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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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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에는‘친환경적인 생활’을 해보면 어떨까. 갑갑하고 귀찮아질까? <착한 도시가 지구를 살린다>(녹색평론사)를 쓴 정혜진 기자에 따르면, 귀찮기는커녕 오히려 보람차고 행복하다. 정 기자는 ‘지구와 친한 삶’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나처럼 해봐요”라고 말한다.
2005년 5월1일. 그날은 일요일이었고, 회사에서 소속 부서가 사회부에서 정경부로 바뀐 첫날이었다. 나는 자가용을 집에 두고 자전거로 출근길에 올랐다. 자가용과 헤어지는, 내 인생에서 역사적인 날이었다. 그동안 환경 문제에 관심 있는 기자랍시고 취재 다니면서도 나는 화석 연료 중독증에서 전혀 벗어나지 못했다. 늘 무거운 노트북 컴퓨터를 들고 하루에 몇 군데씩 옮겨 다닌다는 핑계로 승용차 출퇴근을 합리화했던 것이다. 그러던 차에 부서 이동을 하게 되었고, 이동에 대한 부담이 줄어 그 즉시 자가용과 이별한 것이다.
사실, 양심의 가책에서 시작한 것이니 승용차와의 이별이 즐거운 일만은 아니었다. 10년 동안 길들여진 자가용 출퇴근에서 과연 벗어날 수 있을지 걱정도 많이 되었다. 그런데 스스로 생각해도 ‘기특’할 만큼 차에 대한 애정이 급격히 식었다. 버림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부러 따로 시간 내어 운동하지 않아도 되고, 경제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무엇보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졌다. 지금 내가 그 전의 나보다 조금이라도 더 성숙하고, 덜 욕심을 부리고, 내면이 더 깊어졌다면 그 몫의 절반은 화석 연료를 쓰지 않는 자전거에게 돌려야 한다.
플러그 뽑아두면 이산화탄소 하루 7g 감소
자가용 차와의 2년7개월간 이별을 주마간산 격으로 이야기했지만, 몸에 밴 습관을 없애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나름의 성과도 있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이라 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데 적극 동참한 것이다. 한 자료에 따르면, 자동차는 1년 동안 자신의 무게만큼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 따라서 자동차 대신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면 그만큼 지구의 건강을 돕는 셈이다.
차를 두고 다닐 수 없는 사람도 이산화탄소 감축 운동에 동참할 수 있다. 우선 쓸데없이 엔진을 켜놓지 않는 일부터 시작하자. 누군가를 기다릴 때는 시동을 꺼두자. 공회전 시간을 하루 5분만 줄여도 매일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63g 줄어든다. 길을 헤매지 말고 목적지를 찾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제한 속도를 지키고, 차 상태를 확인하고, 계획을 세워서 몇 가지 용무를 한 번에 처리하는 것도 요령이다.
혹시 차를 바꿀 계획이 있다면, 연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그리고 매달 조금씩 운행 거리를 줄여나간다. 월 평균 주행거리를 계산해 다음 달에는 10% 감축을 목표로 삼아보자. 1년에 10번 맑게 갠 날을 택해 차를 두고 출근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좀더 일찍 일어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어떨까.
집안에서도 친환경 생활이 가능하다. 전기를 안 쓸 때 플러그를 뽑아두면 하루에 7g의 이산화탄소를 줄일 수 있다. 물건을 사지 않는 것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행동이다. 어떤 물건이든 생산·유통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건을 살 때 꼭 필요한 물건인지 아닌지 따져봐야 한다. 가벼운 옷 한 벌, 신발 한 켤레도 마찬가지다.
중고품을 구매할 수 있다면 되도록 그 제품을 선택한다. 할 수 없이 구매해야 한다면 에너지 효율이 높은 제품,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만들어진 제품, 한번 쓰고 버리는 제품보다 오래 쓸 수 있는 그런 물건을 들인다. ‘라이프 사이클’ 상 그런 물건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적다. 아 참! 쇼핑을 갈 때는 집에서 따로 가방을 들고 가는 ‘센스’를 발휘하면 쓰레기를 줄일 수 있으니, 이것도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행동이 된다.
물 소비를 줄이는 행위도 지구온난화 방지에 도움이 된다. 우선, 양치질할 때는 칫솔을 적실 때만 물을 틀고, 입 안을 헹굴 때까지 물을 잠근다. 1분20초 양치질을 하면서 물을 틀어놓으면 약 7ℓ의 물이 허비된다. 네 식구가 똑같이 행동하면 무려 28ℓ의 물이 가뭇없이 사라진다. 목욕 대신 샤워를 해도 물을 아낄 수 있다. 욕조에는 45~150ℓ의 물이 들어간다. 15분 동안 샤워를 하면 비슷한 양이 소모된다. 따라서 5~10분 정도 샤워를 하면 엄청난 물이 절약된다. 비누칠할 때 물을 잠가도 마찬가지 효과가 나타난다. 화장실의 물통에 벽돌이나 페트병을 넣어 두는 방식은 이제 고전이라 할 수 있다.
종이 1t 만드는 데 17그루 소모
종이 1t을 만드는 데 나무가 무려 17그루 필요하다고 한다. 신문을 석 달 정도 구독하면 나무 한 그루를 싹둑 잘라버리는 셈이다. 종이 제조는 물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흰 종이를 만드는 과정에서 유독성 물질이 배출된다는 지적도 있다. 따라서 종이를 덜 쓰면 그만큼 숲을 보호하는 셈이다. 종이를 덜 쓰려면 이면 종이를 사용하고, 광고 전단이나 통지문의 뒷면을 메모 용지 등으로 재활용한다. 헌 봉투, 헌 책, 헌 카드, 헌 상자를 재활용하면 우회적으로 나무를 살리는 일을 하는 셈이다.
방에서 나갈 때 전등을 끄고, 백열등 대신 절전형 전등을 쓰고, 온수기의 온도를 약간 낮추고, 찬물로 세탁을 하고, 밤 11시 이후에 세탁기를 돌리고, 작은 조리 기구로 요리하고, 일반 냄비 대신 압력솥을 사용하고, 냉장고 문을 열기 전에 무엇을 꺼낼 것인지 결정하고, 밤에는 커튼을 치고, 나무를 심는 행위들은 모두 에너지 절약이 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화석 연료를 덜 쓰게 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에 도움이 된다.
그 어떤 일이라도,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은 도시에서 우리가 좀더 건강하고 즐겁게 사는 길로 연결된다. 우리가 옹호하는 건 금욕주의가 아니라 내적인 풍요와 만족감을 누리는 일이다. 또 기계에 덜 의존하고 자기 힘을 더 발휘하는 길이며, 여가를 기계 앞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과 함께 보내는 것이다. 이 좋은 일을 왜 당장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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