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의 부장들] 읽는 중

2014/02/13 14:09

작년 국정원이 댓글 조작 등 정치 개입으로 물의를 빚자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 논의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국정원을 어떻게 바꿀까에서 국정원의 휴대전화 감청을 지원할 것인가, 어떻게 지원할 것인가로 프레임이 바뀌었다. 현재 법률상 국정원은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지만, 국정원이 주장하기로는 감청할 기술력이 없기 때문에 이동통신사가 국정원의 감청 설비를 자사 장비에 부착할 의무를 지어 국정원이 휴대전화를 감청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적 공분을 샀던 사건이 오히려 국정원 권한 강화로 막을 내린다면 이거 뭐랄까.. 남의 집 불구경하는 심정으로는 흥미롭고, 동시대인으로서는 참담하다. 2월 내에 쇼부를 본다는데 지켜보기만 할 수는 없어서 국정원의 감청 역사 타임라인 과 휴대전화의 감청 방식을 설명하는 페이지를 만들어 보고 있다.

 

그런데 국정원(의 전신들 포함)의 감청 관련 상세 내용은, 안기부 '미림팀'의 행보와 김대중 정부 때 외엔 별로 밝혀진 게 없어서 내용을 구성할 만한 게 별로 없다. 말이 나와 덧붙이자면, 내내 한나라당인지 신한국당인지 공화당계 정당이 정권을 잡다가 처음으로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잡은 게 김대중 정분데, 그런데 정권 교체 후에도 국정원은 하던대로 각종 정치인 등을 도감청하며 청와대 보고라인을 유지한다. 여기에 문제제기하는 것은 이미 그 시스템을 수십년간 이용해 왔으며, 그 시스템을 만든 장본인들인 한나라당인지 뭔지였다. 내가 하던 짓을 니가 나한테 고대로 하는 게 다 보이는데 그냥 지나갈 수 있겠는가? 그 시스템을 그대로 운영한 게 잘 이해가 안 되는데(김대중 전대통령은 없애라고 지시했지만 국정원이 관성적으로 유지했다는 기사를 봐서 일단 지움;), 어차피 잘 이해할 만큼 김대중 정부에 대해서도 모르니까 넘어가자.

 

아무튼 중정/안기부 시절 자료 조사 차 [남산의 부장들]이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감청 관련해서 크게 건질 게 있어 보이진 않는다. 그래도 재밌다. 너무 재밌어서 삼키듯이 읽고 있다.

 

내가 주로 편협한 인간이라, 어린 시절에 역사책을 읽으면 산업혁명 이후부터는 아예 읽지를 않았고, 현대사, 특시 동시대사에 대해서는 요약 정리 수준으로만 이해하고 있을 뿐이다. 직업적으로 운동하는 사람이 현대사에 관심이 없다라? 직업적으로 운동을 하며 폭넓게 이해하기 위해 애쓰려고 애쓰고는 있었지만*-_-* 호불호가 심하게 나뉘어 디테일한 근현대사를 공부한다는 게 솔직히 고역이었다.1 어린 시절 티비에서 하던 재미없는 정치 드라마를 보는 느낌? 불과 얼마 전 야스히토 요시카즈의 만화 [왕도의 개]를 볼 때도 윽 뭐야 아저씨들 보는 만화.. 이런 느낌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 마쓰모토 세이초 선생의 일련의 작품에 빠져들면서 현대의 정치 음모 책략 괴략(?)도 재밌다!!고 드디어 느끼게 된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남산의 부장들]을 읽자니, 관련 자료들을 보자니, 재밌다! 이렇게 재밌는 걸 왜 나만 모르고 살아온 것이야?! 막상 읽어보니 다른 게 만들어보고 싶기도 하고..

 

사실 책을 사기 전에는 과연 이걸 내가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인가 고민스러워서 읽고 아빠 줘버릴라 그랬다 ㅋㅋ 아빠한테 카톡으로 중앙정보부와 안기부 시절에 대한 책을 읽고 있다고, 재밌으니 다 읽으면 빌려드릴까요? 물었더니 '응 가져와'라는 답변이 왔다. 난 우리 아빠가 뭔 말만 하면 왜케 귀엽지? 응 가져와라니... 너무 귀엽잖아 ㅇ<-< 실제 말투랑 달라서 웃길 때도 있고, 실제 말투가 연상돼서 웃길 때도 있고 ㅋㅋ 나이 들면서 계속 귀욤도가 높아지는 것 같다 우리 아부지... 사실은 이 마지막 문단 적으려고 글을 쓴 거임.. ㅎㅎ 예전에 [삼성을 생각한다] 줬더니 그것도 엄청 즐겁게 보시는 거라. 그래도 뭐 여전히 박근혜찡 짱 좋아하는 우리 아버지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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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사실은 역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은 나의 무식함에 새삼 놀라기도 한다 =ㅅ=;;텍스트로 돌아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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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남산의 부장들, 아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