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출신 성분이 아나키라서 그런지 나는 민족이니 국가니 하는 것들이 닭살 돋는다. 아 중이 돋넼ㅋ(*중2병: 허세 부리는 것을 병에 걸린 중2에 빗댄 용어<) 암튼;; 사회의 역사가, 개인의 역사가 단절적일 수 없음은 물론이다. 당연하게 절대적인 것들로 상정되는 것들에 거부감이 있을 뿐...
그런데 이집트 제헌 과정에서 여성이 어떻게 소외당했는지에 대한 글 Continuing the battles of our ancestors을 읽으니까 새삼스레 앞서 운동한 사람들을, 그러니까 지금 나의 운동이랑 거의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을 나는 선배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더 오래 거슬러 올라가서 운동한 사람들을 선조라고 부르는 게, 너무 좋다 -ㅁ- 그냥 여기 꽂혔음
(혐짤<) 이토 준지가 그린 선조의 모습... 내용과 딱히 상관은 없습니다
아랍권에서 여성주의자로 산다는 게 매우 힘들다고 들었고, 감히 그럴 거라 짐작한다. 아니, 한국에서라고 안 그럴까만은.. 일단 서구 제국주의의 지배를 가시적으로 좀더 오래 겪은 사회에서 서구에서 수입된 사상에 어떤 식의 반감을 가지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나랑 같은 피부를 가진, 아니면 나랑 같은 성씨를 가진 사람들만 우리 선조고, 같은 민족만 내가 계승해야 할 우리 선조고, 피부 빨갛거나 하얀 사람들은 나의 선조가 될 수 없는가? 아랍권에서 페미니즘이 너무 쉽게 서구 사상이라며 배격받는 것을 몇 번 목격하였는데, 우리의 선조가 앞서 살아간 이집트 여/남성만이 아님을, 미국이든 유럽이든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우리의 선조는 오늘 우리가 발딛고 살아가는 현실을 만들고자 분투해온 사람들임을.. 새삼 느끼면서 새삼 중이병스러운 감동을 받는다 ㅋㅋㅋ
저 기사는 결코 희망적인 이야기는 아닌데, 이집트 혁명의 소산이어야 할 헌법 제정 위원 100명 중 여성은 7명 뿐이고, 그들 대부분은 이미 무슬림 형제단 소속이라는 것이다.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말도 안 되는 혐의를 덧씌우고 박해를 받고 있어서 비판하기 조심스럽지만, 나는 무슬림 정치 운동에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물론 여러 경향이 있겠지, 일단 내가 알 수 있는 메이져만 얘기하는 거임) 이쪽에서 여성에 대한 관점은 결단코 몰역사적이다. 과거 여성에 대한 억압을 사회 질서에 따라 어느 정도 정당화해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구질서를 현재에 그대로 적용시키려는 저들의 시도가 여성의 입으로 이야기되어도 나는 조금도 지지하지 않는다.
왜 또 갑자기 중이병이 돋고 있어... -_-;;;; 암튼 결국 헌법 초안 68조에 '샤리아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양성이 평등하다고 들어갔는데, 이 샤리아법이라는 게 언급된 것은 헌법 통틀어 단 두 번뿐이다. 샤리아법이 여성 통제에 여전히 쓰이고 있고 쓰일 것임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는 것이다. 그리고 9조에서는 "가족"을 사회의 기초로 규정하여 이성애 질서 하에서 여성의 역할을 임신하고 아이 기르는 것에 국한하는... 뭐 그런 헌법이 제정되려 하고 있다고. 그래도 여성에 대한 많은 규제 부분은 삭제할 수 있었다고.
이집트 여성주의자들의 싸움에 열렬한 연대를 보내고 싶은데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겄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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