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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5에 하루 전날 본 '레드마리아' 영화를 보고

2012년 3월 24일, 대구에서 올라온 친구와 함께 인디다큐페스티벌이 열리는 롯데시네마 홍대입구에 갔다.

 

저녁 8시 타임에 2개의 관에서 독립다큐가 펼쳐졌는데,

 

리플렛에 " 레드마리아, 한국/일본/필리핀에는 다양한 직업과 역사를 지난 많은 여성들이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들 중,

가사노동자, 성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이주 노동자, 위안부 등으로 불리는 여성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카메라는 그녀들의 일상을 따라간다" 이러한 소개글을 보고, 이 영화다. 싶었다. ^^

 

인디다큐페스티벌이라고 해서, 사람이 없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레드마리아 말고 다른 독립 다큐는 도착해서 보니 벌써

매진인 상태였고, 다행히도 레드마리아는 몇 석이 남아 있었다. 인디다큐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진 걸까, 암튼 신기해 하며

영화를 보러 들어 갔다.

 

자리를 잡고 영화가 시작하기에 앞서, 영화가 끝난 후에는 '경순' 감독과의 대화도 있다고 해서 더 기대하게 만들었다. ㅎㅎ

 

( 영화를 보고 나서 하루가 지나지 않았는데, 모조리 기억이 다 나지는 않는 이 약한 기억력, 기억에 남는 것들만 끄집어 내야겠다 )

 

첫번째 나온 여성의 모습은 한국 '기륭' 투쟁의 여성 노동자 '종희' 였다. 눈에 익은 서울 가산동 기륭 농성장의 모습.

그리고 그녀가 여섯번의 추석을 보낸 농성장에서 일상의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그 이후부터 일본과 필리핀을 오가며 다양한 여성 노동자들과 위안부 할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일본 여성에는 '파나 소닉'에서 18년간 파견직으로 일해왔으나, 파견직이 없어졌다며 하루 아침에 해고를 당한 여성 노동자 ,

그녀는 해고를 통해 투쟁을 시작하게 됐고, 일본에서 투쟁하는 여성 노동자들과의 술자리의 모습, 파나 소닉 앞에서 선전전을 하며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인생이 다르지 않습니다. 같은 인간의 삶입니다. ~~ " ( 감동적인 말이었는데 끝까지 기억이 나지 않는 이 답답함 )

 

두 번째로 일본에서 노숙 생활을 하며 일하지 않을 권리를 즐겁게 행사하며 살아가고 있는 '도쿄 홈리스 여성 이치무라'

그녀는 일본의 어느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살면서, 노숙 여성들과 대안 생리대를 만들어서 팔고 있고, 일주일에 한 번 노숙인들에게 밥을 제공하고 있고, 다양하게 활동을 하며 살고 있다.

그녀는 일본의 여성노동자 단체인 '일하는 여성들의 전국센터' 총회 자리에서 토론회 비슷한 것에 참여 한 것 같은데,

그 곳에서 벌어지는 그녀들의 발언들이 참 대단하다. 이치무라는 "일하는 것과 노숙하는 것중에 어떤 것을 택하라고 하면 할 것인지에 대한 물음에, 노숙을 택하겠다고 한다. 일하는 것이 절망스럽게 때문이라고 한다. " 그리고 노숙인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자원활동을 마치고, 함께 하고 있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자신의 활동이 페미니즘 활동인 거 같다고 해서, 페미니즘과 관련된 책을 찾아보고 했는데, 20~30년 전 이야기와 지금의 현실이 변한 것이 없어서 펑펑 울었다"고 하면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모습.

 

 

세 번째로 일본에서 이주노동자로 이주노동자노조에서 통역활동을 하고 있는 그녀. ( 이름이 다 떠오르지 않는 이런 답답함)

일본에는 남미에서 온 이주 노동자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그/그녀들이 일본 현장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상담하고, 이를 통역해 주며 이주노동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그녀는 교회 예배를 드리면서 기도로 얘기하는 것이 "올해 이주노동자들의 춘계 투쟁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축복을 내려달라는 이야기였다."

 

필리핀에서는 주되게 성노동자들의 모습과 위안부 여성의 모습이 나왔다.

16살의 어린 나이에 딸을 낳은 성 노동자 클롯. 그녀가 지내고 있는 반성매매 쉼터에는 클롯과 같이 아빠 없는 아이들을 낳아

공동으로 키우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았다. ( 깜놀하게도, 필리핀은 낙태와 피임까지도 금지해서, 많은 아이들이 태어난다고 한다. ㅠ.ㅠ ) 반성매매 쉼터이긴 하지만, 그녀들이 애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 성노동 외에 없는 현실에서, 그녀들은

성노동을 하며, 쉼터에서 자신들의 권리를 배우며 애를 키우며 살고 있었다.

 

영화에서 자주 등장한 위안부 할머니 리타, 필리핀 '말라야 롤라스 공동체'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녀는 1944년 필리핀에

쳐들어온 일본군 군인들에게 마을 전체 여성들이 하룻밤 강간을 당한 사건을 50년이 지나서야 진실을 밝히고 싸우고 있다.

남성들은 죽이고, 마을의 여성들을 한 곳에 모아 놓고 집단 강간을 행한 일본 군인들...

영화에서 그녀들에게 묻는다. '왜 이제서야 이야기를 하게 된 것이냐고...' 리타 할머니는 이야기 한다. "그런 일을 당한게 부끄러웠다. 그 당시만 해도 여자들의 순결을 중요시했었고, 애들이 커서는 일본에 가서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야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리고 이런 것을 이야기 하고, 문제시 해야 하는 것인지도 몰랐고 알려주는 사람도 없었다. 여성의 권리를 알면서 우리의 사건을 이야기 하게 됐다. " 라고...

 

또 한 여성, 빈민가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레이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곳에서 그녀가 애를 키우며 살고 있다.

그곳 마저도 강제 철거를 당하기 전에 자진 철수를 해야 하는 판이다. 그러나 그녀는 이사 비용과 이사 갈 곳이 없어서, 철거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살고 있다. 그녀는 이야기 한다. "필리핀 정부는 너무나 부정부패한 정부다. 아무리 일을 해도 사람들이 가난하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잘 살고 있다. " 그리고 철거 현장을 보면서 "이런 강제 철거를 누가 시키는 것 같냐고, 필리핀 정부에서 하는 것 같냐고, 아니라고, 한국인들이 하는 것이라고" ( 한국 기업이 또 그곳에서 만행을 저지르고 있나보다 )

 

내가 적고 있는 것보다 더 많은 그리고 풍부한 여성의 삶과 노동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리고 영화는 여성들의 배의 모습을 많이 보여준다. 각기 다 다르게 생긴 여성들의 배, 그곳에서 삶의 주름을 느낄 수 있었다.

감독은 이야기 한다. "어떻게 서로 다른 노동이 그토록 비슷한 방식으로 '몸'에 연결되고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작정하고 그녀들의 배를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주름지고 짓무른, 삶의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한 그 '배'로부터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자본주의 사회, 가부장제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그 속에서 여성은 더 더욱 많은 차별과 가치 절하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주목되지 않는 여성들의 많은 노동.

그냥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노동이니까... 그게 어디 노동이야?집안 일이지...

불안정하고 단시간 노동에 많이 포진되어 있는 여성 노동.

몇 십년 전과 비슷한 여성들의 삶, 이것을 변화시켜 나가기 위해 단초를 찾으려 하고, 고민하고, 활동하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나는 그런 역사 속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하게 한다. 고민만 많고 뭔가를 하고 있진 못하고 있는 거 같아서 내 맘을 답답하게 하기도 했다.

이 사회 속 여성들이 살아가는 삶과 노동의 문제에 대해 많은 생각을 갖게 하는 영화였다.

 

 

영화를 보는 내내 붉은몫소리에서 함께 보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기쁜 것은 이 영화가 4월 26부터 극장 상영을 한다고 한다.

함께 보고 얘기 나눠보면 좋을 거 같다. 나중에 공동체 상영을 열어봐도 좋을 거 같고... ^^

이런 다큐를 보고 나니 더욱 나도 다큐 만드는 것을 배우고 싶단 생각이 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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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블로그를 만들었다.

진보넷 나의 블로그를 만들어야지 생각했던 건 꽤 오래된 거 같다.

 

근데 몇 차례 들어와서 만들어 보려 했으나

 

필명을 뭐로 할지, 제목을 뭘로할지, 소개를 뭘로 할지 고민하다가

 

오늘에서야 만들었다. ㅎ

 

오늘도 역시나 고민되었지만, 그냥 생각나는대로 (깊이 생각해서 뜻을 담아 만드려 하니 잘 생각이 안난다)

 

적어서 우선 빨리 만드는 것에 의의를 두고 ㅎㅎ

 

근데 막상 만들고 보니 어떻게 써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ㅋ

 

우선 글을 쓰고 봐야지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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