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처럼 살아라 3
나는 결코 인생이 만만하지 않은 것인 줄 진작에 알고 있었다.
행복과 불행, 화해와 갈등, 원망과 그리움, 이상과 현실, 시작과 끝, 그런 모든 반어적인 것들이 결코 정리되지 않고, 결국엔 한 몸으로 뒤엉켜 어지럽게 돌아가는 게 인생이란 것쯤은, 나는 정말이지, 진작에 알고 있었다. 아니, 안다고 착각했다. 어떻게 그 순간들을 견뎠는데, 이제 이 정도쯤이면, 이제 인생이란 놈도 한번쯤은 잠잠해져 주겠지, 또다시 무슨 일은 없겠지, 나는 그렇게 섣부른 기대를 했나보다.
이런 순간에, 또다시 한없이 막막해지는 걸 보면.
그래 드라마처럼 못살 것도 없지. 끝날 것 같은 인생에도 드라마처럼 반전이란 건 있는 법이니까. 그날 그 순간 그 생각이 든 건 얼마나 다행인가.
어차피 비극이 판치는 세상, 어차피 아플 대로 아픈 인생, 구질스런 청춘, 그게 삶의 본질인줄은 이미 다 아는데, 드라마에서 그걸 왜 굳이 표현하겠느냐,
희망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말할 가치가 없다, 드라마를 하는 사람이라면 세상이 말하는 모든 비극이 희망을 꿈꾸는 역설인줄을 알아야 한다고, 그는 말했었다. 나는 이제 그에게 묻고 싶어진다, 그렇게 말한 선배 너는 지금 어떠냐고. 희망을 믿느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