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화해하기 3단계 해법
친구와 화해하기 3단계 해법 | |
[매거진 esc] 임경선의 이기적인 상담실 30대 나이에 친구와 다투고 나니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막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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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화해해야죠. 어차피 친구도 별로 없잖아요. 화해에도 차근차근 순서가 있지요. 1단계 : 필요한 만큼의 타임아웃 기간 갖기 지금 서로 연락 안 하고 끙끙 앓는 상태죠. 먼저 연락하긴 자존심이 상하고 지는 것도 같고, 상대가 먼저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면 그때 한 번 더 튕겨서 굴복시켜 말어, 오만 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보며 심신이 무척 피곤한 시기입니다. 헌데 이런 무거운 시간을 감수하고 인내해내야 합니다. 갈등 상황 자체가 힘겨워 급히 ‘땜빵 화해’ 하려 들면 속으로 더 곪기 때문이죠. 날림으로 화해하니 충분히 생각 못한 상태에서 할 말 다 못하고 하하호호 막상 되돌아서면 호상간에 내가 더 손해 본 듯한 느낌이 남아 개운치가 않거든요. 언제까지 연락하는 걸 참느냐고요? 노여움의 독이 다 풀리진 않았더라도 싸우기 이전 상태의 상대의 좋았던 모습도 공평하게 생각날 때까지요. 그런 후 결정하십시오. 이 모든 사태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내가 이 사람을 결국 끌어안고 갈 건지 말 건지를. 왜냐면 우리는 타인을 근본적으로 바꾸거나 조작할 수가 없고 그냥 미워하거나 사랑하거나를 결정할 수 있을 뿐이니까요. 2단계 : 화해 교섭 자, 두 사람 다시 만났습니다. ‘넌 이걸 잘못했다, 이걸 바꿔라, 안 그럼 너 이제 안 봐’라며 협박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이 나이쯤 되면 서로 아무리 필요하고 원해도 가치관과 성격을 바꾸기 힘듭니다. 대신,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성의는 목이 마르고 닳도록 소통 노력을 해서 상대에게 나의 불편한 감정의 핵심을 이해시키고 또 상대의 그것도 그만큼 적극적으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침 두 분 다 한 이빨 하신다니 그것 참 잘된 일입니다. 그런데 이때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어른들의 ‘어른스러운’ 우정에서 쓰는 게으른 숏컷. 그건 바로 ‘차이 인정’과 ‘입장 존중’이라는 클리셰인데요, ‘난 솔직히 이해는 안 가지만 그래도 네가 그런 식으로 느꼈다고 하니 너의 입장을 존중해. 생각의 차이도 인정해야 하니까’는 안 좋네요. ‘너는 너, 나는 나’라며 관계의 평행선만 그릴 뿐입니다. 그런 관계는 민감한 핵심을 피해 가기 때문에 ‘좋게 좋게’ 자연 소멸하는 운명으로 갈 뿐이죠. 화해의 제스처를 했다는 것으로 순간 모면 타협한 꼴입니다.
정신없다 보면 간헐적으로 놓치는 것들이 있지요. 화해할 당시 왠지 빠뜨린 것 같은 이야기, 내가 충분히 내 생각과 감정을 설명했을까, 그 부분을 정말 걔가 제대로 이해를 해줬을까, 목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불안하면 주저하지 말고, 화해 무드 정점인 그날 중으로 다시 상대와 접선해서 추가 소통을 해야 합니다. 찝찝한 불씨는 살려두면 안 돼요. 그 이물질에 대한 우려가 반려되는 느낌을 받는다면 아직 핵심이 통하지 않았다는 얘기니까. 임경선 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