(?)하겠다느니...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가장 낮은 곳이 어디일까? 이 정도로 낮으면 되는 건가? 여기까지 '내려'가서 어떻게 뭘 하겠다는 거지.
동네에서 학교에서 방치되고 무시당하고 커서 남자친구에게 맞고 결혼해서 남편한테 맞고. 이런 이야기를 그릴 수 있는... 자격이라는 게 있을까? 겪어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일까? 대상화시키는 게 두려우니까 잘 알지 못 하면 그냥 입다물고 있어야 한다든지..
<우리 집>같은 경우에는 천진한 어린이의 눈에 비친 가난, 이런 식으로 얘기가 되는데. <우리 집>과 <여자 이야기>는 내용에 대해 감히 입을 열기가 힘들지만. 적어도 작품 완성도는 떨어진다, 고 생각하고 있다. 이음새가 매끄러워야 한다는 게 아니다... 예를 들어 <자학의 시>와 <우리 집>이 한국에 출간된 시기가 비슷하고 가난, 특히 여자들의 가난이 주로 나와서인지 비교대상이 되는 걸 몇 차례 봤는데, 독자들이 <우리 집>의 손을 든 것은 그냥 팩트가 주는 힘이었다고 나는 본다. 사이바라 리에코의 스타일이 확실히 있지만, 그것이 덤덤하게 충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아무렇지 않게 툭툭 뱉어서 이어나가는 것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이야기의 이음새가 언제나 중요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나는 <자학의 시>가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두 개를 비교하자면. <자학의 시>는 그렇다, 이음새가 매끄럽고, 다시 말하면 완전히 만들어진 이야기이다. 어떤 이야기도 만들어질 수밖에 없지만, 만화 너머 작가의 생활이 만화에 그대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독자는 재구성된 이야기 속에서 실화를 찾아낼 수 있다. 아니 뭐 남의 독서에 대해 코멘트하고 싶은 건 아니다. <우리 집> 역시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그리고 <자학의 시> 작가가 현실 속 어떤 실화도 참조하지 않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 계속 동어반복이라 생략
이 작가는 자기의 문법이 있다고는 해도 결코 연출이 좋지는 않은데, 실화가 주는 충격을 제외하고, 스토리로서 완결성의 부족을 제해도 여전히 기억에 남아 문득 떠올리게 된다. 읽을 때 가슴이 턱턱 막히는 것도, 오히려 더 더 더 가슴을 막히게 연출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일체 손대지 않는 것이, 그런데 세련된 걸 바라는 건 절대 아닌데, 그런데 연출력이 좀 떨어진다고라...;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동어반복......;
우리< 요모타 이누히코님이 사이바라 리에코에 대해 뭐라고 했더라? 내일 찾아봐야지. 암튼 여태 국내에 소개된 것 중에는 <만화가 상경기>가 제일 매끄러웠다. 아니 나 매끄러운 거나 따지려는 게 아닌데...ㅜㅜ 그런데 이상하게 이 작가 만화는 원서로 막 사서 보고 싶고 그런 건 없네. 그리고 막 더 드라마틱한 연출을 바라는 건 전혀 아닌데 뭘 더 바라는 건지 나도 내 마음은 모르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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