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락, 2004 (Der Untergang, Downfall)

2012/11/0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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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는 누가 분장해도 어찌나 히틀러같은지...

 

말도 못 하게 재밌었다. 두 시간 반이 넘기 때문에, 근데 그 사실을 모르고 봐서 재밌어 근데 뭐지 언제 끝나 하면서 봤으되 매우 재밌었으다. 본격 들어가기 전에 불평을 좀 하자면 한글 자막........... 번역해 주신 분 고맙긴 한데 서두에 영문 자막을 번역한 거지만 독어 원문에도 충실하려고 노력했다, 고 써놓은 것에 비해 영어는 커녕 한국어에도 충실하지 않았다... -_- 의미를 알 수 없거나 명백한 오역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그래서 조만간 영자막으로 다시 볼 예정. 그렇다고 내가 다시 번역할 건 아니니까 이만 닥치자. 뭐 못 볼 수준은 아니다 모두 다운 ㄱㄱ<

 

아 난 이런 영화도 여태 모르고!! 내게 독일영화라고 하면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의 파스빈더나 올해 영상자료원에서 회고전을 하기도 한 베르너 헤어초크로 이미지되어 있다. 이런 블록버스터 역사 영화도 있을 줄이야...가 아니고 한국에도 블록버스터급 역사 드라마들이 있는데 없을 게 뭐냥. 와~~ 완전 블록버스터였어 2차 대전 당시를 재연해 놓은 독일 베를린의 거리. 우와 그거 어디서 찍은 건가여 원래 그런 게 궁금하면 IMDB를 보면 되는데 거기 trivia에는 맨 브루노 간츠 얘기밖에 없어-_-서 읽다 포긔

 

우리 애인은 2차 세계대전 빠돌이인 밀덕이다 밀덕 덕에 진짜 레알 재밌게 보았다 ㅋㅋㅋㅋ 살아생전 밀덕 덕을 볼 줄이야...< 이제 본문. 영화 전반보다 일단 인상 깊은 점을 서술함

 

나라고 나치에 대해 좋게 생각할 리는 없다. 어쨌든 21세기에 주로 살아가는 자가 나치에 대해 조금이라도 좋게 생각하기는 힘들지 아니한가. 하지만 나치에 대해서 일괄적이고 극단적인 정치적 문화적 해석과 그에 대한 합의에는 동의하기 힘...들다기보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이 그냥 그놈들을 인류 역사에 다시 있어선 안 될 절대악으로 취급하는 거. 완전 재미없어. 게다가 그렇게 평면적으로 해석하는 건 얼마나 위험한가? 마치 저런 나쁜 놈들은 따로 있고, 그래도 나나 이 사회의 다른 인간들은 저 정돈 아니라는 그 안전하고 얄팍한 자기 방어에 수사로 동원되는 나치, 히틀러라는 공식 마음에도 안 들고 옳지도 않아.

 

그렇다고 또 저들도 집구석에 기어들어가면 자상한 아버지입네 어쩌네 낮에 가스실에서 수백 수천을 죽이고 집에서 저녁식사를 했네 어쩨너... 그런 거에 놀랄 단계는 (나는 예전에 이미 놀랐기 때문에 ㄱ-) 이미 지났고. 그런 한 인간인간을 보며 각 인간의 이중적 모습을 조명하는 것도 우와 재미없어, 마치 그게 당연히 합의되는 거라는 듯이 동네북으로 개나 소나 욕하는... ㅋㅋㅋ 물론 한 인간 혹은 집단이 나치와 같은 살인의 위업(!)을 고의로 달성하기는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근데 막 맨날 나치즘이나 파시즘이 다시 오면 안 된다고 ㅜㅜㅜㅜㅜㅜㅜㅜㅜㅜ 막 그런 얘기 ㅜㅜㅜㅜ 너무 싫어 ㅜㅜㅜ 와야 된다거나, 그런 위험이 없다는 게 아니고,  지양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아니고, 마치 너네들은 지금 세상이 나치보다는 백 배 낫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잘 모르겄다. 뭐 그런 거임. 그러니까, 어떤 면에서 보면 훨씬 좋을 수도 훨씬 나쁠 수도 있는 거라고.

 

살해당한 자들의 규모가 중요하다면 마오쩌둥이나 스탈린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행위의 질로 따진다면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이나 좀더 깨끗해 보이는 미국이나 NATO같은 데들의 살인. 밀도는 더 낫지만 더 오랜 시간 동안 더 광범위한 사람들을 더 많은 수단으로 괴롭혀 온 이스라엘의 점령. 마치 이런 것들도 나쁘지만 그래도 나치즘만큼은 아니다.. 이딴 비교가 왜 필요한지 왜 그런 공식이 성립할 수 있는지 이해가 안 된 것이다. 이스라엘 정치가 놈들도 종종 악마같은 짓거리를 저지르지만, 그렇게 쉽게 윤리적 논리에 함몰되면 안 된다. 쟤네가 개인적으로 악마일 수는 있지만 악마라서 저러는 게 아니다, 정치적 행위자로서 전쟁도 학살도 외교도, 냉정하게 봐야 한다고. 근데 뭔가 다들 악마시... ㅜㅜ

 

근데 이런 영화를 봤다! 블록버스턴데 미국 영화처럼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연기하는 그 징그러움도 없어! 아마 독어를 몰라서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지만-_-. 게다가 얼마나 이 영화는 이쁜지 나는 그 벙커에 나치스 주요 인물들이 갇혀 지내는 동안, 그동안 많은 고위직이 도망을 가지만, 그 공간을 청소하고 밥하는 사람들은 떠날 수 없었을텐데... 이 생각을 내내 했는데 청소하는 사람은 못 봤는데 밥하는 사람은 나왔다. 그런 것도 막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게 아니라 여러 서 있는 사람 중에라든가... 갑자기 딴얘긴데; 궁금했다 저기서 밥하고 청소하고, 또 이 실화 영화의 주된 자료 제공자인 히틀러의 비서, 학살을 몰랐던 그 비서는, 그 학살과 전쟁에 얼마나 책임이 있는 걸까? 그 사람들은 그냥 임금 노동자로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월급받고 했을 뿐이라고 항변할 수 있을까? 더군다나 비서까지도 학살같은 걸 몰랐는데?

 

책임의 문제는 어렵다. 이를테면 한국군의 베트남전 참전과 민간인 학살 문제에서 70년대를 살았던 한국인들은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 또 그 혜택을 먹고 자란 나같은 사람들은 얼마나 책임이 있는가? 나는 책임이 있다고 보는데, 그렇다고 죽어야 한다거나, 개인적으로 고통이나 느끼라는 의미가 아니라... 행위자로서가 아니라 수혜자로서 지는 책임도 있는 것이다. 뭐 그렇게 생각하는 것 치고 베트남 관련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ㅜㅜ 멀지 않은 미래에 뭔가 할 것임

 

암튼;;;; 영화 맨처음 장면은 히틀러가 여자 비서를 뽑는 데서 시작한다. 비서 후보군인 여성들이 히틀러 사무실로 대규모로 이동한다. 그게 전쟁 끝나기 3년 전이었던 듯. 거기서 매우 예쁜 여성이 동향 출신이라는 이유로 뽑히는데, 영화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보는 나는 약간 긴장하고 있었다. 히틀러가 워낙 나쁘고, 싸이코니까 이 여자한테 무슨 짓을 할지 몰라... 과연 여자는 실수를 하고... 그렇게 긴장하라고 찍은 장면이 아닌데도 나는 처음부터 엄청 긴장했다. 저 자애로워 보이는 늙은이가 뭔짓을 하려고? 하지만 그 첫만남은 그냥 자애롭고 끝... -ㅅ-

 

3년을 점프해서 패전 전 마지막 10일간의 베를린이 영화의 주된 무대이다. 2차 대전을 잘 모르는 나도 영화가 사실에 거의 충실하게 구성되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아무도 보지 못한 장면을 소리로 처리한다거나(물론 모든 장면에서 그런 건 아니다;) 생존하여 증언한 사람들이 속해 있는 씬으로 거의 구성되었다거나. 특히 히틀러의 비서 중 한 명인 트라우들 융에만이 알 수 있는 장면들. 나치 부역 행위를 격하게 후회한 것 치고는 꽤 공정하게 히틀러, 에바 브라운, 에바 브라운 동생의 남편(...이름까먹음;) 등을 회고한다. 우리 누구나 그렇듯이 그녀는 거대사에 대한 그림이 없었고, 몰랐고, 개인의 삶을 살았다. 그래서 전쟁에 대해서도 나치로서가 아니라 개인으로서 겪었을 뿐이다. 거대사의 주역으로서가 아니라, 그렇다고 맨날 벙커에서 작전 회의하고 그러는데 그걸 부정하는 건 아니고, 개인적이며 거대사의 주역인 인물들의 갈등, 한계, 상황적 한계 등을 보여준다.

 

영화 후반부에 나타나서 갑자기 굉장히 중요한 짓거리를 저지르는 엄마가 있다. 괴벨스의 아내이다. 괴벨스도 그렇지만 아내님은 더 히틀러한테 말도 못 하게 충성하심. 국가사회주의가 없는 곳에 우리 아이들의 미래가 없다며 패전 하루 전 아이들도 다 독살함. 그 독살은, 절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다. 오히려 사랑 자체가 아름다운 게 아니고, 추악한 사랑도 있는 거구나... 세상에. 아무 죄도 없는 아이들을(아이들은 아무 죄가 없다!!!! 직접 수혜를 쳐받았더라도!!!!) 엄마의 지극한 사랑으로 살해한다. 한 명 한 명 여섯 명의 잠든 아이들을 한 씬도 거르지 않고 충실하게 입에 독을 물려서 죽이고 이불을 머리 끝까지 덮어주는.... 그 씬들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이 끔찍한 씬들을 의연하게(!) 소화하고 괴벨스 남편을 밀치고 달려나가는 씬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아 세상에. 저런 맹목이 있을 수 있다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런 것도 사랑이라니. 사랑보다 강한 신념인 건가? 그녀도 쉽게 아이들을 죽인 게 절대 아니고, 사실은 애들이라도 도망 보낼까 맘 속으로 수없이 번민했던 것 같다. 그건 도망가서 살아남은 한 남자와의 짧은 대화에서 드러난다, 그 고민이. 아 영화 진짜 잘 찍었어~~~< 또 전 남편이랑 나은 아들한테 편지를 보내는 데서도... 이 사람만이 아니라 다른 몇 사람들이 끝까지 히틀러 곁을 지키는데, 그러니까 이제 단물 더 빨아먹을 것도 없고, 진짜 완전 패망 왕 망한 상황에서까지 충성하는... 그런 건 뭔지 아직도 이해가 안 된다 살아생전 이해할 날이 있을라나...-_-

 

참 그러고보니 영화는 융에의 인터뷰 클립으로 시작해서 그걸로 끝난다. 마지막 클립에선 젊었다는 게, 그리고 몰랐다는 게 면죄부가 될 수 있냐고 묻는다. 나는 그래도 20대까지는 오류를 범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게 이렇게 거대한 사건이라면. 자기 자신도 용서가 안 되겠지만, 정말 괜찮은 걸까? 이 비서는 확실히 몰랐는데, 정말 몰라도 괜찮았던 걸까? 친구들이 가족들이 자기를 외면하게 되었을 때, 알려고 노력했다면 충분히 알 수 있었을텐데, 정말 괜찮을까? 안 괜찮은 것 같애..... ㅜㅜㅜㅜㅜㅜㅜㅜ 참고로 30대부터 오류를 범하면 책임져 끝까지 책임지고 해결해 'ㅅ' 라고 생각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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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비서 트라우들 융에. 비서 전력을 몹시 후회하며 여러 영화에 출연하고 책을 남긴다. 물론 이 사람은 극중 융에 역의 배우...() 이쁘다

 

영화 한 번 더 보고 다시 쓰겠음. 참 난 영화 재밌게 보면 IMDB에서 트리비아 검색해 보는데, 진짜 레알 건질 거 딱 하나였다 이 영화가 정말 잘 찍었지만, 내가 불편해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만큼 나치 추종자들도 불편해 하지 않고 볼 수 있는 영화였다는 거다... 그걸 입증하는 레알 나치 추종 당 당원이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해서 겁나 격렬하게 하일 히틀러를 외쳤다고... -_- 엄청 좋은 장면이었더라도 내가 편집권한 있으면 그거 삽입 안 함. -_- 영화에도 삽입은 안 되었다(이유는 모르지만). 으아.... -_- 가끔 나도 그런 경우가 없지 않다, 니 좋으라고 하는 말이 아닌데, 너같은 놈이랑 교집합이 생길 때가 있다 -_- 그 교집합 때문에 나를 너랑 묶으면 안ㅋ됨ㅋ

 

그럼 한 번 더 보고 아일비백 참 벙커 세트를 진짜 잘 만들었는데 이걸 미학적으로... 뭐라고 평할 능력이 안돼 영화에서... 누가 평하지 않았을까 찾아봤는데 없긔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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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 리뷰, 몰락, 전쟁, 히틀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