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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소망 하나

하루 1.6km만 걸어도 21분 젊어진다
운동의 효과는 거의 극적이다. 매주 운동으로 1000칼로리만 소비해도 사망 위험이 20~30% 낮아진다. 관건은 얼마나 오래 하느냐이다.
 
[15호] 2007년 12월 26일 (수) 14:38:01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시사IN 한향란
 
 
조철민씨(43·사업)는 요즘 또다시 운동 관련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한다. 자기에게 적합한 운동을 찾기 위해서다. 지난해 그는 새해 첫날 꼭두새벽부터 산에 올랐다. 운동과 담을 쌓고 지내다가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등산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첫 실천에 나섰던 것. 그는 첫 일출을 보며  ‘올해에는 꼭 등산으로 건강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그 계획을 실천하지 못했다. 1년 동안 그가 등산한 횟수는 스무 번 남짓. 전년에 비해 늘었다고는 하나, 새해 첫날 가족 앞에서 큰소리치던 모습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조씨같이 신년 계획을 세우고 100일도 안 되어 슬그머니 접는 사람이 적지 않다. 왜, 해마다 이같은 일이 반복될까. “너무 거창하게 계획을 세우기 때문”이라고 성봉주 박사(체육과학연구권)는 말한다. 자신의 체력·기호·건강·생활 습관 등을 고려해 계획을 짜야 하는데, 대부분 무작정 따라 하다가 쉽게 단념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동 실천율은 정말 보잘것없다.

2006년 <보건복지통계>에 따르면, 2001년 우리나라 사람들의 운동 실천율은 27.49%에 지나지 않는다. 1주일에 3회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한 사람이 20.64%, 1주일에 3회 미만 운동한 사람이 6.85%였던 것이다. 반면, 1주일에 한 번도 운동하지 않는 사람이 72.51%였다. 10명 중 2명만이 운동다운 운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규칙적 운동이 중요한 이유는 그 효과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심장·폐·근육 단련은 기본이고, 정신 건강에도 이롭다.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근육에 혈액 공급이 원활해져 에너지 저장 및 미토콘드리아 활성이 좋아진다. 대사 속도도 증가해 불필요한 영양소를 빨리 체내에서 배출시킨다. 실제 체중 60kg의 성인은 안정 시에 1시간당 75칼로리를 에너지로 사용하지만, 운동을 하면 (종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에너지 소비가 4~6배까지 늘어난다. 

많은 연구에서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면 ‘건강에 이롭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예를 들면,  운동으로 주당 2000칼로리를 소비하면, 앉아서 일만한 사람에 비해 심장마비 발병 위험이 39%나 감소한다. 심지어 호르몬계에 작용해 유방암의 발병 위험도 떨어트린다.

운동의 효과가 가장 극적으로 나타나는 암은 직장암으로,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발병 위험이 30~40% 줄어든다. 수명도 연장되는데, 하루 1.6km씩 규칙적으로 걸으면 그때마다 수명이 21분 정도 늘어난다. 중년에 접어들어 하루 한 시간씩 운동을 해도 수명이 두 시간 정도 증가한다(<내 몸에 맞는 올바른 운동법>에서).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어떻게 해야 ‘보약’처럼 작용할까. 진영수 교수(서울아산병원·스포츠건강의학센터)는 우선 스스로에게 ‘나는 왜 운동을 하나’ 하고 질문하라 말한다. 그 대답에 따라 운동 종목을 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답이 ‘근력 강화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근력운동을, ‘심장을 단련시키기 위해서’라면 심폐 지구력을 강화해주는 달리기 등을 선택해야 한다.

무엇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스포츠건강센터 등에서 체력과 건강 상태 등을 측정한 뒤 고르는 것이다. 성봉주 박사는 일반적으로 상체를 많이 쓰는 사람은 하체 단련 운동(조깅·걷기·자전거 타기 등)을, 정신 노동을 하는 사람은 온몸 운동(줄넘기·등산· 달리기·수영 등)을 하라고 권한다.  

건강과 기초 체력을 보강하려는 목적이라면 달리기·수영·자전거·줄넘기 같은 유산소 운동 중에서 한 종목을 택해도 괜찮다. 그 운동으로 최대 심박 수(220-나이)를 70~85% 수준까지 끌어올린 뒤, 그 상태를 20~60분 유지하면 원하는 효과를 맛볼 수 있다. 물론 꾸준히 반복해야 뒤끝이 더 달콤하다. 미국 대학스포츠의학회 운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성인은 매주 3회 20~30분씩 유산소 운동을 해야 건강에 도움이 된다.

하버드 대학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운동으로 매주 2000~3000칼로리를 소비하면 건강 위험이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캐나다의 한 연구에서는 ‘1400칼로리 소비만으로도 무난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그 정도로도 사망률이 34%나 감소했다는 것이다. 전세계에서 발표된 44차례의 임상 시험 결과도 비슷했다. 운동으로 매주 1000칼로리를 소비하면 사망 위험이 20~30%나 감소했다. 1주일에 이 정도 칼로리를 소비하려면 매일 1.6~3.2km씩 걷거나,  자전거를 일주일에 세 시간 정도(하루에 30분 이하) 타야 한다. 아니면 가사 노동을 매일 45분씩 하든가(표2 참조).

운동하면 1인당 의료비 8만원 절약

한 가지 의문이 들지 모른다. ‘하루에 1시간30분 운동을 하고, 그 다음날 쉰 뒤 다시 운동하면 효과가 떨어질까?’ 얼핏 생각하면 지속성이 없어서 효과가 떨어질 것 같지만, 많은 연구에서 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즉 일주일에 40분씩 사흘을 하든, 30분씩 나흘을 하든 효과는 비슷했다. 또 하나. 올빼미처럼 밤에 운동을 하는 게 좋을까, 종달새처럼 아침에 하는 게 좋을까? 별 차이 없다. 자기에게 편안한 시간에 하는 것이 가장 이롭다. 다만, 아침 운동은 근육과 뼈를 이완시켜야 하므로 준비운동을 좀더 해야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운동이 보이지 않는 ‘금고지기’라는 점이다. 지난 10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주 1회 이상 운동하면 1년에 1인당 의료비를 8만원 정도 절감할 수 있다. 이를 성인 인구 전체로 환산하면 나라 전체로 연평균 2조8000억원을 아낄 수 있다. 어디 그뿐인가. 규칙적인 운동은 당뇨병과 뇌졸중, 동맥질환 같은 고질병의 발병률을 최대 16%까지 낮춘단다(국민체육진흥공단 자료). 

이 정도 효과면 신년 계획을 운동으로 정해도 손색이 없지 않을까. 기자의 경우, 일주일에 3번 이상 40분 정도 꼭 달려볼 예정이다. 그러면 일주일에 2시간을 달리게 되고, 운동으로 1000칼로리를 소비하게 되니 건강이 지금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다. 좀 부족한 듯싶지만 상관없다. 출퇴근길에 걷는 거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참, 신년 계획을 세웠으면 여기저기 소문을 내라.  그래야 남부끄러워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자, 이제 당신의 선택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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